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2월 6일부터 12월 18일까지 박용일 작가의 초대전이 개최된다며 이번 초대전은 ‘갤러리 H’에서 진행되며 갤러리 4층 전관을 모두 사용하는 대규모 전시라고 밝혔다. 

홍경한 미술평론가의 평론 일부를 발췌해 소개하면 ‘보따리’(褓따리)는 보자기에 물건을 싸서 꾸린 뭉치지만 우리에게 보따리는 추억을 상징하는 물건 중 하나이며, 행복을 떠올리는 사물로도 꼽힌다. 여전히 많은 이들은 어린 시절 이사를 다닐 때 부모님이 싸주신 보따리를 들고 다녔던 기억을 갖고 있고, 예의를 갖춰야할 명절이나 결혼식 등의 기념일 선물의 경우 보따리에 싸서 주는 풍습이 있다. 이 밖에도 보따리는 한국의 전통적인 문화에서 지혜를 상징하는 물건이기도 하다. 옛 사람들은 그것에 삶의 지혜로운 이야기와 속담 등을 담아 전해주곤 했다.

이와 같이 보따리는 한국의 문화와 역사, 생활상에 자주 등장해 왔다. 그것은 본래 물건을 운반하거나 보관하는 데 사용되었지만 시대에 따라 다양한 상황에서도 활용되어 왔음이 사실이다. 물론 전통적 가치와 현대적 미(美)가 결합되어 예술적 영감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보따리를 주요 소재로 한 예술작업 역시 드물지 않다. 예술가들은 일상적인 용도에서 벗어나 그것이 지닌 다양한 의미와 가치를 재해석하기도 하고, 역사적, 문화인류학적인 탐구를 위한 소재로도 활용했다.

그렇다면 작가 박용일의 보따리는 어떤 함의를 지닐까. 혹자는 그의 보따리 속에 담긴 것에 다양한 상상으로 접근한다. 이왕이면 동시대인들이 그토록 염원하는 ‘부(富)’와 ‘복(福)’, ‘행운’과 같은 길상의 의미가 있길 바란다. 작가는 상관없다 여긴다. 어떻게 받아들이든 저마다 풀이는 다를 수 있기에 그러한 바람만으로도 보따리의 의미는 완성된다고 본다.

하지만 작가가 보따리에 담고 싶은 것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건 바로 세상에 기여하는, 삶을 보다 기름지게 하는 ‘이야기’(들)에 있다. 이는 “나는 사람들이 바라는 것처럼 복이나 돈이 들어 있는 보따리를 그리진 못하지만 누군가의 더 아름다웠던 그 날을 추억하는데, 아픈 영혼의 상처를 치유하고 차가운 현실을 견디는데, 달콤한 미래를 상상하는데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A Small, Good Thing) 보따리이길 바란다.”는 작가의 말에서 잘 드러난다. 따라서 박용일의 보따리는 실체적 사물이면서 동시에 세상의 많은 화제를 포박하는 거푸집이라 해도 무방하다.

그것들은 속을 드러내지 않기에 무한하며, 무한함은 오히려 인간의 삶에서 바라는 모든 연유를 포용하기 때문이다. 그 포용 속에는 당대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명사들도 들어서 있다. 여기서 말하는 명사란 인간 소외와 갈망, 결핍을 비롯한 생과 사, 이타심, 배려, 연민 등이다. 이방인처럼 부유하는 도시민의 ‘현실’을 담은 그릇이자, 시대적 사안도 빼놓을 수 없다. 따뜻한 말과 행동으로 괴로움을 덜어주거나 슬픔을 달래주고픈 위로, 편안함과 위태함을 걱정하는 안위, 어렵고 힘든 상황에도 불구하고 기대하는 아름다운 미래 등도 예외로 두지 않는다.

관계자는 “이번 전시에서는 대형 걸개그림을 포함해 무려 50여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실험적인 작업물들도 다수 공개되어 자유롭게 해석해 볼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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