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양원민 기자 | 한국의 대표적인 문화유산인 서울 경복궁 담벼락이 지난 16일과 17일 양일간 스프레이 낙서로 훼손됐다. 연속된 문화재 훼손에 국민들이 ‘숭례문 방화 사건’을 떠올리기도 했는데, 이번 사태들로 정부는 문화재 훼손을 ‘중대범죄’로 인식하고 엄중히 처벌하겠다는 입장을 강조하고 있다. 2023년 12월 19일 가장 뜨거운 이슈인 <경복궁 담벼락 낙서 테러 등 ‘문화재 훼손’...외국은?>에 관해 팩트와 함께 전달한다.

#경복궁 담벼락 낙서 테러
지난 16일 경복궁 서문·담장 44m에 스프레이 낙서 테러 사건이 발생했다. 문화재청에 따르면 16일 오전 1시 50분께 누군가가 경복궁 서쪽의 영추문 좌·우측, 국립고궁박물관 주변 쪽문 주변에 스프레이를 이용해 낙서했다. 훼손 범위는 가로길이만 44m가 넘으며, 붉은색과 푸른색 스프레이로 ‘영화꽁짜’, ‘△△△티비’ 등 불법 영상 공유 사이트를 뜻하는 것으로 보이는 문구가 반복적으로 큼지막하게 적혀있었다. 경찰은 택시 승하차 기록 등을 확보해 용의자들의 신원과 행적을 어느정도 구체적으로 확인했으며 조만간 신병 확보에 나설 방침이다.

16일 낙서 테러 이후 순찰을 강화했는데, 다음날인 17일 경복궁 담벼락이 또다시 낙서 테러를 당했다. 새로운 낙서가 발견된 곳은 이미 낙서로 훼손돼 문화재청이 복구 작업 중이던 영추문 좌측 담벼락으로 길이 3m·높이 1.8m에 걸쳐 훼손됐다. 새 낙서는 붉은색 스프레이로 특정 가수와 앨범 이름이 쓰인 것으로 알려졌다. 두 번째 낙서범은 18일에 서울 종로경찰서에 자진 출석해 우선 약 6시간 동안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

이를 복원하기 위해 문화재청은 화학 약품 처리, 레이저 세척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세척에 나설 계획이다. 스프레이 흔적을 지우는 데는 최소 일주일 정도 걸릴 것으로 전망되며, 추운 날씨가 이어지는 가운데 스프레이가 석재에 일부 스며들어 작업이 쉽지 않다고 한다.

숭례문[사진/서울특별시청]
숭례문[사진/서울특별시청]

#문화재 훼손 과거 사례 1 : 숭례문 화재
문화재 훼손 사건의 대표적인 예로는 2008년 숭례문 화재 사건이 있다. 당시 우리나라 국보 제1호인 숭례문의 화재 소식에 우리나라 국민들이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2008년 설날의 마지막 연휴, 토지 보상에 불만을 품은 한 노인의 방화로 숭례문이 불타기 시작했다. 소방관이 화재 직후 현장에 도착했지만, 상부 지붕 속까지 옮겨 붙은 불이 완전 진화가 되지 않았고, 결국 다음 날 오전 2층 문루가 무너지며 결과적으로 상층부의 90%가 훼손됐다.

숭례문은 2010년 2월 10일 화재 2주기를 맞아 착공식을 거행하며 복구 작업의 시작을 알렸다. 150여 명의 국민에게 기증받은 소나무로 전통방식을 통해 3년 여간 복구한 결과 2013년 4월 29일 우리 곁에 다시 돌아왔다.

경복궁 담벼락에 '영화공짜' 스프레이 낙서[연합뉴스 제공]
경복궁 담벼락에 '영화공짜' 스프레이 낙서[연합뉴스 제공]

#문화재 훼손 과거 사례 2 : 언양읍성, 영월루 낙서
지난 2017년 9월에는 40대 남성이 사적 제153호인 울산시 울주군 언양읍성 성벽과 주변 학교 등에 붉은색 스프레이로 낙서를 했다. 성벽 70여m 구간에 욕설과 미국을 비하하는 글귀 등을 적어넣었다. 성벽 복원에는 2,700만원이 들었다.

2022년 1월에는 경기 여주시의 경기도 지정문화재인 영월루(迎月樓) 10여 군데가 검은색 스프레이 낙서로 훼손되기도 했는데, CCTV를 추적한 결과, 10대 청소년 2명의 소행으로 밝혀졌다.

낙서 제거 작업하는 문화재청 관계자들[연합뉴스 제공]
낙서 제거 작업하는 문화재청 관계자들[연합뉴스 제공]

#문화재 훼손, 처벌을 위한 법적 근거
문화재청은 지난 2020년 6월 문화재보호법과 문화재 수리 등에 관한 법률 제·개정안 6건을 공포했다. 현행 문화재보호법은 사적 등 지정문화유산에 글씨, 그림 등을 쓰거나 그리거나 새기는 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규정하며, 이를 어길 시 원상 복구를 명하거나 관련 비용을 청구할 수 있다. 또 문화재보호법 제99조에는 문화재를 훼손했을 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실제 처벌은?
숭례문 방화범은 당시 70대 남성이었는데, 문화재보호법 위반으로 징역 12년형이 구형되었다. 1심에서 10년형을 선고받았고 항소했으나, 고등법원이 원심의 10년형을 확정해 복역했다. 언양읍성에 낙서했던 40대 남성은 문화재보호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정부는 이번 경복궁 담장 낙서 테러들도 용의자들에 대해 문화재보호법에 따른 구상권 청구나 형사처벌적인 부분을 전면적으로 검토해 강력하게 대응할 계획이다.

콜로세움[사진/pixabay]
콜로세움[사진/pixabay]

#‘신원 공개’ ‘징역 10년’ 해외사례
지난 7월에는 이탈리아 수도 로마의 2천년 된 유적 콜로세움은 관광객들에 의해 꾸준히 몸살을 앓고 있다. 스위스, 독일에서 온 10대 청소년들이 벽면을 긁거나, 영국 커플이 벽면에 동전으로 이름을 새기는 등의 일이 비일비재하다. 적발된 사람들의 신원은 공개되며, 훼손 혐의로 유죄가 확정되면 최소 1만5천 유로(약 2천150만원)의 벌금과 최대 5년의 징역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

지난 9월에는 ‘지름길을 내기 위해서’라는 어처구니없는 이유로 굴착기를 사용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만리장성을 훼손한 중국인 2명이 당국에 체포됐다. 또 지난 11월엔 중국에서 1400년 된 고대 불상에 마을 주민들이 페인트칠해 옷을 입히는 황당한 일도 벌어졌는데, 용의자들은 자신의 소원이 이루어져 감사를 표현하기 위한 것이라고 진술했다. 중국에서 문화재 훼손 범죄가 잇따르자 검찰까지 나서서 경고했고, 문화재 훼손에 따른 처벌 영상까지 제작했다. 중국에선 문화재 훼손 시 정황이 엄중하면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작정하고 일으키는 사건에는 어떠한 방법으로도 완전히 대항하기는 어렵다. 이러한 사건들을 최소화하고 대응할 수 있으려면, 국가와 시민들이 함께 협력해 문화재를 보호하고 감시해야 한다. 또 문화재 복구나 낙서를 지우는 데에는 큰 비용과 많은 인력이 요구되는데, 복구하더라도 원형과는 이미 다른 것이며, 수백 년의 시간은 그 무엇으로도 살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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