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양원민 기자 / 디자인=김선희 proㅣ영원할 줄만 알았던 것에도 끝이 있다. 우리나라를 강타했던 싸이월드부터 페이스북, 네이트온 등 다양한 플랫폼과 메신저 등을 오랫동안 사용하다가도 어느 순간 사람들이 결국 더 이상 이용하지 않게 됐다. 새로운 플랫폼이 인기를 끌며 많은 사람이 해당 서비스로 유입되거나, 이용하던 플랫폼의 서비스 종료, 서비스 품질 저하 등 여러 이유가 있다. 그리고 최근 ‘엔시트화’가 대두되고 있다.

엔시트화 혹은 엔시티피케이션(Enshittification)은 양질의 무료 콘텐츠로 사용자를 모은 온라인 플랫폼이 수익 창출을 우선시하면서 이용자의 만족도가 떨어지고 결국 이탈하는 현상 설명하기 위해 만들어진 단어다. 지난달 미국언어학회(American Dialect Society·ADS)가 선정한 ‘2023년 올해의 단어’다.

이 용어는 2022년 11월 캐나다 출신 괴짜 작가인 코리 닥터로우(Cory Doctorow)에 의해 만들어졌다. 배설물을 의미하는 ‘shit’ 앞에 접두사 ‘en’(~이 되게하다), 뒤에 ‘~화(化)’라는 의미의 접미사 ‘fication’을 붙인 신조어다. 이 단어를 사용해 플랫폼이나 서비스가 더럽고 쓸데없는 것으로 변질됐다고 지적한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와 가디언은 “대부분의 플랫폼이 인기를 끌다가 하락세로 접어드는 과정에는 엔시트화가 있다”고 했다. 플랫폼은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며 이용자들을 모으고, 그렇게 모인 이용자들은 플랫폼이나 서비스 내에서 형성한 네트워크나 지위 때문에 쉽게 떠나기 어려워진다. 그러면서 플랫폼은 이들의 데이터를 수집, 제공하며 광고주를 유치하게 되고 유치된 광고주도 수십억 이용자가 있는 플랫폼에 묶이게 된다.

플랫폼은 규모를 더 키우기 위해, 더 많은 수익을 내기 위해 광고를 계속 늘리고, 광고주들 역시 경쟁하며 더 많은 광고비를 내게 된다. 하지만 이러한 광고들을 감내해야 하는 것은 이용자인데, 어느 순간 플랫폼에서 얻는 장점보다 단점이 커지면 플랫폼에 지쳐 떠나게 된다. 결국 광고주와 이용자 모두 피해를 보는 것이다.

일례로 페이스북 월간 활성 이용자(MAU) 수는 현재 1000만명 아래로 떨어졌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페이스북의 지난 1월 MAU는 991만명 가량으로 지난해 1월(1155만)과 비교해 약 160만명 가량 줄었다. 페이스북의 전성기는 2020년으로 당시의 MAU는 1487만명이였으며 현재 대비 150% 정도였다.

국내 검색 시장에서 대장 노릇을 하던 네이버의 점유율이 최근 떨어지고 있는 것도 엔시트화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70~80%대를 유지하던 네이버의 점유율은 지난해 60% 선이 무너졌다. 

네이버는 출시 초기 깔끔한 초록 화면과 강력한 검색 기능으로 사용자들을 끌어모았다. 하지만 사용자가 늘어나면서 소상공인이 홍보하거나 상품 판매를 위해 몰렸고, 검색 광고 시장이 형성됐다. 4일 기준 네이버 검색창에 ‘카페’를 검색하면 거리나 평점 등에 상관없이 광고비를 내는 카페가 상위에 자리하고 있다. 이러한 사태들이 계속되며 기존의 신뢰성까지 담보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엔시트화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플랫폼 운영자들이 신뢰도와 충성도를 얻고 규모만 키우는 것이 아닌 지속 가능한 형태의 성장을 구상해야 한다. 단순히 구독하거나 이용자를 끌어모으는 것이 다가 아닌, 신뢰도에 초점을 맞춰 떠나지 않게 하는 것까지가 진정한 ‘멤버십’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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