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정혜인 기자 / 디자인=김선희 proㅣ길을 거닐다 보면 간혹 길거리에서 숙박을 해결하고 있는 사람을 마주칠 수 있다. 저마다의 사연이 있겠지만, 보통 고정적인 거주지가 없어 외부에서 잠을 청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최근 프랑스에서 이렇게 길거리 생활을 하는 ‘아동’들이 늘었다고 한다.

밖에서 숙박을 해결하는 어린이, 일명 ‘노숙 아동’이 급증한 것이다. 지난 2일(현지시간) 르파리지앵은 유니세프와 연대행동연합(FAS)의 집계상 지난달 초 기준 약 2천 822명의 아동이 거리 생활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그 전 달에 비해 42%나 늘어난 수로, 사회연대기금의 나탈리 나투르는 “이 수치는 전례 없는 규모”라고 말했다. 이어 “예년과 달리 많은 한부모 가정, 특히 엄마와 아이들만 있는 가정이 긴급 구조대(115)로 도움을 요청하기 전 이미 거리에 나와 있다는 것도 확인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심지어 집계된 어린이 중 700명가량은 3살 이하의 유아이다. 

‘노숙자’라고 부르는 기준은 국가마다 조금씩 상이하지만, 큰 틀은 비슷하다. 우리나라의 경우, 상당 기간 일정한 주거 없이 생활하는 사람, 노숙인 시설을 이용하는 사람 그리고 사우나와 쪽방 등 주거로서의 적절성이 현저히 낮은 곳에서 생활하는 사람을 노숙자라고 부른다. UN을 비롯한 다른 나라도 ‘정규적 주거’가 없는 사람을 노숙자라고 정의한다.

노숙 생활을 하게 되는 경위는 굉장히 다양한데, 그중에서는 재정적인 이유가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한다. 실직, 사업 실패, 파산, 임대료 연체 등의 사건은 결국 경제적인 결핍으로 이어진다. 이런 이들을 위한 임시 거처 부족도 상황을 악화시키는 데 영향을 미친다. 

파리 지역 긴급 구조대의 바네사 브누아 대장은 “9월 초부터 매일 약 1천 명에게 우리가 해결책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라며 “많은 이가 건물 로비나 병원·공항 대기실, 심야 버스나 주차장에서 피난처를 찾고 있다”고 안타까운 상황을 전했다. 이처럼 프랑스의 노숙 아동들은 마땅한 숙소를 찾지 못해 노숙 생활을 하게 된 것이다.

얼마 전, 2022년 콩고민주공화국에서 엄마와 함께 프랑스에 도착한 이후 숙소를 찾지 못해 약 1년간 길거리 생활을 하고 있는 9살 다비드의 이야기가 전해졌다. 다비드는 프랑스 일간 르파리지앵을 통해 “길거리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기 때문에 슬프고 무서웠다. 제가 다른 아이들과 같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프랑스 정부는 지난해 가을에 “더 이상 거리에 사는 아이들이 없게 하겠다”라고 약속 한 바 있다. 그러면서 2024년까지 임시 거처를 20만 3천 곳으로 늘린다고 밝혔다. 그러나 ‘차별 없는 구호’의 정신으로 전 세계 어린이를 돕기 위해 설립된 유엔기구 유니세프는 이 계획도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엔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주거지가 일정하지 않으면 삶의 질이 급격히 떨어지고, 특히 아직 성장하고 있는 어린이는 성인보다 주거지의 영향을 많이 받아 위험할 수 있다. 부디 내년도 예산안에서는 사회주택 건설과 임시 거처 확대 등을 위한 예산이 충분히 확보되어 여기저기 떠도는 노숙 아동들이 보호받을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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