시선뉴스=정혜인 기자 / 디자인=김선희 proㅣ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증원 방침에 의료계가 강하게 맞부딪히면서 큰 대치가 지속되고 있다. ‘빅5’ 병원을 시작으로 전공의들의 병원 이탈이 전국적으로 번졌고, 응급·당직 체계의 핵심인 전공의들이 빠지자, 진료에는 커다란 공백이 생겼다. 이에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우선시한다는 ‘히포크라테스 선서’가 과연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히포크라테스 선서는 ‘의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히포크라테스(Hippocrates, BC 460~377)가 말한 의료의 윤리적 지침으로, 기원전 5세기에서 4세기 사이에 기록되었다고 알려져 있다. 현재는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제네바 선언’이 대신 낭독되고 있다. 

히포크라테스는 지금까지도 의학사에서 중요한 가장 중요한 인물로 꼽히고 있다. 그러나 그와 관련된 기록들은 매우 뒤섞여 그의 일생에 대해선 자세히 알려진 바가 없다. 아스클레피오스 학파 가문에서 태어나 각지를 두루 여행하며 다녔다는 것만 알 수 있다.

아스클레피오스 학파 가문은 그리스인들 사이에서 신앙의 대상이었던 의술의 신 아스클레피오스와의 연관성을 표방하면서 의술을 펼쳤던 가문이다. 그래서 당시 모든 의사가 이 선서에 서약했던 것이 아니라, 아스클레피오스 학파 가문에 속하지 않는 사람들이 의술을 배우러 왔을 때 이 선서에 서약했다고 한다. 

아스클레피오스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의학과 치료의 신으로, 고대인들은 ‘아스클레피오스 신전에서 하루를 보내면 모든 병이 낫는다’는 신앙을 갖기도 했다. 그를 상징하는 것은 뱀 한 마리가 똬리를 틀면서 지팡이를 기어오르는 형상이다. 그의 딸들 역시 그리스 신화에서는 모두 치료의 여신으로 불린다. 

그래서인지 히포크라테스 선서는 모든 신 앞에 맹세하며 시작된다.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비롯해 ‘모든 병은 자연적 원인에 의해 일어난다’는 의학 원리는 히포크라테스가 있었기에 만들어질 수 있었다. 히포크라테스는 인체의 생리나 병리를 ‘체액론’에 근거하여 사고했다. 이에 따르면 인체는 불·물·공기·흙이라는 4원소로 되어 있고, 인간의 생활은 그에 상응하는 혈액·점액·황담즙(黃膽汁)·흑담즙(黑膽汁)의 네 가지에 의하여 이뤄진다.

현재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대신해 쓰이는 제네바 선언에는 신들을 두고 맹세하는 부분이 빠졌다. 오늘날의 상황에 맞도록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수정했기 때문이다. 제네바 선언은 1948년 스위스의 제네바에서 개최된 세계 의학 협회 총회에서 채택되었고, 1968년 시드니에서 개최된 제22차 세계 의학 협회에서 최종적으로 수정 작업을 거친 후 완성되었다. 우리나라에서 의과 대학을 졸업할 때도 제네바 선언문을 읽는다.

그런데 최근, 이 선서와 함께 의대를 졸업하고 인턴으로 입사한 수련의 상당수가 임용을 포기하고 있다. 전공의 사직사태에 발맞춰 임용포기서를 낸 것이다. 인턴이 임용을 포기할 경우 어렵게 입사한 병원 채용 절차를 다시 밟아야 하는 등 신분이 보장되지 않는다. 그래서 신입 인턴의 임용포기서 제출은 전공의들의 개별적 집단사직 이야기가 나올 때부터 고려됐으나, 막판까지 당사자들의 고민이 깊었던 것으로 보인다.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지난 27일부터 전국의 종합병원과 수련병원에서 근무하는 간호사를 대상으로 ‘진료지원인력 시범사업’을 실시했다. 전공의들이 집단행동이 장기화할 전망이기에 정부의 조속한 간호사 보호 체계 마련이 필요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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