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심재민] 현명한 소비의 조건 중 하나, 물건을 사기 전 사용해보고 선택하는 것이다. 그래야 나에게 잘 맞는지에 대한 판단을 할 수 있게 되고 추후에 후회하는 가능성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모든 물건이 다 그렇지만 특히 피부에 직접 바르는 화장품의 경우 자칫 알레르기 및 피부 질환을 일으킬 수 있어 구매전 미리 사용해 볼 수 있는 ‘테스터’ 제품이 잘 마련되어 있다.

그런데 이 테스터 제품을 이용하면 소비에 득이 되는 것이 아니라 도리어 피부병을 얻을 수 있다는 조사 결과가 발표되어 충격을 주고 있다. 화장품 매장의 테스터 화장품에서 피부질환은 물론 구토, 설사, 복통 등을 일으키는 황색포도상구균 등 다량의 유해균이 검출된 것. 피부는 물론 눈과 입술에도 쉽게 사용하던 테스터 제품들이라 심각한 상황이다.

[사진/픽사베이]

한국소비자원은 식품의약품안전처와 함께 유동인구가 많은 장소에 있는 16개 화장품 매장의 아이섀도 16개, 마스카라 10개, 립 제품 16개 등 총 42개 테스터 화장품을 조사했다고 9일 밝혔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14개 제품(33.3%)에서 기준치를 초과하는 미생물이 검출됐고 심지어 유통화장품 미생물 기준의 최대 2100배가 넘는 세균이 검출된 제품도 있었다.

또 테스터 화장품 42개 중 6개(14.3%)에만 개봉일자가 적혀 있었고, 13개(31.0%)에선 유통기한/제조일자를 확인할 수 없었다. 그리고 제품을 위생적으로 테스트해 볼 수 있도록 일회용 도구를 제공하는 곳은 1곳뿐이었다.

먼저 눈에 직접 닿는 아이섀도 16개 중 2개 제품(12.5%)에서 총 호기성 생균이 510∼2300 cfu/g 수준으로 기준(500cfu/g이하)보다 많게는 4배 이상 더 검출됐고, 1개 제품에서는 황색포도상구균마저 검출됐다. 그리고 마스카라 10개 중 5개 제품(50.0%)에서도 총 호기성 생균이 550∼2200 cfu/g 나와 기준치를 훨씬 웃돌았다.

특히 입에 직접 닿는 립 제품 16개 중 4개 제품(25.0%)에서는 총 호기성 생균이 1530∼214만cfu/g 수준으로 기준치(1000cfu/g이하)를 무려 최대 2100배 넘게 검출됐고 3개 제품(18.8%)에서는 검출되면 안 되는 황색포도상구균이 발견되었다.

여기서 총 호기성 생균 수는 살아있는 세균과 진균 수를 측정한 수치이다. 이 세균/진균에 오염된 화장품을 사용할 경우 피부질환이 발생할 수 있으며 상처가 있거나 면역력이 떨어진 경우 염증까지 발생할 수 있다.

그리고 황색포도상구균은 살모넬라균, 장염비브리오균 다음으로 식중독을 많이 일으키는 세균으로 화장품을 잘 못 바르면 식중독까지 걸릴 수 있는 형국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현실은 이렇지만 아직 테스터 화장품(개봉된 화장품)에 대한 미생물 기준은 없는 단속과 처벌이 어려운 상황이다.

무려 기준치의 최대 2100배가 넘게 세균이 검출된 시중 화장품 매장의 테스터 제품. 일반 세균은 물론 황색포도상구균 등 다양하게 검출되어 감염에 무방비 상태라 할 수 있다. 이렇게 뚜껑도 없이 오염된 제품을 하루에 수십에서 수 백명의 사람이 오가며 사용하고 그대로 방치되고 있다니 경악하지 않을 수 없다. 예쁜 외모를 위해 현명한 소비를 위해 테스터 했던 것이 도리어 건강의 위해가 되어온 것.

이 같은 실태를 확인한 소비자원은 화장품협회에 테스터 화장품 안전성 확보를 위한 가이드라인 마련을, 관련 업체에는 테스터 화장품 위생관리 강화를 권고한 상태다. 많은 사람이 번갈아가며 피부는 물론 눈/입술 등과 같이 민감한 부위 사용하는 화장품 테스터에 대한 위생관리 강화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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