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심재민 기자 |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방침에 반발해 ‘전공의’들이 집단으로 사직서를 제출하고 업무를 중단하는 이탈을 감행하자 의료 현장에 큰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 정부는 이에 맞서 집단행동 중인 전공의들이 복귀하지 않으면 사법처리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는 등 강수를 두며 갈등의 골은 깊어지고 있다. 

종합병원의 수많은 의사들은 비슷한 하얀 가운을 입고 있지만, 누구는 교수라 부르고 누구는 인턴이라 부르는 등 세부적으로 각각 다른 위치에 자리하고 있다. 이번에 집단 행동에 나선 ‘전공의’는 병원에서 어떤 위치일까. 

‘전공의’는 의료법 제5조에 따른 의사면허를 취득한 사람으로서 같은 법 제77조에 따라 ‘전문의’ 자격을 취득하기 위하여 상급 종합병원 등에서 수련을 받는 사람을 말한다. 쉽게 종합병원에서 부르는 인턴과 레지던트를 지칭하는 말이다. 

‘인턴’ ‘레지던트’라고 하면 자칫 의료 경험이 없는 새내기로 오인할 수 있으나 전공의 역시 수년간 의학 공부를 한 사람들이고, ‘의사면허’도 있는 엄연한 의사들이다. ‘전공의법’에 따르면 의예과에서 2년 동안 의학 학문의 기초를 쌓는 단계(예과)를 거친 뒤 의학과(본과)에서 4년을 공부하는 총 6년 과정을 마치면, 의사 국가시험을 볼 수 있는 자격이 생긴다. 이 의사 국가시험에 합격해 ‘의사면허’를 취득하면 두 가지 진로 중 선택할 수 있다. 

먼저, 더 이상의 수련 없이 일반의로서 병원을 개원하고 환자를 치료할 수 있다. 또 다른 선택지는 병원을 개원하지 않고 상급 종합병원에서 인턴과 레지던트로서 수련을 거치는 ‘전공의’ 과정을 밟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전공의는 환자를 치료하는 임상의사임과 동시에 수련을 하는 피교육자이기도 하다. 

전공의는 인턴과 레지던트로 구분되는데, 인턴은 전공 진료과목을 정하기 전에 모든 과목의 치료 과정에 참여하는 수련 기간으로, 1년이 소요된다. 인턴 과정을 이수한 후 전문과목 중 1과목을 전공으로 선택해 집중적으로 3~4년 동안 수련하게 되는데, 이 기간 동안을 '레지던트'라 부르게 된다. 

회사의 직급처럼 레지던트 역시 연차에 따라 R1/R2/R3/R4 등으로 분류되며, 모든 수련 기간이 끝나고 자신이 선택한 전문과목에 응시해 합격하면 비로써 '전문의'가 된다. 의대에 합격하고 의사면허를 취득, 이후 상급 종합병원 등에서 인턴과 레지던트로 ‘전공의’ 시간까지 포함하면, 전문의가 되기까지는 대략 11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된다. 여기서 끝이 아니라, 더 나은 명성과 전문성을 갖추기 위해 전문의 취득 후에도 연구 진료를 하는 ‘전임의(펠로우)’ 단계를 밟아 나가 향후 조교수, 부교수, 교수로까지 나아갈 수 있다. 

11년 시간 중 절반 이상의 시간을 공부와 수련에 매진하며 가장 활발히 환자를 돌보게 되는 ‘전문의’. 그런데 최근 정부의 의대 정원 방침 등에 반발하며 이들이 사직서를 내고 병원을 이탈하는 집단행동에 나서고 있다. 이익 관계나 이념적 갈등을 떠나 ‘병원’ 현장의 시각으로 바라보면 가장 진료에 활발해야 하고, 수도 많아야 할 ‘전공의’의 집단 이탈은 큰 혼란을 몰고 올 수밖에 없다. 

실제 의료 현장에서 전공의의 빈자리는 ‘수술실 간호사’라 불리는 PA(Physician Assistant) 간호사, 전임의와 교수들로 메우며 버티는 중이다. 특히 3월부터 수련을 시작해야 하는 '막내 전공의'인 인턴들마저 대부분 임용을 포기한 여파도 있어 의료 대란 비상등이 켜진 상태다. 

환자들 역시 혼란과 위기 속에서 불안을 키우고 있다. 주요 병원은 외래 진료와 입원, 수술 등을 50% 상당 연기·축소하며 대응하고 있으며 환자의 중증도에 따라 급하지 않은 수술과 외래는 모두 뒤로 미루고, 응급·위중증 환자에 집중하는 중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암 환자의 수술과 항암 치료 등이 밀리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환자들의 불안과 불만도 커지고 있다. 대부분의 병원에서는 3월 초까지 현장의 '고비'가 될 것으로 보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황으로, 정부는 집단행동 중인 전공의들에 대해 돌아오지 않으면 사법처리하겠다는 방침까지 밝히는 등 갈등의 골은 깊은 상태다. 

누군가에게 직장이기도 한 병원은 일반 상업 시설나 기업과 같은 성격은 결코 아니다. 많은 국민의 생과 사가 달린 특수한 목적과 성질을 가지고 있는 곳이다. 정부와 의료계와의 목적을 잃은 국민 생명을 인질로 삼은 갈등이 아닌, 진심을 담은 소통과 허심탄회 한 발전적 이야기가 절실한 상황이다. 

SNS 기사보내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