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양원민 수습기자ㅣ북미와 유럽 등 세계 곳곳에서 전례를 찾기 어려운 산불로 고통을 받고 있다. 직접적인 발화 원인은 상이하지만 이러한 대형 재난의 근본적인 원인은 기후변화를 손꼽고 있다. 여전히 진행 중인 세계의 대형 화재 사건들이 있다.

첫 번째, 캐나다

캐나다 서부 브리티시컬럼비아의 산불[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캐나다 서부 브리티시컬럼비아의 산불[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5월부터 시작돼 올해 가장 길고, 많은 산불로 고통을 받고있는 캐나다는 여전히 1,000건 이상의 화재로 전 국토가 불타고 있으며 그 중 절반은 통제 불능 상태다. 캐나다산불센터(CIFFC)에 따르면 이번 산불로 8월 말 기준 그리스 면적과 맞먹는 1370만ha가 불탔다고 한다. 이는 이전 기록인 1989년 730만ha의 2배 규모다. 서부로 확산한 산불로 최소 4명의 소방관이 안타깝게 목숨을 잃었고, 대피에 나선 사람들도 16만 8,000명에 달한다. 

끝없는 산불에 캐나다 당국은 비상사태를 선포했고, 서부의 산불을 잡기 위해 정부가 군대를 파견해 대응에 나섰다. 산불로 인해 수만 가구가 불탔고, 전력 공급이 차단되는 지역도 곳곳에 있다. 켈로나 국제공항과 인근 고속도로가 폐쇄됐고, 화재를 겪은 도시들은 사실상 텅 비어 유령도시가 됐다고 전해진다. 캐나다 당국은 광범위한 가뭄 등으로 산불 발생이 가을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예상하고 있다.

3개월 동안 이어지고 있는 산불에 캐나다 내 거의 모든 지역이 영향을 받았고, 대기질이 급격히 악화해 공기 질 경보가 발령되기도 했다. 이에 세계 여러 나라에서 소방대원들을 파견해 화재진압에 힘쓰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소방대원 70명을 한 달간 파견한 바 있다.

두 번째, 하와이

불타는 하와이 마우이섬[AP 연합뉴스]

하와이 마우이섬에는 지난 8일 발생한 산불이 2주째 이어지며 관광 도시 라하이나가 소실되는 등 미국의 화재 역사를 새로 썼다. 마우이섬의 정확한 산불 원인은 파악되지 않았으나 대형 전력회사인 하와이안 일렉트릭이 관리하는 송전선이 강풍에 끊겨 스파크를 일으키면서 산불을 일으켰을 가능성이 제기되어 집중 공격을 받고 있다.

하와이 산불로 인해 집계된 사망자 수는 100명을 넘었으며 실종자 수가 1,300명에 이르는 걸로 추정되어 사망자 수가 더 늘 것으로 보인다. 또 2천700여 채의 건물이 파괴됐고, 피해 규모는 약 60억 달러(8조 580억)에 달한다고 전해진다. 피해지역의 전기와 통신들은 상당 부분 복구했으나, 휘발성 화학물질이 상수도에 유입돼 식수 문제로 난항을 겪고 있다.

잿더미가 된 라하이나 마을에서 케빈 버클리그(30)는 지난 8일 이후 13일째 연락이 닿지 않는 아내와 장인·장모를 찾기 위해 아직도 여러 대피소를 다니며 이들의 사진을 인쇄한 전단을 돌리고 있다. 그는 "내 눈으로 그들을 볼 때까지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것 말고 내가 무슨 일을 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버클리그 외에도 어린 동생을 잃었거나, 아들을 잃은 사람들이 소식이 전해지며 안타까움을 더했다.

수많은 사망자가 나온 하와이 화재에 세계 여러 나라에서 애도와 함께 인적, 물적 지원이 이어지고 있으며, 기업과 단체, 연예인의 구호 성금도 계속되고 있다.

세 번째, 그리스

그리스 산불로 여객선 바닥에 누운 환자들(에브로스[그리스] AP=연합뉴스)
그리스 산불로 여객선 바닥에 누운 환자들(에브로스[그리스] AP=연합뉴스)

그리스에서는 지난 7월 열흘간 약 670건의 화재가 발생했다. 원인으로는 사람에 의한 방화가 대부분이라는 당국 발표가 나왔는데, 기후변화에 따른 높은 기온과 강풍 때문에 불길이 번졌다고 덧붙였다. 또 올여름 기록적 이상고온이 이어지며 15년 만에 최악의 폭염과 건조한 날씨가 산불 급증의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산불에 따른 희생자는 소방헬기 사고로 순직한 조종사 2명을 포함해 3명이며, 소방관 74명이 다쳤다고 집계됐다. 주민 2만 명 이상이 안전한 곳으로 대피했고, 로도스섬을 방문한 관광객 수천 명이 급하게 귀가길에 올랐다. 공군 기지까지 불길이 번지며 탄약 창고가 폭발했고, 기지에 있던 F-16 전투기들도 다른 기지로 이동했다. 유럽연합(EU)은 10개 회원국에서 소방 비행기, 차량, 소방관 등을 지원받아 그리스에 파견했고, 튀르키예, 이스라엘, 이집트 등도 도움의 손길을 보냈다.

환경학자들은 기후변화에 따라 지속적인 가뭄 등 극단적 기상이 발생하면서 산불과 같은 재해의 빈도와 심각성이 커진다고 본다. 멀게만 느껴졌던 기후 위기가 현실화한 것이다. 기온이 상승하고 비가 오지 않으며 건조한 날씨가 지속돼 많은 식물이 불쏘시개가 된다. 산불이 쉽게 일어날 뿐만 아니라 발생 후 빠르고, 크게 번지며 손을 댈 수 없는 지경까지 이른다.

이에 대해 산불을 연구하는 마이크 플래니건 캐나다 톰슨 리버스 대학교 교수는 “인간이 초래한 기후 변화로 인해 식물은 더 말라서 불이 붙기 쉬워졌고 대기가 불안정해져 번개가 더 많이 발생했다”고 전 세계적인 산불 원인 파악을 하며 기후 위기의 현주소를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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