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정혜인 기자 / 디자인=김선희 proㅣ인공지능(AI) 기술이 각광을 받으면서 정보기술(IT) 업계에서 AI 관련 전문가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현재 각국의 여러 기업은 AI 전문가들을 유치하기 위해 고연봉 지급을 마다하지 않는다. 한편, 일본에서는 일할 수 있는 일손이 부족해져 ‘오야카쿠’라는 신조어도 생겨났다. 

‘오야카쿠(親確)’란 신입사원을 채용하는 기업이 채용시험 합격자의 부모에게 자녀의 입사 허락을 구하는 것을 가리킨다. 이는 ‘부모’를 의미하는 ‘오야(親)’와 ‘확인’이라는 뜻의 ‘가쿠(確)’를 합친 말이다. 최근 부모가 반대한다며 입사를 취소하는 채용 합격자들이 늘면서 이 말이 생겨났다. 

일본에서는 저출산과 고령화로 인해 일손의 수가 점점 부족해지고 있었다. 이러한 현상이 장기화하면서 구직자와 구인 기업의 입장이 역전된 것이다. 그래서 기업이 신입 인재를 영입하기 위해 부모의 반대까지 사전 차단하는 전략을 쓰게 되었다. 오야카쿠라는 신조어의 등장은 이러한 현 상황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일본의 취업 정보 사이트 ‘마이나비’는 올봄 취업을 앞둔 일본 대학생 및 대학원생의 학부모 851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시행했다. 그 결과, 이 중 2%가 자녀가 합격한 기업에서 채용 허락을 구하는 연락을 받았다고 응답했다. 이 수치는 6년 전보다 약 35%포인트 오른 것이었다. 

일본은 한국과 비교했을 때 기업 채용 절차·합격자 발표 시기와 실제 입사일 사이의 기간이 긴 편이다. 그래서 졸업하기 1년 전에 취업이 확정되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일본에서는 채용 합격한 입사 예정자가 그 기간 사이에 입사를 철회하거나 다른 기업을 택하는 일이 종종 발생한다.

지난달 28일 NHK가 취업정보사이트 마이나비를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올해 취업이 확정된 입사 예정자 중 61.9%가 ‘회사를 고를 때 부모님과 상담했다’고 밝혔다. 채용지원회사 네오캐리어가 지난 12월 기업 309곳을 조사한 결과를 보아도, 입사 예정이었던 사퇴자 가운데 47.9%가 부모의 의향에 따른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서 기업들이 당사자에게 하는 합격 통보와 별개로 어머니나 아버지에게 “당신의 자녀를 우리 회사에 채용해도 되겠느냐”며 ‘허락’을 받는 사례가 늘어났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오야카쿠는 다양한 방식으로 이뤄진다. 입사 예정자의 부모에게 회사를 안내하는 팸플릿 송부하는 경우가 가장 많고, 직접 전화를 걸기도 한다. 어떤 곳들은 부모에게 자녀의 취업에 동의한다는 입사 서약서/동의서를 받기도 한다.

도쿄의 소프트웨어 판매 업체 ‘어시스트’도 지난해 12월 입사 예정자 17명과 부모 26명을 상대로 ‘동반 오피스 견학’을 진행했는데, 타지에서 온 부모에겐 교통·숙박비도 지원했다고 알려졌다. 오사카의 한 IT 기업은 입사 예정자의 부모들에게 사장이 손수 작성한 회사 소개 책자를 나눠주었다. 

저출산과 고령화는 일본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나라도 작년 4분기 합계출산율이 역대 최저인 0.6명대까지 떨어지면서 ‘인구 쇼크’가 이어지고 있다. 이 같은 문제는 일본의 ‘오야카쿠’처럼 특정 사회 현상을 만들어 낸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구체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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