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정혜인 기자 / 디자인=김선희 proㅣ지난해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물리적 과정을 거친 재생 원료를 식품 용기의 제조에 쓸 수 있게 허가했다. 이에 주류·음료 업계에서는 일반 페트를 재생 페트로 바꾸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플라스틱을 재활용해 원료로 사용하는 순환 경제를 구축하기 위한 시도가 곳곳에서 이뤄지고 있는 것. 그리고 여기 페트병을 ‘무한 재활용’할 수 있는 기술이 플라스틱 생산을 줄일 수 있는 친환경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무한 재활용’은 폐페트병을 새 페트병을 만들 수 있는 기술로, ‘보틀 투 보틀’(Bottle to Bottle)로도 불린다. 페트병을 재활용하는 기술은 크게 물리적 재활용과 화학적 재활용으로 나뉘는데, 기존에는 물리적 재활용을 활용하는 업체들이 많았다. 

물리적 재활용은 폐플라스틱을 수거해 선별·분리 및 가공 등의 과정을 거쳐 다시 플라스틱 제품을 만드는 방식이다. 화학적 재활용에 비해 단순한 공정과 저렴한 비용이 특징이지만, 품질이 저하된다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반면, 화학적 재활용은 폐플라스틱을 자원화하기 위한 방안 중 하나이다. 폐플라스틱을 화학적으로 분해해 순수한 원료 상태로 되돌릴 수 있다. 기존 재활용 방식에서는 오염된 플라스틱을 사용하기 어려웠지만, 화학적 재활용을 하면 오염된 폐기물도 활용할 수 있다. 

화학적 재활용 기술은 해중합, 열분해, 정제로 나눌 수 있는데, 관련 업계는 특히 해중합과 열분해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해중합(解重合)은 폐플라스틱을 화학적으로 분해해 플라스틱 원재료인 단위체로 바꾸는 기술이고, 열분해는 무산소 상태에서 폐플라스틱에 높은 열을 가해 석유화학 제품의 기초 원료인 나프타 등으로 분해하는 기술이다.

SK케미칼은 중국 그린소재기업 슈에(Shuye)의 순환 재활용 원료·페트 시설을 인수하고 관련 법인을 설립한 바 있는데, 최근에는 제품 생산과 상업화도 마쳤다. 롯데케미칼도 2024년까지 울산 공장에 해중합 설비를 완비할 계획을 하고 있다. GS칼텍스도 2024년 가동을 목표로 하는 연간 5만 톤 규모의 폐플라스틱 열분해유 공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쉽게 설명하면 남은 빵을 잘게 부숴 쓸 만한 조각을 골라 뭉쳐 다시 빵을 만들면 물리적 재활용이고, 부순 빵을 밀가루로 되돌리면 화학적 재활용인 셈”이라고 비유하기도 했다. 화학적 재활용이 이뤄지면, 원료를 회수하기 때문에 품질을 유지하며 ‘무한 재활용’이 가능해진다.

흔히 플라스틱보다 유리, 종이, 알루미늄 캔이 더 친환경적이라는 인식을 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재활용 측면에서 보면 반드시 그렇지 않다고 주장했다. ‘회의적 환경주의자’를 쓴 덴마크 환경학자 뵨 롬보로그는 “종이가 플라스틱보다 환경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려면 버리기 전까지 최소 44번은 재활용해야 한다”고 했다.

그동안 재활용된 페트병은 과일 포장재, 재생 섬유로 쓰였으나 재차 재활용하기는 어려웠다. 그렇지만 새로운 기술을 적용해 ‘보틀 투 보틀’이 실현된다면, 오히려 ‘가장 친환경적인 재활용 소재’가 될 수 있다. 환경 오염의 주범으로만 보였던 플라스틱이 새로운 친환경적 소재로 탈바꿈할 수 있는지에 대해 이목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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