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조재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이 장기화하고 있는 가운데 우크라이나가 미국에서 지원받은 첨단무기의 모형을 만들어 러시아군의 미사일을 낭비하도록 유도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달 미국과 우크라이나 당국자를 인용해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군을 속이기 위해 나무로 제작된 ‘가짜 하이마스’를 활용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가짜 하이마스(HIMARS)’는 미국 록히드 마틴이 개발한 다연장로켓포인 하이마스를 나무 모형으로 만든 것을 말한다. 워싱턴포스트 보도에 따르면 우크라이나는 가짜 하이마스를 전장에 배치했고, 이를 실제 무기로 인식한 러시아는 모형을 공격하는데 수 주간 최소 10기의 칼리브르 순항미사일을 사용했다.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
[UPI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실제로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지난달 공식 트위터를 통해 가짜 하이마스의 모습이 담긴 짧은 영상을 공개했다. 해당 영상에는 가짜 하이마스가 물놀이 튜브 위에 얹혀 있는 모습이 담겼고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영상과 함께 “크림교를 주시하고 있다”라고 썼다.

러시아군이 가짜 하이마스에 속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우크라이나군의 무기 위치를 파악해 순항미사일을 탑재한 함정에 알려주는 러시아 드론의 렌즈로는 모형과 실제 하이마스를 분간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고위 당국자는 무인항공기에 하이마스 포대는 VIP 표적이나 다름없다며 러시아가 하이마스 공격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음을 시사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최근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부 장관 등 러시아 측이 거의 매주 HIMARS를 포함해 서방이 지원한 로켓시스템을 성공적으로 타격했다며 전과를 자랑한 게 모형을 실제 무기로 착각했기 때문일 수 있다고 추측했다.

우크라이나가 가짜 하이마스를 만드는 이유는 그만큼 하이마스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미 국방부 당국자들에 따르면 하이마스의 사거리는 50마일(약 80km)로 러시아 병참선과 무기고, 물류 허브 등 고가치 표적을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을 제공한다. 이에 우크라이나가 동부와 남부 전선에서 러시아의 전진을 늦추는 데 이바지했다.

첨단무기 모형 배치는 우크라이나군이 더 많은 장비를 보유한 러시아군을 상대하는 비대칭 전술 중 하나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포격전 양상으로 전개되면서 러시아가 보유한 대량의 로켓, 미사일을 소모하는 게 중요하기 때문. 이러한 성과로 인해 쇼이구 러시아 국방부 장관은 지난달 부대를 순시하면서 지휘관들에게 우크라이나의 장거리 미사일과 포를 파괴하는 것을 우선으로 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군사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의 전술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고 있다. 가짜 하이마스를 활용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소국인 우크라이나가 장기간 지속되는 포병전에서 더 강력하다고 평가받는 러시아의 로켓과 미사일 소모뿐만 아니라 실제 하이마스를 보호하는 효과가 있는 전략이라고 평가했다. 

러시아의 로켓과 미사일을 소모시키며 헛발질하게 만드는 ‘가짜 하이마스’. 실제 하이마스는 러시아군의 주력 다연장로켓보다 사거리가 길고 정밀도도 높은 미사일 무기 체계로 알려졌다. 무엇보다 장기화하고 있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더 이상의 피해 없이 하루빨리 끝이 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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