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박진아 기자ㅣ가족과 함께 할 때, 혼자서 울고 싶을 때, 사랑하는 연인과 로맨스를 한껏 더 즐기고 싶을 때, 당신은 어떤 영화를 선택하나요? 많은 영화들 속에서 결정을 내리기 어려운 당신에게 무비레시피가 영화를 추천, 요리합니다.   

지난해 11월. 영화 <터미널>에 영감을 줬던 실존 인물이 프랑스 파리의 공항에서 생을 마감했다. 비록 영화의 내용과 실제의 내용이 사실과 많이 다르긴 하지만 영화는 제법 따뜻함과 여운을 남겼다. 스티븐 스필버그와 톰 행크스가 만난 영화 <터미널>을 살펴보자.  

<영화정보>       
The Terminal(2004)
코미디 // 2004.08.27. // 미국
감독 – 스티븐 스필버그 
배우 – 톰 행크스 

<JFK공항 67번 게이트에서 사는 남자>
동유럽 작은 나라 ‘크로코지아’의 평범한 남자 빅터 나보스키(톰 행크스). 뉴욕 입성의 부푼 마음을 안고 JFK 공항에 도착한다. 그러나 입국 심사대를 빠져 나가기도 전에 들려온 청천벽력 같은 소식. 바로 그가 미국으로 날아오는 동안 고국에선 쿠데타가 일어나고, 일시적으로 ‘유령국가’가 되었다는 것. 

고국으로 돌아갈 수도, 뉴욕에 들어갈 수도 없게 된 빅터. 아무리 둘러봐도 그가 잠시(?) 머물 곳은 JFK 공항 밖에 없다. 하지만, 공항 관리국의 프랭크에게 공항에 여장을 푼 빅터는 미관(?)을 해치는 골칫거리일 뿐. 지능적인 방법으로 밀어내기를 시도하는 프랭크에 굴하지 않고, 바보스러울 만큼 순박한 행동으로 뻗치기를 거듭하는 빅터. 

이제 친구도 생기고 아름다운 승무원 아멜리아(캐서린 제타 존스)와 로맨스까지 키워나간다. 날이 갈수록 JFK공항은 그의 커다란 저택처럼 편안하기까지 한데…. 그러나 빅터는 떠나야 한다. 공항에선 모두들 그러하듯이. 과연 그는 떠날 수 있을까?

<하고 싶은 이야기>   
- 거짓같은 실화 

영화 속 빅터는 공항에서 9개월 동안 생활 하는 것으로 보여진다. 나갈 수도, 말도 통하지 않는 곳에서 9개월동안 어떻게 생활할 수 있을지 생각하면 그냥 영화로 생각될 수 있지만, 놀랍게도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되었다. 1942년에 태어난 이란(Iran) 사람인 메흐란 카리미 나세리(Mehran Karimi Nasseri)가 바로 주인공이다. 그는 정치적 망명과 기구한 운명 으로 인해 자그마치 18년(1988.08 ~ 2006.07) 동안이나 프랑스 파리 샤를르드골 공항에서 생활했다. 영국 브래포드 대학에서 유학생활(3년)을 하는 동안 그는 모하메드 레자 팔레비 정권(1974년 집권)에 맞서는 저항운동에 참여하면서, 이란에서 추방되어 유럽으로 돌아온 그는 독일(서독), 네덜란드, 프랑스, 유고슬라비아, 이태리, 영국 등에 차례로 망명을 요청하지만 거절된다.

그러다 1980년 7월 어머니가 거주하던 영국으로 돌아가던 중 프랑스 파리 샤를드골 공항에서 가지고 있던 소지품(신분증 포함)을 도난당하면서 영국에서의 입국이 금지된다. 그리고 결국 파리 공항으로 추방된다. 자신의 신분을 증명할 방법이 없었고 무국적자 체류지역으로 옮겨지면서 공항에서 생활하게 된다. 영화보다 더 영화같은 이야기, 거짓같지만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다.  

- 뉴욕에 갈 확률 50대 50 
언어에 답답함을 느낀 빅터는 영어공부를 시작한다. 크로코지아 언어와 영어가 적힌 책을 비교하면서 언어를 습득한다. 그리고 그는 뉴욕 입국에 필요한 비자를 받기 위해 매일 같은 행동을 한다. 그러다 토레스가 묻는다. 왜 안 되는걸 매일 찾아오는거냐고. 하지만 빅터는 말 한다. 당신은 두 개의 도장을 가지고 있으니, 내가 뉴욕에 갈 확률으 50대 50이라고. 우리의 인생에 방향을 담긴 대사가 아니었을까. 누군가 0%라고 생각할때도 우리에겐 늘 50%의 문이 열려있다는 사실을 스스로만 모르고 사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만 하다. 

2022년 11월 12일, 나세리는 파리샤를드골공항 2F 터미널에서 77세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2006년 공항을 떠나며 터미널 생활을 끝냈던 나세리는 그동안 보호소, 호텔 등을 전전하며 생활했고, 사망하기 몇 주 전 공항으로 되돌아왔으며 그곳에서 생을 마감했다.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영화 <터미널>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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