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양원민 수습기자 / 디자인=김선희 proㅣ중국의 청년 실업률이 치솟으며 최근 몇 년 사이 중국에서 ‘전업 자녀(중국어로 全職兒女)’가 늘고 있다고 AFP통신과 인민망 등이 보도했다.

전업 자녀는 직장이 없는 자녀가 부모를 위해 식사와 청소 등을 전담하는 대신, 부모가 자녀에게 월급을 주는 새로운 트렌드 중 하나다. 캥거루족과 비슷한 것 같지만, 전업 자녀는 월급을 받는다는 차이가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 외신이 소개한 사례를 살펴보면 전업 자녀가 매달 받는 돈은 4,000~5,500위안(73만~100만 원) 정도다. 액수만 보면 그리 많지는 않지만,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고 숙식이 해결된다는 장점이 있다. 또 중국의 IT업계나 대기업들이 적용 중인 ‘996(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주 6일 근무)근무제’로 불리는 고된 노동 환경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점이 중국 젊은이들에게 큰 매력적인 포인트라고 할 수 있다. 

중국에서 전업 자녀가 늘어난 가장 큰 이유는 극심한 청년실업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7월부터 청년 실업률을 공개하지 않고 있는데, 지난 6월 중국 청년 실업률은 21.3%로 역대 최고치였으며, 4월부터 석 달 연속 20%대를 기록했다. 하지만 공식 집계에 드러난 것보다 중국 청년들의 구직 상황은 훨씬 더 안 좋은 것으로 평가된다. 베이징대 장단단 교수는 구직 의사를 아예 접은 이른바 ‘탕핑족(가만히 누워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청년들)’과 부모에게 기대 사는 캥거루족까지 실업자에 포함할 경우 중국의 3월 실업률은 46.5%에 달할 것이라는 추정을 내놓기도 했다.

자녀를 부양할 수 있는 중산층 부모가 많아진 것도 전업 자녀 출현 배경으로 꼽힌다. 관영 인민망은 “전업 자녀 개념이 가능해진 것은 일부 부모에게 그만한 경제적 여유가 있기 때문”이라며 “여기에 부모가 자녀와 늘 함께하고 싶은 마음이 겹치면서 ‘유연한 취업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이유를 뒤로하고 이미 직장생활을 경험한 청년들도 재취업 대신 전업 자녀를 택하는 것은 주목해야 할 점이다. 베이징에서 게임 개발자로 일했던 한 청년은 과도한 초과근무, 가혹했던 직장생활 경험이 전업 자녀 생활을 택하게 했다고 한다. 이유펑샹 중산대 사회학과 교수는 “청년들은 직장에서 좌절하고 역할과 정체성이 왜곡되고 삶에 실망한다”며 “직업이라는 단어는 그들에게 별 의미가 없다. 그래서 아들이나 딸도 직업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자녀 역할 역시 직업이므로 임금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물론 기성세대의 전업 자녀를 향한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결혼이나 노후 대비 등 미래에 대한 대비 없이 일시적인 도피처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있다. 현지 언론들은 “언제든 부모의 퇴직연금이 고갈할 수 있기에 불안정한 자리”라며 “사실상 백수라는 불안감을 덜기 위한 방편이지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 일각에서는 자녀가 부모를 돌보는 대가로 돈을 받는 게 과연 타당하냐는 비판도 있다. 부모들은 자식을 키운다고 돈을 받지 않고, 유교가 근간이 되는 사회에서 효도는 마땅히 해야 할 도리로 생각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 자식이 밖에서 일하면서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걸 보느니 차라리 내가 월급을 주고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다”라는 부모들의 반론도 나오며, 취업난이 얼마나 심각하면 이런 선택을 하겠냐는 동정 여론도 존재한다. SCMP에 따르면 전업 자녀를 둔 한 부모는 “딸이 만일 좋은 일자리를 찾게 되면 그때 직장에서 일하면 된다”면서 “하지만 딸이 직장을 구하기 싫다면 그냥 집에 있으면서 우리와 시간을 보내면 된다”고 말했다.

현실을 보면 이런 전업 자녀가 오히려 합리적이기도 하다는 시선도 있다.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부모와 자녀의 교류가 점점 뜸해지거나 노령의 부모를 누가 모시고 살지 형제끼리 다투다 연을 끊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다양한 시선 속 증가하고 있는 ‘전업 자녀’. 찬성과 반대를 떠나 극심한 청년실업 세태 속에서 확산하는 양상인 만큼 정부 차원의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우선 시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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