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연기를 공부하고 무대에 선지 2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심청이 인당수 입궐 완료! 아직도 고등학교 시절 첫 공연의 첫 대사가 선명히 기억납니다. 그 설렘과 연기에 대한 초심은 지금도 무대라는 공간에 있게 해주었고 포기하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차분한 분위기의 대화 속에서도 연기에 대한 그의 치열한 열정과 숙고가 그대로 전달되는 배우 조덕현의 이야기.

“저는 고등학교 때부터 연기를 했어요. 안양예고 연극영화과 대표도 2년간 맡았었죠. 그리고 중앙대학교 연극학과에 진학하였습니다. 학창 시절부터 비중이 적은 역부터 주인공까지 역할을 맡아 활동했고, 다수의 작품의 연출을 맡았어요. 훌륭한 선생님, 선후배 등 여러 동료와 함께 공연을 통해 동료간 진실함의 중요성을 배웠어요. 그리고 다양한 시각에서 작품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배우 조덕현이 연기에 입문한 것은 무려 20년이 넘었다. 그는 안양예술고등학교 연극영화과, 중앙대학교 예술대학 연극학과를 졸업 후 영화 ‘치즈인더트랩’, ‘차를 마시는 시간’, 연극 ‘김이박최’, ‘무무’, ‘헬리혜성’, 뮤지컬 ‘모래시계’, ‘니고데모’ 등 다양한 작품에 출연하며 필모그래피를 쌓아가고 있다.

그러나 배우의 직업 특성상 작업 사이의 빈 시간 동안 찾아오는 불안함 등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그럼에도 조덕현은 배우가 아닌 스스로를 상상해 본 적이 없다.

“졸업 후 연극에 많은 힘을 쏟았습니다. 배우와 연출을 두루 경험하면서, 작품에 대한 다양한 해석 방법과 통합적 구성의 중요성을 익혔습니다. 그렇지만 이 시기 함께 연기했던 동료들이 영화와 드라마 등 영상매체 작품을 통해 큰 인지도를 얻어 나갔습니다. 그러다 보니 저는 상대적으로 점차 연기 공백이 생기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이 생기더라고요. 약간의 조바심이 있었지만 저만의 세계를 구축하기 위한 훈련의 시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또 연기를 여러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학교와 교육현장에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나의 연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은 언제나 변함없었습니다.“

연기에 대해 그 누구보다 순수한 진심으로 임해 왔지만 녹록지 않았던 현실. 미래에 대한 많은 고민으로 흔들릴 때마다 그가 끊임없이 연기자의 길을 걸어가는데 힘이 되어준 존재들이 있었다.

"고등학교 시절, 연기 새싹인 제게 가르침을 주시고 훈련시켜 주신 선생님의 말씀입니다. '진실을 탐구하는 학구적인 배우가 되어라. 연구하고 마음을 다해 그 배역을 대해라.' 이 말씀이 이렇게나 어려운 숙제임을 당시엔 몰랐어요. 하루를 쉬면 이틀을 퇴보한다는 선생님의 가르침을 늘 마음에 품고, 배역과 대상에 대해 항상 탐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조니 뎁 배우를 좋아하는데, 캐리비안의 해적의 잭 스패로우 역할을 맡았을 때 하신 인터뷰가 인상적이었어요. 요약하자면 사람들이 조니 뎁이 노숙자같이 보이지만 향기롭다고 칭찬한다는 내용이었어요. 물론 단순하게 그 분의 향수 이야기였을지도 모르지만, 저에겐 향기롭다는 말이 이 배우의 분위기와 에너지를 묘사한 것과 같이 다가왔거든요. 배우로서 나의 분위기와 향기는 무엇인지를 생각하면서 더욱 치열하게 제 연기와 저를 바라보려 노력하고 있어요.”

그의 진심 어린 인터뷰에서 연기에 대한 고찰이 우러나온다. 현실과의 타협이 아닌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하기 위해 포기하지 않고 끊임없이 노력하고 훈련하는 배우 조덕현. ‘즐기는 자를 이길 수 없다’ 라는 말이 있다. 탐구의 과정 마저도 즐기는 조덕현은 지금도 끊임없이 공부 중이며 꿈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이 과정이 힘들지만 이토록 즐거운 줄도 몰랐습니다. 배역을 헤아리고 몰입하면서 자유로운 소리와 움직임을 결합하였을 때 무척 행복합니다. 우리 ‘삶’은 무대란 순수한 공간 속 대상들 간 어우러짐을 알아가는 과정이란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무대가 바로 제가 살아가고 있는 세상이라 생각하기에 저는 그 안에서의 적확한 역할을 해내는 인물이 되고자 합니다. 창의력과 상상력, 그리고 저만의 향기를 가진 배우로서 더 많은 분들에게 다가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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