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정혜인 기자 | 부산 방문 도중 목 부위를 흉기로 습격당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오늘(3일) 서울대병원 중환자실에서 이틀째 회복 치료받고 있다. 이 대표는 전날 내경정맥 손상을 입어 부산대병원에서 응급 치료를 받고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돼 2시간가량 혈전 제거를 포함한 혈관 재건술 등의 수술을 받았다. 2024년 1월 3일 뜨거운 이슈 <이재명 대표 피습 사건과 그 여파>에 대해 팩트와 함께 전달한다.

# 민주당의 입장
민주당은 최고위 명의의 입장을 통해 “이 대표에 대한 정치 테러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며 “한 점 의혹 없이 수사를 통해 사건의 진상을 명명백백하게 밝혀줄 것을 강력하게 촉구한다”고 어제 오후 밝혔다. 특히 정청래 최고위원은 “민주당은 야만적인 테러와 어떠한 위협에도 굴하지 않고 국민과 함께 흔들림 없이 나아가겠다”며 “당 지도부는 차질 없이 당무를 집행해 가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3일 오전 국회에서 비상 의원총회를 열어 이재명 대표의 피습과 관련한 대책을 논의했다. 민주당은 이날 의원총회에서 전날 부산 가덕도 신공항 부지 방문 일정 중 이 대표가 습격당한 경위와 수술 예후 등을 공유했다.

이재명 대표의 빈자리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대표의 빈자리 [사진/연합뉴스]

# 정치권 행보 일시 정지
이재명 대표의 피습을 계기로 더불어민주당 내홍이 잠시 소강상태에 접어들며, 이 대표의 거취 등을 둘러싼 논쟁이 정치 도의상 부적절하다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비명(비이재명)계 한 의원은 “이 상황에서 이 대표가 물러나야 한다는 말을 어떻게 하겠나”라며 “이 대표의 상황을 보고 결정하지 않겠나”라고 오늘 말했다.

이달 초 탈당 및 창당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예상됐던 이낙연 전 대표의 행보에도 같은 이유로 제동이 걸렸다. 언론 인터뷰 등으로 공개 행보를 활발히 해오던 이 전 대표는 이날 공식 일정을 잡지 않았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도 일부 일정을 취소했다. 앞서 한 위원장은 어제 오전 대전 국립현충원을 참배하고 대전시당 신년 인사회에 참석한 뒤 대구로 내려갔다. 그는 대구에서 열리는 대구시당·경북도당 합동 신년 인사회에만 참석했다. 참석 예정이었던 매일신문 주최 ‘2024 대구·경북 신년교례회’에는 참석하지 않고 서울로 돌아왔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사진/연합뉴스]

# 국민의힘 ‘언행 주의’ 당부
마찬가지로 국민의힘도 일정을 취소하며, 소속 의원들에게 ‘언행 주의’를 당부하기도 했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들에게 보낸 알림 메시지를 통해 “이 대표 쾌유 기원 외 불필요한 발언은 자제해 줄 것을 당부한다”고 말했다. 여야는 어제 오후에 예정됐던 민생법안 논의 기구 ‘2+2 협의체’ 회의도 취소했다. 양당 정책위의장과 원내 수석부대표가 참여하는 이 회의는 매주 화요일 열려왔다.

오늘 열릴 예정이었던 대통령실 신년 인사회도 민주당과 정의당 지도부 모두 불참하면서 영향을 받았다. 민주당은 당초 이 대표가 참석 여부를 고심하고 있었으나 피습으로 불가능해졌고, 홍익표 원내대표는 3일 오전 이 대표 피습에 따라 열리는 비상 의원총회를 주재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원내대표실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내일 의원총회도 있고, 여러 사정상 홍 원내대표가 참석할 시간이 안 될 것 같다”고 설명했다.

# 피습 현장에 있던 경찰...‘경호’ 안된 이유
이 대표가 습격당할 때 주변 현장에는 부산 강서경찰서 소속 기동대 1개 제대 23명과 형사 등 직원 26명을 포함해 총 50여 명이 경비를 위해 배치됐다. 그러나 관련 규정상 이 대표가 경찰의 밀착 경호 대상이 아니었던 데다 피의자가 지지자로 위장한 탓에 갑작스러운 습격을 막아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배치된 경찰 병력은 주로 경비·형사 인력으로 구성돼 '경호' 전담 인력은 아니다. 경찰 경호규칙에 따르면 4부 요인 정도만 평시 경호 대상이고 정당 대표 등 정치인을 대상으로는 평시 별도 경호팀이 운영되지 않는다. 경호 대상 등 구체적인 경호규칙 내용은 보안상 기밀이다. 이날 이 대표 일정과 관련해선 주변 경비 요청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가 습격당할 당시 경찰관들이 주변에 있었지만 안전 관리와 질서 유지 등에 초점을 맞췄기에 범행을 막기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

체포되는 민주당 이재명 대표 공격 피의자 [사진/연합뉴스]
체포되는 민주당 이재명 대표 공격 피의자 [사진/연합뉴스]

# 정치인 경호 범위 확장 필요성
정치인에 대한 공적 경호 범위를 넓히려는 움직임은 과거에 있었으나 실현되지는 않았다. 2006년 당시 한나라당 대표였던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방선거 유세 지원 중 괴한으로부터 커터 칼로 습격당한 일을 계기로 국회에서 요인경호법 제정안이 발의됐다.

제정안은 주요 정당의 전당대회에서 대선 후보로 선출된 이후부터 후보자가 경찰의 경호를 받을 수 있도록 명시했으며, 대선 경선 후보 등 주요 정치인의 경우도 각 정당의 요청이 있을 경우 경호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국회 심의 과정 중 정부와 여야 간 이견으로 처리가 무산됐다.

# 당 대표 등 ‘전담보호팀’ 가동
경찰은 이재명 대표 피습 사건을 계기로 당대표 등 주요 인사 대상 ‘전담보호팀’을 구성해 조기 가동하기로 했다. 경찰청은 이날 전국 시도청에 이런 내용을 포함한 주요 인사 신변 보호와 우발 대비 강화 대책을 지시했다.

본래 관련 규정상 경찰은 공식 선거운동 기간(선거일 전 14일)에 당대표 등에 대해 별도 신변보호팀을 운영한다. 제22대 총선의 선거운동 기간은 3월 28일부터인데, 이 대표 피습을 계기로 보호팀을 조기 가동하기로 한 것이다.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되는 이재명 대표 [사진/연합뉴스]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되는 이재명 대표 [사진/연합뉴스]

# 보호팀 운용 계획
경찰은 시도청별로 주요 정당 당대표 등의 신변을 보호하는 ‘주요 인사 전담보호팀’을 구성해 피습 등 우발 상황에 철저히 대비할 계획이다. 보호팀은 기동대 1∼3개 부대(60∼180여 명) 규모로 꾸려지고 시도청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운용한다. 주요 공개 일정이 있을 때 정당 측과 협의해 신변 보호 활동을 하게 되며, 24시간 밀착해 전담하는 경호 인력과는 구분된다.

경찰은 당대표 등 주요 인사 방문 시 당 측과 협의해 사전에 안전대책을 수립하고 핫라인을 구축할 방침이다. 방문 현장에는 형사팀, 기동대 등 정복·사복 경력을 적극 배치해 위해 요소를 차단하고 관할 서장 등 지휘관이 직접 현장에 나와 책임 지휘를 한다.

# ‘이재명 급습 사건’ 수사 진행
부산지검은 2일 이원석 검찰총장의 지시에 따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피습 사건과 관련한 특별수사팀을 구성했다. 특별수사팀 팀장은 박상진 1차장, 주임검사는 김형원 공공수사부장이 맡는다. 공공수사 전담부서와 강력사건 수사 전담부서 4개 검사실로 꾸렸다. 검찰 관계자는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수사 초기 단계부터 경찰과 긴밀하게 협력해 신속하고 철저하게 진상을 규명하고 관련자를 엄정하게 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대표 습격 60대 사무소 압수수색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대표 습격 60대 사무소 압수수색 [사진/연합뉴스]

# 피의자 자택·직장 압수수색
부산경찰청은 3일 오후 1시 30분께 피의자 김모(67) 씨의 충남 아산 자택과 김 씨가 운영해 온 공인중개사 사무소를 압수수색 했다. 앞서 이날 새벽 경찰은 부산지법으로부터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은 상태였다. 부산경찰청 소속 수사관 25명은 김 씨 자택과 사무실에서 김 씨가 평소 사용한 컴퓨터 등을 확보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번 압수수색 목적이 범행 증거 자료나 범행 동기를 확인할 수 있는 자료 확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리고 압수한 자료를 분석해 계획범죄 여부 등을 조사할 계획이다. 한편, 김 씨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시한은 4일 오전이다

# 계획 범죄 정황
수사 과정에서 김 씨가 사전에 범행을 치밀하게 준비한 정황이 곳곳에서 드러났다. 김 씨가 사용한 흉기에 대해 경찰은 범행을 위해 사전에 개조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한 경찰은 김 씨가 경남과 부산 등을 순회하는 이 대표 방문지를 따라다닌 정황이 있는 것으로 보고 구체적인 동선을 조사하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김 씨는 범행 전날인 1일 오전 부산에 도착했다가 울산으로 간 뒤 범행 당일인 2일 오전 부산에 온 것을 확인했다. 그는 지난달 13일 부산에서 열린 민주당 부산지역 전세사기 피해자 간담회 현장 인근에서도 목격됐다.

경찰은 휴대전화 포렌식 조사도 진행해 김 씨의 범행 동기와 계획범죄 여부 등을 밝힐 예정이다.

부산경찰청으로 압송되는 이재명 흉기 습격 피의자 [사진/연합뉴스]
부산경찰청으로 압송되는 이재명 흉기 습격 피의자 [사진/연합뉴스]

# 피의자의 당적
피의자 김 씨가 한때 민주당 당적을 가졌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가 있었다. 김 씨의 당적에 대한 논란이 확산하는 가운데 경찰이 정당법에 따라 강제 수사에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부산경찰청 수사본부는 법원으로부터 영장을 발부받아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당원명부에 김 씨가 있는지를 조사 중이다.

현행 정당법에서는 범죄 수사를 위해 당원명부를 조사할 수 있는데 법원 영장이 있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경찰은 피해자가 제1야당 대표인 만큼 범행 동기를 밝히는데 피의자의 당적을 중요한 고려사항으로 보고 있다.

정치인은 물론 누구에게나 폭력은 심각한 범죄이자,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는 일이다. 이에 자신과 타인의 정치적 입장이 같지 않아도 존중하는 것을 근간으로 하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이러한 일이 발생한 데 대해 개탄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4월 총선을 앞두고 진영 대립이 거세지는 상황, 더 이상 유사 사건이 발생하지 않길 바라며 이 대표의 쾌유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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