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조재휘 기자 / 디자인=김선희 수습ㅣ경제적 교환을 위해 사용되는 지불 수단인 화폐는 한 나라나 지역의 특색을 드러내는 대표적인 상징물이다. 그중에서 대한민국에서 일반적으로 유통되는 가장 작은 단위의 돈인 십원화 앞면에는 경주시 불국사에 있는 다보탑이 그려져 있다. 그런데 최근 십원화와 똑같은 모양의 ‘십원빵’에 대해 화폐 도안을 무단 사용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한국은행은 디자인 변경을 협의 중이며 소송 등 법적 대응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십원빵’은 1966년부터 발행된 다보탑이 새겨진 10원짜리 동전을 본떠 만든 빵으로 최근 경주 황리단길을 시작으로 전국적으로 확산하기 시작했다. 최근 일본에서 대박 난 것을 계기로 한국에서도 주목을 받게 된 경주의 명물 먹거리다. 반죽은 카스텔라 반죽을 사용하며 내부에는 모차렐라 치즈가 있어서 한 입 베어 물면 치즈가 늘어나는 시각적 재미와 함께 인기를 끌고 있다.

2019년 경주의 한 업체가 십원빵을 만들어 팔기 시작했고 지난 2021년 당시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후보 당시 경주 황리단길의 한 가게를 찾아 시식해 화제가 되면서 더 유명해졌다. 십원빵은 경주를 방문하는 이들이 찾는 관광상품으로 자리매김했으며 현재 경주에서만 17개 업체에서 팔리고 있고, 프랜차이즈 형태로 수도권 및 다른 지역에도 진출했다.

그런데 관광상품으로 자리 잡은 십원빵의 디자인이 변경될 처지에 놓였다. 한국은행이 십원 도안을 사용하지 말라고 빵 판매 업체들에 공문을 보냈으며 이는 화폐 도안을 무단으로 사용했다는 논란이 제기된 데 따른 조치다. 조폐공사와 함께 법적 대응까지 준비하기도 했지만, 업체들이 빵 모양 일부를 바꾸기로 하면서 소송 계획은 일단 보류했다.

일각에서는 한은의 입장에 대해 너무하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지만 한국은행은 화폐 도안을 영리 목적으로 사용할 수 없도록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다. 화폐 도안이 무분별하게 사용되면 위조나 변조 심리를 조장할 수 있고, 화폐의 신뢰성도 떨어뜨릴 수 있다는 것이 한은의 판단이다.

한은에 따르면 화폐 도안을 사용하려면 ‘화폐 도안 이용 기준’에 따라야 하며 영리 목적으로 화폐 도안을 사용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한은은 십원빵 제조업체의 경우 지역 관광상품 판매사업을 계속할 수 있도록 적법한 범위로 디자인 변경 방안을 협의 중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현재로서는 소송 등 법적 대응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한은은 화폐 도안 이용 기준을 사전에 인지하지 못하고 화폐 도안을 무단 이용한 방석, 속옷, 유흥업소 전단 등 사례에 대해서도 기준을 안내하고 대응해 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도 의도치 않게 이용 기준을 위반한 업체에 대해 이용 기준 등 필요한 사항을 안내하고 국민들이 바람직한 방향으로 화폐 도안을 사용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는 계획이다.

경주 지역에서 인기를 얻은 간식 ‘십원빵’. 분명 화폐에도 저작권이 있으며 우리나라 화폐의 저작권은 모두 한국은행에 있다. 사전 승인이 없다면 저작권법 위반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는 점을 꼭 알아야 한다. 그러나 영세 소상공인들에게도 엄격한 법률적 잣대를 들이대며 십원빵의 모습이 달라질지 이목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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