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심재민 기자 / 디자인=이윤아Pro | 황희찬은 지난 3일(이하 한국시간) 카타르 알라이얀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포르투갈과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H조 3차전에서 2-1 승리를 결정짓는 역전 결승골을 터트렸다. 결과적으로 이 천금 같은 득점은 한국의 월드컵 16강 진출을 확정하는 골이었다.

득점 후 황희찬은 곧장 관중석 앞으로 달려가 상의를 벗고 세리머니를 펼쳤다. 유니폼을 벗은 황희찬은 가슴 아래까지만 내려오는 검은 민소매 조끼를 입고 있었다. 경기 이후 온라인에선 이 옷이 화제가 됐다. "황희찬이 왜 브라톱을 입고 뛰느냐", "스포츠 브래지어인 줄 알았다"며 의아해하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착용한 모습이 손흥민(토트넘)이 검은 얼굴 보호대를 쓴 것과 비슷하다는 농담도 나왔다. 인터넷에선 이미 황희찬의 상체에 마스크를 착용한 손흥민의 얼굴을 합성한 사진이 밈(meme·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돼 돌아다닌다.

시원하게 유니폼 상의를 벗어 던진 황희찬(26·울버햄프턴)이 입고 있던 '검은 속옷'의 정체는 무엇일까. 이 조끼는 전자 퍼포먼스 트래킹 시스템(EPTS·Electronic Performance-Tracking System), ‘전자 퍼포먼스 추적 시스템’이라는 웨어러블 기기다. 위아래 폭이 18cm, 무게는 53g 정도로 작고 가벼운 기기를 조끼에 부착해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수집한다.

EPTS에는 '갤럭시워치' '애플워치' 등 웨어러블 기기에 탑재된 것과 같은 GPS(위성항법시스템) 수신기, 자이로스코프 센서, 심박 센서 등이 들어있다. 그래서 경기 중 선수들의 뛴 거리, 최고 속도, 스프린트 횟수와 구간, 커버 영역(히트맵) 등 각종 데이터를 수집한다. 입을 수 있는 GPS라는 뜻에서 '스포츠 웨어러블 GPS'로도 불린다.  

세부적으로 먼저 자이로스코프(회전운동 측정) 센서는 선수들의 자세 변화를 파악한다. 그리고  가속도 센서는 선수들의 달리기 거리와 횟수, 지속 시간 등을 분석한다. 마지막으로 심박 센서는 피로로 인한 부상 또는 심장 이상으로부터 선수를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이러한 EPTS로 선수 1명당 수집할 수 있는 데이터는 400가지에 한다. 이 데이터가 감독에게 전달되기까지 불과 약 30초가 걸린다. 감독과 코치진은 EPTS를 이용해 수집된 데이터로 선수 투입과 전략 구성 등에 반영해 경기를 운영한다. 

EPTS는 지난 2010년부터 유럽축구 리그에서 사용되기 시작했다. 이후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우승한 독일이 EPTS를 사용해 큰 효과를 봤다는 것이 알려졌고, 또한 2015-16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우승을 차지한 레스터 시티 역시 이 기기를 활용했다고 밝혀 더욱 널리 사용되었다. 이처럼 많은 선수와 구단들이 EPTS를 사용하게 됨에 따라 FIFA가 2018년 러시아 월드컵부터 공식적으로 사용을 승인했다.

국내에서는 2010년 남아공 월드컵 당시 한국 축구 대표팀이 훈련 과정에서 처음 EPTS를 도입해 주목받았다. 그리고 국내 프로축구 K리그에서도 2018년부터 EPTS 장비 착용을 허용했다. 이번 월드컵에서도 황희찬뿐 아니라 대표팀 모든 선수가 브라톱 같이 생긴 EPTS 웨어러블 기기를 착용하고 경기에 나섰다. 

GPS(위성항법장치)를 기반으로 데이터를 수집하는 전자 퍼포먼스 추적 시스템(EPTS). 이 웨어러블 기기는 선수 컨디션을 개인의 감각에 의존하는 게 아니라 명확하게 수치·계량화할 수 있어 매우 유용하다. 그래서 축구뿐 아니라 농구 등 다른 스포츠에서도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특히 최근 일반인들도 사용 가능한 수준으로도 출시돼 누구나 쉽게 이용할 수 있다.

SNS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