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심재민 기자 | 네티즌들의 무분별한 신상 파헤치기와 악성 댓글로 인한 ‘마녀사냥’, 그로 인해 안타까운 목숨이 희생되는 사회 문제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온라인 카페에서 신상정보가 공개된 이후 항의성 민원에 시달리다가 극단적 선택을 한 김포시 공무원 사건과 관련해 김포시가 법적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이슈체크에서 2024년 3월 7일 뜨거운 이슈 <또 마녀사냥...악성민원 시달리던 김포시 공무원의 죽음>에 대해 팩트와 함께 알아보자.

# 도로 파임(포트홀) 공사에서 시작된 비극

지난달 29일 김포 도로에서 진행된 포트홀(도로 파임) 보수 공사. 이로 인해 일대에 극심한 정체가 빚어졌고 주변을 통행하는 차량들이 불편을 겪어야 했다. 그리고 불편이 이어지자 김포시를 향한 불편을 호소하는 민원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당일 오후 9시 40분께 온라인 카페에 김포한강로가 주차장을 방불케 한다며 무슨 일이 생겼는지 묻는 글이 올라왔을 때만 해도 A씨를 비난하는 글은 없었다. 그러나 한 누리꾼이 공사를 승인한 주무관이 A씨라며 그의 실명과 소속 부서, 직통 전화번호를 공개하자 A씨를 비난하는 글이 빗발쳤다. 온라인 카페에서는 '집에서 쉬고 있을 이 사람 멱살 잡고 싶네요', '정신 나갔네요. 2차로를 막다니', '참 정신 나간 공무원이네' 등 A씨를 성토하는 글이 잇따랐다.

# 항의성 미원에 시달리던 공무원, 숨진 채 발견

그렇게, 포트홀 공사로 인한 정체에 대한 항의성 민원에 A씨는 시달렸다. A씨 소속 부서 간부는 "A씨의 신상정보와 전화번호가 인터넷에 공개되면서 항의성 민원 전화가 계속해 걸려왔다"며 "A씨는 평상시에 동료들과 대화를 많이 하는 편인데 2∼3일 전부터 힘들어하면서 갑자기 말수가 적어졌다"고 전했다.

그리고 지난 5일 비극이 발생했다. 6일 인천 서부경찰서에 따르면 전날 오후 3시 40분께 인천시 서구 도로에 주차된 차량에서 김포시 9급 공무원인 30대 A씨가 숨진 채 발견된 것. A씨는 발견 당시 호흡과 맥박이 없는 상태였으며 차 안에서는 극단적 선택을 한 정황이 확인됐다. 앞서 경찰은 "A씨와 연락이 닿지 않는다"는 유족 측 실종 신고를 받고 동선을 추적하다가 A씨 위치를 파악했다.

이와 관련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다만, 경찰은 민원인들의 항의와 A씨 사망 간 인과관계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고 했다. 경찰 관계자는 “A씨의 유서는 따로 발견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유족들도 집단민원에 시달리고 있었다는 내용을 모르고 있었다”고 말했다.

# ‘서이초 교사 사건’ 얼마 안 됐는데...비판 잇따라

김포시 9급 공무원인 A씨가 숨진 채 발견되면서 이번 사건이 일파만파 퍼지기 시작했다. 누리꾼들은 "서이초 교사가 악성 민원으로 세상을 등진 사건이 얼마 안 됐는데 똑같은 일이 또 벌어졌다"라거나 "길 막힌다고 시청 일개 주무관에게 화풀이하고 공격한 사람들은 죗값을 받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유세연 김포시청 공무원노동조합 위원장은 "포트홀 보수로 차가 막힌다는 이유로 공무원 개인의 신상 정보와 전화번호를 공개하고 욕설과 함께 인신공격성 발언을 했다"며 "담당자는 계속된 항의 전화로 정신적 고통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포트홀로 안전사고도 발생할 수 있는 만큼 빨리 조치해야 하는데 보수공사 책임을 공무원의 개인 치부로 몰아갔다"며 "다시는 특정 공무원 개인을 집단으로 공격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 해당 카페, “신상 털기와 마녀사냥식 댓글 인지 못해”

A씨의 사망 소식이 전해지자, 해당 카페 운영자는 공지글을 통해 “안타까운 소식에 저희 카페가 관련돼 있다는 점에 뭐라 말할 수 없는 죄책감과 슬픔이 밀려온다”며 “단순한 민원성 게시물로 판단해 신상 털기와 마녀사냥식 댓글을 인지하지 못했다”고 사과했다. 그는 또 “저와 운영진 모두 돌아가신 주무관님께 죄송한 마음”이라며 “앞으로 이런 게시물이나 댓글을 잘 살피고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이겠다”고 했다.

# 김포시, 법적 대응에 나서기로...재발 방지책 시급

이처럼 항의성 민원에 시달리다 온라인 카페에서 신상정보까지 공개된 공무원이 숨진 가운데 김포시가 누리꾼들을 상대로 법적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경기도 김포시는 온라인 카페 누리꾼들을 경찰에 고발하기로 내부 방침을 정했다고 6일 밝혔다.

시는 현재 자문 변호사와 함께 고발장에 적시할 구체적인 혐의를 검토하고 있으며, 관련 증거 자료도 모으고 있다. 시는 숨진 30대 공무원 A씨를 상대로 작성된 신상정보 공개 글이나 인신공격성 게시글 등을 수집했으며, 민원 전화 통화내용도 확인한 것으로 파악됐다. 공무원 노조 등에 따르면 A씨의 자택 개인 컴퓨터에는 '직장에서 하는 일이 힘들다'는 글이 다수 남겨져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는 고인에게 애도의 뜻을 전하기 위해 시청 본관 앞에 추모 공간을 마련해 오는 8일까지 운영하기로 했다. 또 공무원 민원 대응 매뉴얼을 보강하고 트라우마 치료를 위한 심리 상담 프로그램을 강화하는 등 재발방지책도 마련할 계획이다.

김포시청 공무원 노동조합은 성명서를 내고 "개인 신상 좌표 찍기 악성 댓글과 화풀이 민원에 생을 마감한 지금의 상황이 참담하다"며 "노조는 유족의 의견을 존중하며 법적 대응 등 유족의 결정에 따라 시와 힘을 합쳐 재발 방지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네티즌들의 냄비 물 끓는듯한 마녀사냥. 이로 인한 안타까운 희생은 계속되고 이제는 꼭 유명인이 아니더라도 그들의 사냥감이 되고 있다. 특히 연이은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지만 무분별한 신상털기와 마녀사냥은 계속되고 있어 심각한 상황이다. 더 이상의 안타까운 희생을 막기 위한 철저한 재발 방지 대책에 대한 고심이 절실한 상황이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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