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은평구에 사는 홍모(18) 군은 몇 달 전 금연구역에서 담배를 피우다 단속반에 걸렸지만 과태료 5만원과 부모님에게 들킬 생각에 참담했다. 그러나 단속반원은 미성년자이기 때문에 과태료 절반인 2만 5000원만 낸다면 소식을 전해왔다. 결국 홍 군은 부모에게 들키지 않고 용돈으로 과태료를 납부할 수 있었다.

또 서울 성동구의 한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성모(17) 양은 “우리(청소년)에게 담배를 팔면 안 된다는 법은 있어도 담배를 피우면 안 된다는 법은 없지 않냐”며 “재수 없이 금연구역에서 담배를 피우다가 걸려도 학생이라 절반만 내면 된다는 것을 웬만한 애들은 다 알고 있다”고 말해 청소년들은 이 반값 할인을 이용하며 흡연단속에 대한 경각심도 잘 못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초구에 따르면 지난 6개월 동안 강남대로 및 금연구역에서 흡연을 하다가 과태료를 부과 받은 5492명 중 8.5%에 달하는 466명이 청소년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 중 민법개정으로 내년부터 성인으로 분류되는 만 19세를 제외하고도 상당수의 중ㆍ고등학생들이 흡연단속에 적발되고 있는 현실이다.

그러나 청소년들의 흡연문제를 실질적으로 단속할 법제도가 없는 현실에서 현재 부과되는 과태료마저 미성년자라는 이유로 반값(?) 할인되고 있다. 현행 질서위반행위규제법에서는 미성년자에게 과태료를 50% 감경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09년 법무부는 연령, 재산상태, 환경 등을 고려해 과태료를 산정토록 법을 개정했다. 흡연 과태료뿐만 아니라 모든 과태료 부과에 있어 경제적 약자인 기초생활수급자, 3급 이상 중증 장애인 등에게 50%의 금액을 경감해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개정된 수혜대상에 미성년자가 포함됐기 때문이다.

서초구 건강관리팀 관계자는 “법적으로 경감하도록 돼있는 부분을 어떻게 하겠냐”며 “현장에서 계도나 학교 측에 통보할 수 있는 여건도 되지 않아 난감할 뿐이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경찰 관계자도 “현실적으로 흡연 청소년들에게서 담배를 판매한 곳을 역추적하기가 어려워 청소년 흡연에 대해 뾰족한 대책이 없는 상황에서 일종의 계도장치가 될 수 있는 흡연 과태료 마저 반값 할인이 된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SNS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