쏘나타는 쏘나타다.

이번에 현대자동차 쏘나타 터보를 시승을 했습니다. 불행히도, 시승을 하는 동안 장마는 그치지 않았고, 사진은 제대로 담기조차 어려웠지만, 시승하는 동안 800여 km 정도의 거리를 운행하는 동안 쏘나타를 느끼기에는 충분했으리라 봅니다. 현대자동차의 2014년형 쏘나타 더 브릴리언트. '쏘나타' 하면 생각나는 것은 '국민 패밀리 세단' 입니다. 그만큼 많이 팔린 베스트셀링 모델이면서, 동시에 애증의 자동차이기도 합니다.

 
사람마다 호불호가 갈리겠지만, 저 또한 호불호가 갈렸던 차량이기도 합니다. 어느 부분은 상당히 마음에 들지만, 어느 부분은 아쉽고 말입니다. 대체적으로 만족스러웠지만, 쏘나타는 원래 이렇게 타는 거라며 살짝 위안을 삼아봤습니다.

시승했던 차량은 쏘나타 Turbo GDi 스마트(2,760만원) 모델에 파노라마 선루프와 네비게이션이 포함된 모델이었습니다. 쏘나타의 경쟁 모델은 기아의 K5 가 되겠습니다. 누가 봐도 말이죠. 터보라는 점을 제외하고 한번 평가를 간략이 먼저 하자면 "쏘나타는 쏘나타다. 결국 쏘나타가 이길 것이다" 라는 것입니다.

 
쏘나타 시리즈 중 새로운 모델을 앞두고 YF 모델에서의 마지막 연식이 될 것같은 이 쏘나타는 한국사람들이 익숙해진 것인지, 현대자동차가 그렇게 만든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한국사람들의 취향을 정말 잘 파악하고, 그에 맞춘 차량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품질에 더욱 신경을 써주면 좋겠는데, 그것은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전제가 깔려있습니다. 과연 현대는 어떻게 할지 모르겠지만 말입니다.

 
"쏘나타는 원래 이렇게 타는 겁니다"

사실 이 멘트가 그렇게 마음속에 와 닿지 않았습니다. 원래 이렇게 타는 거라니? 하지만, 비도 오고 센티해진 심정에 괜시레 감성적으로 다가갈 수 있었지만, 그래도 다짜고짜 쏘나타 터보의 성능에 초점을 맞추어 시승기를 시작해보도록 하겠습니다.

 
파워(POWER)

★★★★☆

동급 최고의 힘을 자랑하는 2.0 터보의 출력은 무려 271마력! 가히 폭발적인 힘은 이게 2.0리터 엔진이 맞나 싶을 정도로 엄청나게 빠른 가속을 자랑한다. 무서울 정도다. 220km/h 까지는 우습게 올라간다. 전륜이라는 태생적 한계가 있겠지만, 직선구간에서는 무서운 성능을 보여준다. 그만큼 기름도 많이 먹는다. 그런데, 엔진성능은 짱이다.

 
 
변속기도 나름 잘 받아주는 느낌이다. 부드럽다. 다이나믹함을 느끼기에는 부족하지만, 충분히 괜찮다. 하지만, 패들쉬프트의 느낌은 그닥... 딸깍딸깍 하는 그 느낌은 고급스럽지 못하다. 그냥 크기만 크다.

 
쏘나타 터보 GDi 의 6단 변속기는 꽤 부드럽고 정확한 반응을 보인다. 그런데, 매뉴얼 모드에서 1,2,3단은 굉장히 타이트한 느낌의 변속을 보여주지만, 4,5,6 단을 왔다갔다 하면, 변속충격이 별로 느껴지지 않는다. 나는 이게 재미없다. 다운쉬프트 할때도 변속충격이 별로 없다. 그래. 이게 부드러움을 추구하는 쏘나타인가 보다. 지극히 쏘나타다움 변속타이밍 세팅이다. 안락함이 우선적이다.

 
 
연비에 관해서는 질문은 좀 하지 않았으면 한다. 나는 원래 연비주행따위는 하지 않는다. 다만, 궁금해하는 분들을 위해 알려드리자면, 쏘나타 터보의 공인연비는 10km/L 정도이다. 하지만, 밟으면 5~7km/L 의 연비를 보여주며, 고속도로에서 정속주행(에코모드 선택)을 하게 되면, 15.5km/L 정도의 연비까지 보여준다.

하지만 순식간에 rpm 이 치솟아 올라 이게 쏘나타인지 의심스러울 정도의 가속력은 답답한 도심에서 순간적으로나마 답답함을 뚫어준다. 이게 쏘나타 터보다. 나름 달릴 줄 아는 차다.

 
주행안정성
★★☆☆☆

폭발적인 성능을 차체에서 받아들이지 못한다. 120km/h 정도까지야 별 탈이 없지만, 폭발적인 가속능력을 보이는 쏘나타 터보에는 맞지 않는 그릇인 듯 싶다. 출력이 너무 과했다. 160km/h 가 넘어가면 스티어링 휠을 절벽에서 나뭇가지 붙잡고 있듯이 꽉 쥐고 있어야 한다. 익숙해지면 괜찮다지만, 넘치는 출력을 제대로 담아내지 못하는 섀시와 서스펜션은 아쉽다.

 
서스펜션이 좀 더 능동적으로 반응하면 좋겠다. 제네시스 다이나믹을 타봤을 때의 그런 감동을 쏘나타에서 느끼게 해줄 수는 없는가? 아쉽다. 원래 이렇게 타는거라고 하지 말아달라. 명차일수록 기본에 충실하니깐 말이다.

 
그리고, 플렉스 스티어는 여전히 할 말이 많다. 컴포트 모드와 노멀모드는 일상적인 주행에서는 꽤 품질이 좋지만, 막상 터보이기 때문에 한번 달려보려고 하면, 머릿속에 다양한 생각들이 영화 필름처럼 스쳐지나간다. “보험료”,”사고처리”,”합의금”,”유서” 등등..

항상 지적하지만, 현대의 플렉스 스티어는 이제 그 설계부터 바꿔야 한다. 차량마다 들쭉날쭉한 스티어링휠의 세팅값은 신뢰감을 떨어뜨리게 만드니깐 말이다. 현대자동차의 어떤 모델을 타더라도, 플렉스 스티어의 값이 일정해야 한다. 그게 품질이다. 비싸도 MDPS-C 타입 말고, R 타입을 쓰는 건 어떻겠는가?

어떤 차량은 아주 잘 세팅해놓고, 이건 또 왜 이리 불안하게 한단 말인가? 원래 이렇게 타는건가?

쏘나타 타고서 함부로 칼질하다가는 염라대왕과 하이파이브 할 수도 있다. 편안한 패밀리 세단답게, 쏘나타답게 타야 안전하다.

 
브레이킹
★★★☆☆

대용량 디스크 브레이크의 채용 덕에 답력이 꽤 좋아졌다. 항상 지적했던 브레이크 밀림현상은 어느정도 해소된 듯 보이지만, 고속에서 브레이킹 시에 차체가 한쪽으로 쏠리는 모습은 안정적인 차체제어를 못한다는 점에서 브레이킹 점수를 높게 줄 수 없다. 하지만, 브레이크 성능이 좋아진 것은 인정한다. (고속에서 브레이킹 시에 오른쪽으로 쏠리는 현상은 시승차만의 문제일 수 있지만, 운전이 미숙한 사람이라면 사고로 이어지기 쉽다.)

아참, 풋브레이크의 위치는 조금 애매하다는 사실을 알아달라. 자꾸 왼쪽 다리에 슬쩍 닿는 느낌이 기분이 좋지는 않다.

 
승차감
★★★★☆

말 그대로 쏘나타다. 편안한 느낌을 많이 받을 수 있는데, 이게 K5 와는 다른 느낌이다. K5 의 승차람은 탕탕 튀는 느낌이라면, 쏘나타는 정말 쏘나타를 듣는 것처럼 부드러운 느낌 그 자체다. 뒷좌석의 느낌도 꽤 편안한 편이어서 패밀리 세단으로는 정말 안성맞춤인 차량이며, 뒷좌석의 레그룸도 충분한 편이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장거리 운전시에는 편안함이 떨어진다. 중간에 쉬지 않고 운전해서일까?

아무래도 몸을 좀 더 잡아주는 버킷이 더 고려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운전하면서 좌우로 쏠리고, 브레이킹시에 몸이 앞으로 쏠리는 등이 반복되다 보면, 자연스레 몸은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장거리 운전시에 스트레칭은 필수!

그래도 쏘나타는 쏘나타답다. 부드러운 서스펜션 세팅이 꽤 괜찮은 승차감을 안겨준다.

 
실내는 단순화를 이루어내면서, 재질감에서도 꽤 좋은 발전을 이루었다고 볼만하다.

 
전체적인 실내의 라인은 통일감을 보이고 있다. 딱히 화려한 것은 없지만, 그러한 점이 마음에 든다.

 
 
각종 버튼들은 꽤 줄어들었으며, 단순화시켰다. 조작할 버튼들이 줄어들었다는 것은, 심플함을 극대화 시켰다는 내용이 될 것이지만, 심플함 속에 고급스러움을 찾기는 어렵다.

하지만, 가격대를 생각하자면, 무난한 정도의 실내라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실내 소음도 상당히 조용한 편이다. NVH 에 꽤나 신경을 쓴 것으로 보이며, 다만, 쏘나타를 느끼기 위해 한번 조용한 실내에서 음악을 느껴보고 싶었지만 뱅앤올룹슨에 익숙해져버린 내 귀에는 그냥 그저 그런 사운드 시스템일 뿐이다.

조용히 클래식을 듣기에는 부족한 보급형 사운드 시스템.

 
쏘나타의 프론트 그릴은 처음에 나타났을 때에, 삼엽충이라는 비아냥을 들으면서도 꾸준하게 잘 팔렸고, 지금은 그 어색했던 프론트 그릴이 많이 다듬어졌고, 익숙해졌다. 그래도, 뭔가 현대자동차의 엠블럼을 고급스럽게 받아들이기는 힘들 듯 싶다. 왠지 220V 콘센트를 꼽고 싶다.

 
매끄러운 플루이딕스컬프쳐 디자인을 시작한 쏘나타다운 라인은, 꽤 날렵함을 느끼게 해주며, 헤드라이트의 밝기는 야간에도 불편함을 느끼지 못할 정도였다. 더불어 DRL 은 주간주행시에도 차량의 위치를 인식할 수 있을 정도의 존재감을 안겨준다.

 
 
사고를 내지는 않아봐서 모르겠지만, 쏘나타 터보의 본넷은 벌집구조로 되어 있어, 인사사고가 발생할 경우에도,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한다. 혹자들은 이것을 보고, '쿠킹호일이네' 라고 할지 모르겠지만, 안전에 있어서 차가 구겨진다고 해서 모두 나쁜 것은 아니다. 메르세데스 벤츠의 사고가 날 경우에도 비슷한 정도의 구겨짐을 보이니깐 말이다. (단, 벤츠의 경우에는 구겨짐의 패턴이 일정합니다.)

 
 
이제는 현대자동차의 플루이딕스컬프쳐의 디자인이 꽤 자리를 잡았다고 생각이 든다. 사이드미러도 굉장히 매끈한 디자인으로, 주로 사이드미러로부터 발생되는 풍절음도 꽤 절제되었음을 느낄 수 있다.

 
파노라마 선루프는 아직도 불신하는 사람이 많다. 그런 사람들에게 나는 이런 말을 해줄 수 밖에 없다. "파노라마 선루프 옵션을 빼면 됩니다." 라고. 물론, 아직도 개선되어야 할 점이 많은 3피스 파노라마 선루프이다. 하지만, 파노라마 선루프의 광활한 개방감은 운전하는 내내 상쾌한 기분을 만들어주기에 충분하다.

 
 
쏘나타 터보를 터보모델이라고 알게 해주는 것은 엠블럼이다. Turbo 라는 엠블럼이 없으면 사람들은 그냥 쏘나타인줄 안다. 쏘나타처럼 장수한 모델도 없는데, 이제는 조금 변형된 괴물이 나올법도 한데, 외관은 똑같은 터보모델이라는 점과, CVVL 모델과 같은 서스펜션을 달고 나왔다는 점에서 조금 아쉽다. D 스펙이라는 이름을 달고, 제네시스 다이나믹 에디션이나 벨로스터 터보 D 스펙 같은 모델로 나왔어도 충분했을 텐데 말이다.

 
터보모델임을 확인시켜주는 듀얼머플러. 사실 성능부분에서 이미 언급했지만, 정말 과하다 싶을 정도의 출력이다. 타는 내내 천천히 다닐때에는 편안한 쏘나타이지만, 속력을 내기로 마음 먹었을 때에는, 염통이 쫄깃거리는 바운스를 느낄 수 있는데, 이게 바로 과도한 출력이다. 터보엔진 정말 매력있다는 것은 인정한다.

 
난을 형상화 했다는 쏘나타의 사이드 캐릭터 라인은 다소 밋밋할 수 있었던 측면을 상당히 개성이 강하게 만들어주고 있다. 소위 말하는 '주름잡네' 라는 말을 할 수 있겠다.

 
실내는 꽤 감성적인 부분이 녹아들어가 있다. 광고를 봤던것과, 비가 온 것이 한몫했을지 몰라도, 꽤 편안함을 느낄 수 있었던 쏘나타 터보.

 
 
 
실내는 단순화 시켰지만, 한눈에 어디어디가 심플해진 것인지 알아차리기는 힘들다. 그게 디자인이다. YF 의 실내 디자인을 잘 살리면서도 운전에 집중할 수 있게 단순화한 디자인이 나름 괜찮다. 세로배치형의 구조라서 조금은 경직된 감이 없잖아 있지만, 그렇게라도 해야 쏘나타의 나름의 이름값을 하게 되지 않을까?

 
역시나 패밀리 세단이다. 뒷좌석의 레그룸 공간은 충분했다. 현대가 공간만들기는 참 잘 하는데, 시트의 엉덩이 닿는 부분이 좀 짧은 느낌이 드는 것은 내 다리가 길어서는 아닐 것이다. 그래도 꽤 편안한 편이며, 리어쪽의 서스펜션이 진동을 잘 억제해주고 있으며, 출렁거림이 아닌, 편안한 느낌이다.

 
총평

넘치는 쏘나타 터보의 출력은 기립박수를 쳐줄 만큼, 엄청나다. 하지만, 160km/h 를 넘어가면서 느끼는 불안함을 지우기에는 하체의 세팅이 일반도로에서의 일반적인 주행용이다. 패밀리세단인 만큼 실용구간을 생각했겠지만, 아쉬우며, 마찬가지의 이유로 패밀리 세단답게 시내구간 및 정속주행시에는 상당히 정숙하며 쾌적한 주행환경을 선보인다.

쏘나타는 쏘나타답다.

원래 이렇게 타는 쏘나타라고 했다. 하지만, 원래 그런건 없다. 원래 그렇게 만들어야 한다. 더 좋게. 제대로 말이다.

-by 아스피린/한용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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