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박지수] 검찰이 전 대통령 전두환의 비자금을 조사 중이다.

서울중앙지검 ‘전두환 일가 추징금 특별집행팀’(팀장 김형준 외사부장)은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장남 재국씨, 차남 재용씨, 막내 재만씨, 딸 효선씨 등 자녀들과 ‘비자금 관리인’으로 의심받고 있는 친형 전기환씨, 처남 이창석씨 등 친·인척 및 측근 사이의 자산거래 내역을 집중적으로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19일 확인됐다.

검찰은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을 관리해온 친·인척 및 측근들이 다시 이 돈을 수년에 걸쳐 재국씨 등 전 전 대통령의 네 자녀에게 이전시켜온 것으로 보고 있다.

전 전 대통령의 친·인척 및 측근이 비자금 상속의 경유지 역할을 했을 것이라는 얘기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정상적인 자산거래를 위장한 불법적인 자산 이전이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하고 있다.

경향신문이 시공사의 감사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2001년 시공사는 재국씨의 외삼촌인 이창석씨로부터 13억5000만원을 빌린 뒤 2006년까지 두 차례에 걸쳐 갚은 것으로 돼 있다. 시공사는 2007년에도 이씨에게 3억7500만원을 빌린 뒤 2011년까지 4차례에 걸쳐 3억2500만원을 갚았다.

특히 검찰은 재국씨 등에게서 압수한 미술품 수백점에 대한 분석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압수된 미술품에는 국내외 유명 예술가 48명의 작품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작가는 천경자·김종학·육근병·정원철·권여현 등이며 해외 작가는 이탈리아의 조각가 스타치올리와 프랜시스 베이컨 등이다. 검찰은 재국씨가 1995년 설립한 한국미술연구소가 미술품 구입 과정에 관여한 것으로 보고, 이곳에서 압수한 회계장부 및 각종 문건을 분석하고 있다.

검찰의 전방위 압박이 이어지면서 전 전 대통령 일가가 미납 추징금을 자진납부할지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검찰이 전 전 대통령 내외와 자녀, 친·인척, 측근을 상대로 수백점의 미술품 등 다량의 물품을 압수·압류한 것은 전 전 대통령 일가를 공개적으로 압박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압수수색과 압류 절차는 수사나 집행과정에서 당사자에게 가장 큰 심리적 충격을 주는 수단 중 하나”라고 전했다.

검찰은 추징금 집행 과정에서 범죄 혐의가 드러나면 수사로 전환할 수 있다고 밝힌 상태다. 예컨대 시공사의 압수물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재국씨의 횡령·배임·역외탈세·국외재산도피 등 혐의가 발견되면 즉각 수사로 전환해 형사처벌하겠다는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이날 “(전 전 대통령 측이) 추징작업에서 수사로 전환하기 전에 추징금을 내겠다고 하면 고려할 수는 있지만, 수사로 전환된 뒤에는 수사를 하지 않고 덮는다고 확실히 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말은 ‘수사로 전환하기 전에’ 알아서 미납 추징금을 내놓으라는 메시지로도 해석이 가능하다. 다른 검찰 고위관계자도 “전 전 대통령이 ‘가족회의’를 통해 정리할 것은 정리하고 가자고 결정하는 것이 가장 깔끔하다”며 “수사로 전환되면 추징금 집행과는 다른 문제가 된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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