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나 지역을 넘어 전 세계 각계각층에서 존경받는 사람들. 그런 역량을 갖춘 인재이자 국가나 기업을 ‘글로벌 리더’라고 부른다. 역사 속 그리고 현재의 시대를 이끌고 존경받는 사람들은 누가 있을까. 그들의 삶의 기록과 가치관 등을 살펴보는 시간을 가져본다.

시선뉴스=심재민 기자 | 세계적인 명성을 자랑하는 노르웨이 극작가이자 소설가 욘 포세(64). 올해 노벨문학상의 영예를 안은 욘 포세는 소설로 데뷔하기는 했지만, 극작을 시작한 이후 현대 연극의 최전선을 이끄는 동시대 최고 극작가의 반열에 올랐고, 현재는 주로 희곡에 집중해 작품활동을 하고 있으며 연극과 도서로 다시 많은 이들의 오감을 자극하고 있다.

소설, 희곡 등 장르 불문한 명성

2021년 10월 21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촬영한 욘 포세 모습 (오슬로 AFP=연합뉴스 제공)
2021년 10월 21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촬영한 욘 포세 모습 (오슬로 AFP=연합뉴스 제공)

욘 포세는 1959년 노르웨이의 해안도시 헤우게순에서 태어나 하르당게르표르에서 성장했다. 대학에서 비교문예학을 전공했고, 이후에는 문예창작을 가르치면서 작품활동을 병행했다. 1983년 장편소설 '레드, 블랙'으로 데뷔한 후 1989년 소설 '보트 창고'로 주목받기 시작한다. 소설로는 '병 수집가', '납 그리고 물', '멜랑콜리 I, II', '저 사람은 알레스', 중편소설 3부작인 '잠 못 드는 사람들', '올라브의 꿈', '해질 무렵'을 출간했다.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한 지 10여 년이 지난 뒤 1994년에는 첫 희곡 '그리고 우리는 결코 헤어지지 않으리라'를 발표했다. 이후 '이름', '누군가 올 거야', '밤은 노래한다', '기타맨', '어느 여름날', '가을날의 꿈', '나는 바람이다' 등의 희곡으로 극작가로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희곡 ‘압축적이고 시적인 아름다운 대사로 정평’

소설과 희곡 외에도 에세이와 시에 이어 아동문학까지 장르를 넘어 종횡무진하는 글쓰기로 유명하지만 포세는 사실 희곡으로 훨씬 유명한 작가다. 그의 희곡들은 전 세계 무대에 900회 이상 올랐다. '인형의 집'을 쓴 근대극의 확립자 헨리크 입센(1828~1906) 다음으로 가장 많은 작품이 상연된 노르웨이 극작가다. 1998년 '누군가 온다'가 프랑스에서 초연된 이후 2000년부터 독일에서 그의 작품이 지속적으로 공연돼 세계적인 명성을 얻기 시작했다. 2002년에는 독일의 권위 있는 연극 전문지 '테아터 호이테'는 욘 포세를 올해의 외국인 작가로 선정하기도 했다. 포세가 쓴 대사들은 매우 압축적이고 시적인 아름다움으로 정평이 나 있다. 단조롭게 반복되는 짧은 대사들과 침묵의 언어를 통해 작가는 현대인의 생의 불확실성, 사랑과 증오, 아픔과 좌절, 소통의 부재를 그린다.

노벨문학상 수상한 노르웨이 거장 욘 포세 [NTB via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노벨문학상 수상한 노르웨이 거장 욘 포세 [NTB via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스치는 모든 것에서 영감을

포세의 많은 작품에 배경이 되는 곳은 빙하의 침식으로 형성된 좁고 긴 협만인 피오르드다. 그의 작품들에는 바다라는 대자연, 외부와 격리된 외딴집, 여기에 긴 세월을 담고 있는 오래된 사물들이 자주 등장한다. 이에 대해 그는 희곡집 '가을날의 꿈 외'의 독일어판에 수록된 인터뷰에서 "내가 쓰는 모든 것의 토대가 되는 것은 해변의 바에서 들려오는 소리, 가을의 어둠, 좁은 마을길을 걸어 내려가는 열두 살짜리 소년, 바람 그리고 피오르드를 울리는 장대비, 불빛이 새어 나오는 어둠 속의 외딴집, 어쩌면 자동차 한 대가 지나간… 이러한 것들이다."라고 전했다.

화려한 수상 경력...2023년 노벨 문학상까지

작품의 뛰어난 완성도만큼 욘 포세의 수상 경력도 화려하다. 그는 1998년과 2003년 노르웨이어로 쓰인 최고의 문학작품에 주어지는 뉘노르스크 문학상, 1999년 스웨덴 한림원이 스웨덴과 노르웨이 소설에 수여하는 도블로우그상, 2003년 노르웨이 예술위원회 명예상, 2005년 노르웨이 최고의 문학상인 브라게상 명예상, 2007년 스웨덴 한림원 북유럽 문학상, 2010년 국제 입센상, 2015년 북유럽이사회 문학상을 받았다. 아울러 2003년 프랑스 공로 훈장을, 2005년 노르웨이 국왕이 내리는 세인트 올라브 노르웨이 훈장을 수훈했다.

노벨문학상 수상한 노르웨이 거장 욘 포세 (프랑크푸르트 AFP·DPA=연합뉴스 제공) 
노벨문학상 수상한 노르웨이 거장 욘 포세 (프랑크푸르트 AFP·DPA=연합뉴스 제공) 

그리고 드디어 올해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노르웨이의 극작가이자 소설가·시인인 욘 포세가 선정됐다. 포세는 비에른스티에르네 비에른손(1903년), 크누트 함순(1920), 시그리드 운세트(1928)에 이어 노르웨이 작가로는 4번째로 노벨 문학상을 받게 됐다. 스웨덴 한림원은 그의 "혁신적인 희곡과 산문은 이루 말로 다 할 수 없는 것들을 말로 표현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그러면서 포세가 그의 작품에서 "그의 노르웨이 배경의 특성을 예술적 기교와 섞었으며, 인간의 불안과 양가성을 본질에서부터 드러냈다"라며 "그는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널리 작품이 상연되는 극작가 중 한 명이면서 산문으로도 점차 더 인정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북유럽권에서 널리 알려진 거장으로 그간 40여편의 희곡을 비롯해 소설, 동화책, 시, 에세이 등을 썼으며, 세계 50여개국 언어로 번역되기도 한 욘 포세. 그가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의 영예를 안자 국내에서도 그의 희곡 판매량이 폭증하고 있고, 또한 과거 포세의 연극을 무대에 올렸던 극단들도 잇따라 재공연을 검토하고 있다. 노벨상 수상을 계기로 더욱 많은 이들과 만나게 된 욘 포세, 그의 특유의 화법이 올 가을 단풍처럼 더 깊게 물들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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