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양원민 기자 / 디자인=김선희 proㅣ구매를 하기 위해서 반드시 매장에 가야만 했던 시절. 소위 요즘 10대들은 이 자체의 말을 이해하지 못할 정도로 세상은 많이 변했다. 그만큼 구매할 수 있는 채널이 다양해졌고, 특히 스마트폰으로 간편히 결제해서 배송받는 것은 대체불가의 정도로 우리의 삶을 편리하게 만들었다. 

구매 채널만 변한 것이 아니다. 넘쳐나는 브랜드와 제품들은 갈수록 많아지고 있고, 그 어느때보다 소비자들의 선택지는 많아지고 있다. 그리고 우리는 이런 어려운 선택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디토소비’를 선택하고는 한다. 

‘디토소비’란 ‘마찬가지’, ‘나도’라는 뜻을 가진 영단어 ‘Ditto(디토)’와 소비가 합쳐진 용어로, 특정 인물이나 콘텐츠, 유통 채널 등을 추종해 제품을 따라 구매하는 소비 트렌드다. ‘디토소비’는 과거 자신의 취향에 대한 고려 없이 단순히 유명 스타나 인플루언서를 맹목적으로 따라했던 과거의 ‘모방소비’와는 달리, 자신과 외형이나 취향, 가치관이 비슷한 인플루언서가 구매한 제품을 따라 사거나, 해당 분야의 전문가가 추천한 제품을 그대로 구매하는 것이다. 

‘디토소비’가 확산된 데에는 상품의 종류와 유통 채널, 정보가 다양해짐에 따라 소비자에게 주어지는 선택지가 과잉되면서 오히려 특정 제품을 선택하기가 어려워진 게 배경이라는 분석이 있다. 미국의 벤처투자가이자 작가인 패트릭 J. 맥기니스는 SNS의 확산과 지나친 풍요가 결합되며 FOBO(Fear Of Better Options)증후군이 등장했다고 지적한다. 이는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었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뜻하며 본인이 탐색하고 검색하여 선택한 제품이 실패할까 두려움이 생기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불안은 최종 결정까지 더 오랜 시간을 허비하게 하며, 선택한 뒤에도 미련이 남게 한다. 

또 선택 옵션이 많아진 만큼 시간의 가치가 높아진 것도 중요한 이유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의 대표 칼럼니스트 나카무라 나오후미는 디지털 기술이 인간을 편리하게 만든 동시에 정보의 양을 폭발적으로 늘렸다고 분석한다.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 많아진 반면 시간은 여전히 한정되어 있기에, 최적의 선택을 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아울러 정보 과잉, 제품 범람의 시대가 도래했고 상향 평준화된 품질이 넘쳐나 브랜드 제품만 고집할 이유도 사라졌다. 같은 품질이라면 하나의 브랜드를 선택하는 것이 아닌 비교적 저렴하며 합리적이라고 판단되는 것을 때에 따라 선택하는 소비자가 증가한 것이다. 맥킨지 조사에 따르면 최근 소비자는 빠른 속도로 브랜드를 바꾸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실제 새로운 브랜드를 시도한 미국 소비자는 2020년 9월 33%에서 2022년 2월 46%로 13%나 증가했다. 

이렇듯 브랜드 충성도가 떨어지는 시점에서, 제조사나 브랜드를 따지기보다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콘텐츠·커머스를 추종하는 것이 하나의 제품 결정 방식이 됐다. AI와 빅데이터, 알고리즘으로 제품을 추천받는 걸 넘어 소비자의 까다로운 기대 수준을 맞추기 위한 다양한 요소들이 전보다 더 중요해진 것이다.

제품력이 상향 평준화된 만큼 기업 입장에서는 품질만으로 ‘디토소비’를 이끌기 어렵다. 디토소비자는 사람·콘텐츠·커머스가 내린 상품 해석에 암묵적으로 동의한 후 구매하는 것이기에, 제품력을 뛰어넘고 소비자를 설득할 수 있는 기업·브랜드 철학과 차별화된 관점이 필요하다.

다만, 이러한 ‘디토소비’는 소비자가 제품을 탐색하는 데 들이는 시간과 노력을 절약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고, 품질의 상향평준화를 이룩하며, 살아남기 위해 브랜드들이 정체성을 찾아가는 긍정적인 모습이 있디. 그러나 여전히 모방소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

SNS 기사보내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