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문선아 선임 에디터/ 디자인 이정선 pro]

거리적으로 가까운 위치에 있는 일본은 한국인들이 자주 찾는 관광지 중 하나다. 지난해 기준 한국인 방문객 100만 명을 넘었다는 대표적인 일본 관광지인 오사카에서 한국인을 위협하는 ‘혐한 범죄’가 급증해 주 오사카 총 영사관은 도톤보리 인근 야간시간대 통행 자제와 안전에 유의하라는 신변 안전주의보를 내렸다.

신변 안전주의보까지 내린 오사카, 그동안의 무슨 일이 벌어졌던 것일까?

■ ‘고추냉이 테러 사건’
지난 9월 오사카를 다녀온 한 관광객은 한 초밥집에서 "초밥집 직원들이 우리가 시킨 초밥에 일부러 와사비를 많이 넣어 그걸 먹고 고통스러워하는 우리를 비웃었다"라며 "직원끼리 '춍'이라는 한국인 비하 표현을 쓰면서 일본어로 수군댔다"고 밝혔다. '춍'은 일본인들이 한민족을 비하하거나 우습게 여기는 말로 일반적으로는 한국인을 낮춰 부르는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 ‘버스티켓 사건’
지난 4월 오사카의 버스회사 '한큐버스'의 매표소 직원이 한국인 관광객을 비하하는 행위를 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공분을 샀다. 한국 관광객이 버스표를 구매하는 과정에서 매표소 직원이 이름을 묻자 '김'이라고 짧게 답했고, 직원이 버스표에 그의 이름을 '김춍'이라고 표기했다. 일본 마이니치방송에 따르면 한큐버스 측은 "버스표를 발권한 직원은 20대 여성 사원이며 한국어를 잘 못하는 직원이기 때문에 악의는 없었다고 생각한다"고 해명했다.

■ ‘전철 방송 사건’
지난 10일 난바에서 간사이 공항까지 운행하는 오사카 난카이(南海) 전철에서 "오늘은 많은 외국인 승객이 승차하고 있어 (차내가) 매우 혼잡하므로 일본인 승객께 불편을 끼쳐드려 죄송하다"는 차별성 안내방송이 나왔다. 안내방송을 한 사람은 40대 남성 차장으로 논란이 커지자 난카이 전철 측은 11일 당시 전철에 탑승한 외국인 승객들에게 사과하고 안내방송을 한 차장을 징계처분 할 것이라고 밝혔다.

■ ‘10대 남학생 묻지마 폭행사건’
지난 5일 오사카의 유명 관광지인 도톤보리(道頓堀)에서 가족 여행차 일본을 방문했던 13세 한국인 남학생에게 건장한 일본 청년이 갑자기 발차기 공격을 했다는 증언이 국내 한 여행 커뮤니티에 올라왔다.

■ ‘한국 여성 욕설 및 비하 사건’
지난 12일 일본 오사카의 유명관광지 도톤보리를 여행하던 한국 여성 2명은 숙소를 나와 동영상을 촬영하던 중 일본인 청년 4명이 따라붙어 욕을 하고 희롱했다고 전했다. 실제 이들이 촬영한 영상에는 “한국 죽어라”라며 카메라를 향해 손가락 욕을 하는 남성들의 모습이 찍혔다.

이러한 신고들이 잇따르자 주오사카 총영사관은 11일 홈페이지 알림을 통해 “최근 오사카 대표 관광지 도톤보리에서 야간 시간대에 우리 국민이 피해를 당한 사례가 접수되고 있다”며 “특히 야간 시간대에 방문하는 분들은 안전에 유의해 달라”고 당부했다.

왜 일본에서 점차 ‘혐한 범죄’가 늘어나고 있는 것일까?

지난해 11월 외교부가 전 세계 14개국 성인남녀 5,6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조사 결과, 일본 국민의 59.7%가 한국에 대해 혐오감정을 가지고 있다고 답했다.

역사적으로 서로 얽히고 설킨 앙금이 많은 두 나라가 반일-혐한 감정을 갖는 것은 한두해 전 일이 아니지만 최근 들어 심각해지고 있는 이유는 일본 내부의 장기적인 경기 침체와 한국과 중국의 비상으로 인한 위기감이라고 전문가들은 전한다.

초창기 반한 운동을 이끌었던 일본 극우파들의 세력이 점차 젊은층에게도 확산이 되면서 사회에 대한 불만을 ‘반 한류’로 표출한다는 것이다. 또한 지난 2012년 이명박 전 대통령의 독도 방문 이후 한일관계가 급랭했으며, 혐한증 증폭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마지막으로 과거사를 제대로 교육받지 못한 젊은 세대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도 원인으로 보고 있다.

이처럼 오사카에서 ‘혐한 범죄’가 짙어지자 일본 오사카 시의회에서는 특정 집단에 대한 공개적 차별·혐오 발언인 헤이트 스피치를 금지하는 '인종차별 철폐 시책 추진 법안'를 추진했다. 조례안은 헤이트 스피치 피해자들이 피해 사례를 제기하면 대학 교수와 변호사들로 구성된 '오사카시 헤이트 스피치 심사회'가 발언 내용 등을 심사해, 발언 내용의 개요나 단체 이름을 오사카시 홈페이지에 공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헤이트 스피치를 금지하는 오사카 시의 조례는 일본 전체를 통틀어 처음이라 의미가 있다.

일본에서 돈을 쓰면서도 욕을 먹는 이상한 상황. 치졸한 방법으로 혐한을 실행하는 모습이 매우 불쾌하다. 양국이 외교적으로 이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얻을 손해가 매우 커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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