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김아련] 정부가 사내에 현금(유보금)을 많이 쌓아둔 기업에 세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이는 내년에 시행 예정인 개인유사법인 과세 제도로 지난달 4일 기획재정부가 ‘개인유사법인 과세 제도 도입 취지와 설계 방안’을 내놨다.

사내유보금이란 대차대조표의 이익잉여금과 자본잉여금을 합산한 것을 말한다. 이익잉여금은 기업이 벌어들인 이익에서 배당 등을 하고 남은 것이고, 자본잉여금은 액면가 초과 주식 발행 등 자본거래에서 생긴 차익이다.

[픽사베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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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사내유보금은 회계학적인 개념이며 기업이 쌓아두는 현금은 아니다. 이는 상당 부분 투자 등 경영 활동에 사용된다. 2014년 말 기준으로 30대 그룹의 사내유보금은 683조원이지만, 이 중 현금과 단기금융상품 등 현금성자산은 118조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한국 비금융 상장사의 2012년 총자산 대비 현금성자산 비중은 9.3%로 주요 8개국(G8)의 22.2%, 유럽연합(EU)의 14.8% 등과 비교했을 때 낮은 수준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정부가 지난 8월 중소기업의 비상금으로 쓰이는 이 사내유보금에 소득세를 부과하는 내용의 세법개정을 추진해 중소기업계가 강하게 반발했다.

비상장 중소기업은 기업 규모도 작고, 상장 등으로 외부 주주를 끌어올 만한 유인이 대기업보다 적은 편이다. 지난 10월 27일 중소기업중앙회가 공개한 조사 결과를 보면 설문 대상 309개 비상장 중소기업 가운데 유보금 과세에 90.2%가 반대했다.

이들 중소기업은 경기 불확실성 대비(44.6%), 미래 투자(30.4%) 등 이유로 사내유보금을 쌓아두고 있다며 정부 방침에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대해 기재부는 경제단체 간담회를 열어 보완 방안을 발표했다. 먼저 오너 일가 지분이 80%가 넘는 법인(개인유사법인)이라고 무조건 유보금에 소득세를 물리지는 않기로 했다. 우선 ∆이자·배당소득, 임대료, 사용료, 업무와 관계없는 부동산·주식·채권 처분 등으로 번 돈이 전체 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0% 미만인 법인(적극적 사업법인)이면서 ∆ 2년 안에 유보금을 투자, 부채 상환, 고용, 연구개발(R&D) 등 경영에 썼다면 세금 부과 대상에서 제외한다.

과세 대상이 안 되는 구체적인 사례로는 기계 장치를 사들이거나(투자) 상환일이 돌아오는 빚 때문에 남겨둔 돈(부채 상환액), 향후 2년 치 급여액, 앞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는 연구개발(R&D) 비용 등은 빠진다고 밝혔다.

한편 기재부는 경제적 실질이 개인과 유사한 법인이 일정 수준을 초과해서 적극적인 사업에 활동 없이 남겨놓은 소득에 한해 과세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언제 꺼내 쓸 지 모르는 사내유보금까지 소득세를 매기겠다는 것은 상식 밖이라며 한동안 논란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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