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양원민 기자ㅣ새해 연휴에도 <노량: 죽음의 바다>, <서울의 봄> 등 국내 역사를 다룬 영화가 흥행몰이를 했다. 특히 <노량: 죽음의 바다>는 임진왜란 때 왜군의 침략을 막은 이순신 장군의 이야기를 담은 3부작 중 마지막으로, 2014년 천만 관객 영화 <명량>을 시작으로 약 10년 만에 끝을 맺었다. 매번 이순신 장군의 역할이 바뀌어왔는데, 이번에는 묵직하면서도 다소 어두운 분위기를 풍기는 배우 ‘김윤석’이 맡았다.

배우 김윤석[사진/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 인스타그램]
배우 김윤석[사진/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 인스타그램]

배우 김윤석은 충청북도 단양군에서 태어나 어릴 적 부산으로 넘어가 20년 넘게 살았다. 1986년 동의대 재학시절 당시 민주화 투쟁으로 휴교·휴강이 이어져 입대를 생각하고 있던 그는 어느 날 야외에서 연극 동호회 소속 학생들이 연습하는 걸 보고 그 모습과 열정에 매료돼 바로 동호회에 가입했다고 한다.

배우 김윤석 [영화 '노량' 스틸컷]
배우 김윤석 [영화 '노량' 스틸컷]

그렇게 우연히 연기를 시작하게 됐지만, 적은 수입의 배우 생활에 회의감을 느껴 부산으로 내려가 5년간 연기와 담쌓고 라이브 재즈 카페를 운영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배우 송강호의 설득으로 마음을 굳게 먹고 다시 서울로 상경해 대학로 대표 극단인 ‘연우’, ‘산울림’, ‘학전’ 등에서 10년 넘게 활동하며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 <의형제>, <지하철 1호선> 등 수많은 작품을 했다. 이때 ‘학전’에서는 지금은 내로라하는 배우인 장현성·설경구·황정민·조승우와 함께 ‘독수리 5형제’로 불렸다고 한다.

1994년엔 영화 <어린 연인>을 통해 단역으로 영화계에 입문했다. 이후 2004년 드라마 <제주도 푸른밤>, <부활> 등과 영화 <시실리 2km>, <범죄의 재구성> 등의 작품에서 조연급으로 출연하며 인지도를 쌓기 시작했다. 주로 연극 무대에서 활동하다 비교적 늦은 나이에 영화로 무대를 옮긴 김윤석은 2006년 그의 인생작을 만나게 된다.

배우 김윤석 [영화 '타짜' 스틸컷]
배우 김윤석 [영화 '타짜' 스틸컷]

2006년 그가 출연하게 된 영화는 바로 최동훈 감독의 <타짜>. 매력적인 악인 도박꾼 ‘아귀’ 역할로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며 배우 김윤석의 재발견이라는 호평과 함께 대종상, 부산영화평론가협회상 남우조연상을 받았다. 또한 그해 드라마 <인생이여 고마워요>와 <있을 때 잘해>에서 외도를 일삼는 나쁜 남편 역할로 출연해 주부층의 눈길을 사로잡아 MBC 연기대상 남자 우수연기상도 받았다.

그의 입지를 다지는 계기는 2008년 500만 관객을 돌파한 나홍진 감독의 스릴러 영화 <추격자>였다. 극 중 출장 안마소를 운영하는 전직 형사 역할을 맡아 연쇄 살인범(하정우 분)을 쫓는 역할로 “4885?”라는 명대사를 남기며 관객들의 극찬을 받았다. 영화를 본 사람도, 보지 않은 사람도 ‘4885’라는 번호는 괜스레 알고 있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김윤석은 이 영화로 영화제에서 7개의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며 동년배이자 동료인 송강호, 설경구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연기파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배우 김윤석[영화 '추격자' 스틸컷]
배우 김윤석[영화 '추격자' 스틸컷]

이후 그는 <거북이 달린다>, <황해>, <완득이>, <도둑들> 등을 연달아 흥행시키며 충무로의 흥행보증수표로 떠올랐다.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해온 그는, <검은 사제들>,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 <1987> 등 굵직한 영화들에 출연했고, 2023년 서두에 언급했던 <노량: 죽음의 바다>에서 이순신 장군을 연기하게 됐다.

김윤석은 역할을 맡으며 “이순신 장군의 나이가 내 나이와 비슷하다. 이 나이가 돼서 이 역할을 하게 됐다는 벅찬 감회가 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그는 마지막 이순신 장군을 연기하는 과정에서 깊은 중압감을 느꼈다고 한다. 김윤석은 “촬영 들어가기 전에 하루 종일 시나리오를 놓고 대화했다. ‘노량: 죽음의 바다’에서는 승리보다는 이 전쟁의 의미에 대해서 봐야 하기에 이 이야기를 하루 종일 했다”고 되돌아봤다.

[영화 '노량' 공식 포스터]
[영화 '노량' 공식 포스터]

비교적 늦은 나이에 빛을 보기 시작했지만, 이제는 그의 이름만 떠올려도 생각나는 분위기나 느낌은 명확하다. 김윤석은 악인과 선인을 넘나들며 그만의 묵직함과 묵은 범과 같은 눈빛으로 관객들을 사로잡는다. 송강호·설경구·황정민·조승우 등의 동료들이 영화계에서 먼저 인정받을 때 ‘조바심이 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바로 그 조바심이 사람을 망치게 한다. 평생을 할 일인데 조금 빠르거나 늦는 게 무슨 대수겠느냐”는 그의 답변에서 그의 진중함과 열정, 이 일을 얼마나 깊게 소중하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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