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심재민 기자 | 무더위와 함께 스릴러 드라마 '악귀'의 인기가 고공행진 하고 있다. 악귀에 등장하는 다양한 토종 귀신들과 민속학적 소재들은 보는 재미를 더한다. 

SBS 드라마 '악귀'는 지난달 23일 첫 방송부터 9.9%의 시청률을 기록했고, 불과 2회차에 10%를 돌파했다. 이는 온 가족이 볼 수 있는 소재가 아닌 장르물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높은 수치다. 드라마 ‘악귀’는 김은희 작가가 집필한 한국형 오컬트 미스터리 장르의 드라마로, 악귀에 씐 여자(구산영, 김태리 분)와 그 악귀를 볼 수 있는 남자(염해상, 오정세 분)가 의문의 죽음을 파헤친다. 

무엇보다 '악귀'는 ‘한을 품고 죽은’ 한국 토종 귀신이라는 소재를 이용해 공포심을 자극한다. 이러한 면은 과거 여름철 안방극장을 서늘하게 만들었던 ‘전설의 고향’ 시리즈를 떠오르게 한다. 특히 이 과정에서 ‘악귀’는 우리 사회가 함께 고민해야 할 문제까지 담아내며 ‘공감형 공포’를 시청자에게 전달한다. 가정폭력, 아동학대, 보이스피싱, 사기, 빚에 시달려야 하는 청년, 자살, 고령화 사회, 독거노인, 돈을 향한 욕망 등으로 인한 죽음의 문제를 건드리는 것. 이러한 설정 속에 다양한 토종 귀신들이 등장하며 시청자의 등골을 오싹하게 하는 것뿐만 아니라 그 속에 담긴 사연에 연민을 느끼게도 한다. 

무엇보다 굶어 죽은 아이의 혼령인 ‘태자귀’가 이야기의 중심이 된다. 과거 소위 말하는 ‘신빨’이 떨어진 무당이 남의집 어린아이를 유인해 가두고, 굶기다가 음식으로 유혹해 흉기로 살해한다. 그리고는 그 혼을 가두어 마을 사람들을 공포에 떨게하며 자신의 이익을 취하는 ‘염매’ 행위가 있었다고 전해진다. 그 과정에서 한이 설인 ‘태자귀’ 만들어진다는 것이 전설처럼 내려온다. ‘악귀’에서는 1958년 장진리라는 마을의 무당 최만월(오연아)이 이목단(박소이)을 ‘염매’를 위한 방식으로 살해하는 것으로 그려진다. 흐름상 구산영(김태리)의 몸에 깃든 귀신은 그 태자귀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태자귀 외에도 다양한 귀신이 드라마 ‘악귀’ 곳곳에 등장한다. ▲극단적인 선택으로 목숨을 끊은 사람의 혼령인 자살귀 ▲집을 떠나 객지에서 죽은 사람의 혼령인 객귀 ▲살아 생전에 탐욕에 지배당하던 사람의 혼령인 아귀 등이 대표적이다. 

귀신뿐만 아니라 한국형 오컬트 미스터리 드라마를 표방한 '악귀'는 작품 곳곳에 민속학적 소재를 배치하기도 했다. 노표 장승, 허재비, 금줄, 붉은 댕기, 옥비녀, 푸른 옹기 조각 등이 대표적이다. 

이 중 ‘노표장승’은 ‘악귀’ 5화에 등장한다. 민속학 교수 염해상(오정세 분)이 귀신들에게 길을 안내하는 장승의 신비한 기능을 설명하는 대목이 나오는데 이것이 ‘노표장승’이다. 장승은 마을의 수호신 역할뿐만 아니라, 마을의 동서남북 방위에 위치해 당시 나그네들에게 나침반 역할을 해줬다. 또 주요 목적지까지 거리를 표기한 노표 장승은 현재의 표지판 역할을 해주었다. 해상이 언급한 '노표 장승'이라는 표현이 담긴 '노표(路標) 장승 고찰'이란 논문에 따르면, 1592년에 일본군이 침략하기 1세기 이전에 장승의 ‘내비게이션’ 기능이 두드러졌다. 

그리고 허재비는 ‘허수아비·허사비·허제비·허아비’ 등으로 불리는 인형을 뜻하는데, 인형 안에 어떤 원혼의 넋이 담겨 영염함을 지녔다고 알려지며, 허재비굿에 이용된다. 넋을 위로해 마을의 안녕을 기원한다는 취지다. 

또한 부정(不淨)을 막기 위하여 문이나 길 어귀에 건너질러 매거나 신성(神聖)한 대상물에 매는 새끼줄을 말하는 ‘금줄’ 역시 드라마 ‘악귀’에 의미심장하게 등장한다. 이외에 특별한 의미 그 이상의 무언가가 담긴 붉은 댕기, 옥비녀, 푸른 옹기 조각 등도 보는 재미를 배가 시킨다. 

이처럼 우리 민속학을 기반으로 한 전개와 고유의 정서인 한을 녹여낸 '악귀'는 잘 만든 한국적 오컬트물이라는 평과 함께 시청자들에게 신선한 스릴러물로 다가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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