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심재민 / 디자인 이윤아Pro] 올 여름 장마가 지났음에도 집중호우가 잦아지면서 기후변화를 체감했다는 사람이 많다.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바라보면 온실가스 과대 배출로 인한 기후 위기의 심각한 수준으로 아마존 등에서 큰 홍수가 거의 10년 연속 났다.

유엔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폭염이나 폭우, 가뭄 등 기후 재난이 잦아지고 그 강도도 세질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탄소중립을 위한 전 세계적 노력에도 아랑곳없이 기후변화가 초래하는 위기의 수위는 해마다 높아지고 있다. 먼저 다양한 피해를 입힌 지난 집중호우의 원인은 무엇이었을까?

집중호우의 출발은 제5호 태풍 송다와 제6호 태풍 트라세였다. 각각 미국 괌과 일본 오키나와 쪽에서 발생한 두 태풍은 열대저압부로 약화해 일본을 통과해 북동쪽으로 이동하면서 러시아 캄차카반도 쪽에 열을 공급해 그곳 대기를 팽창시켜 고압능을 만들었다.

그리고 이 고압능은 우리나라 북쪽에서 대기가 서쪽에서 동쪽으로 흐르는 것을 막았다. 이에 우리나라 북쪽에 절리저기압이 만들어졌는데 이 저기압과 티베트고기압 사이로 차고 건조한 공기가 우리나라 쪽으로 끌려 내려왔다. 

차고 건조한 공기는 우리나라 남동쪽 북태평양고기압 가장자리를 타고 불어오는 고온다습한 공기와 부딪혀 정체전선을 만들었다. 

특히나 강수량이 많았던 이유는 첫째 캄차카반도 고압능의 '블로킹'이 꼽힌다. 지난달 영국 기온이 40도 넘게 오르는 등 유럽에 폭염이 나타난 것도 블로킹 때문으로 분석됐다. 블로킹이 자주 나타나는 것도 기후변화와 연관됐다고 추정되는데 온난화로 고위도와 중위도 기온 차가 줄어 상층의 바람이 약해지고 있다는 것.

집중호우 강수량이 많았던 두 번째 이유는 남중국해 등 서태평양에 수증기가 몰리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태평양의 많은 수증기가 남중국해에 자리한 제7호 태풍 무란과 북태평양고기압 사잇길로 우리나라에 공급된 것이다. 이처럼 서태평양에 수증기가 몰린 원인 중 하나로는 ‘라니냐’가 꼽힌다.

라니냐는 '남위 5도부터 북위 5도', 경도는 '서경 170~120도'인 태평양 감시구역 해수면 온도가 3개월 이동평균으로 평년보다 0.5도 낮은 상황이 5개월 이상 지속하는 현상을 말한다. 라니냐가 발생하면 동쪽에서 서쪽으로 부는 무역풍이 강해지면서 동태평양은 따뜻한 해수층이 얇아져 수온이 평소보다 낮아지고, 반대로 서태평양은 따뜻한 해수층이 두꺼워지고 수온이 상승한다.

수온이 상승하면 바닷물이 많이 증발해 대기 중 수증기가 늘어나고 이는 비와 연관된다. 서태평양 수증기가 우리나라로 들어오는 길목인 서해도 이례적으로 따뜻해서 수증기를 약화하지 않았다. 여름철 서해 평균 수온은 21.1도인데 최근에는 수온이 27도를 넘고 있는 실정.

물론 단일 극한 기상현상과 기후변화를 연관 지을 때는 신중해야 하지만, 이번 집중호우가 기후변화와 연관 있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전문가들은 "온난화는 실재한다"라면서 "온실가스 배출량을 크게 줄이지 않는다면 2100년 한반도 여름철 강수량은 10~15%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기후변화로 집중호우 같은 폭우는 더 자주 나타날 전망이다. 유엔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제6차 평가보고서에서 이번 세기말 지구 평균 강수량이 현재(1995~2014년)보다 5~10% 늘어날 것으로 봤다.

우리나라는 '온실가스를 현재와 유사하게 배출하는 시나리오'(SSP5-8.5)를 적용했을 때 1일 최대 강수량이 현재(2000~2019년) 113~182.4㎜에서 이번 세기 전반기(2021~2040년) 131.4~239.2㎜로 늘고 후반기(2081~2100년)에는 152.9~284.1㎜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상황이 이러자 한덕수 국무총리는 "행정안전부를 중심으로 각 부처와 지방자치단체는 기후변화 시대에 맞는 새로운 재난 대응체계 마련에 전력을 다해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기후변화로 인해 유례없는 재난재해가 빈발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처럼 기후변화가 실재하고 강수량 등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는 데는 사실상 이견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후변화시대에 사는 우리로서는 이제 산불, 폭염, 집중호우, 폭설과 한파 등 자연재해에 대해 과거 경험하지 못했던 최악의 상황을 염두에 두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특히 자연재해에 취약한 저소득층과 고령자 가구에 대한 대책을 세우는 것도 놓치지 말아야 한다. 기후변화 시대, 과거의 재난대응 패러다임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기후변화 시대 자연재해 대비를 위한 총체적인 계획과 대책을 세우기를 바란다. 

SNS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