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박진아] 가족과 함께 할 때, 혼자서 울고 싶을 때, 사랑하는 연인과 로맨스를 한껏 더 즐기고 싶을 때, 당신은 어떤 영화를 선택하나요? 많은 영화들 속에서 결정을 내리기 어려운 당신에게 무비레시피가 영화를 추천, 요리합니다.

지난 2009년 개봉하고 몇 달 전 재개봉해서 큰 인기를 얻은 영화 <시간여행자의 아내>. 개봉당시 <시간여행자의 아내>를 굉장히 감명 깊게 봤던 탓일까요. 한참을 영화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영화의 메가폰을 잡은 감독에 대해서도 궁금증이 커지게 됐죠. 로베르트 슈벤트케. <시간여행자의 아내>를 연출한 그는 독일의 칼리스 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한 후 미국으로 건너가 컬럼비아 대학과 American Film Institute에서 본격적인 영화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저는 그의 지난 작품들을 살펴보기 시작했습니다. 달콤하고 따뜻함이 가득한 영화들을 제작했을 것이라는 제 예상을 깨고, 눈에 띄는 포스터 한 장이 있었습니다. 그때 발견한 영화가 바로 플라이트플랜 이었죠. (아마 조디포스터의 강렬한 모습이 포스터의 전면에 나와 있어서 더 그렇게 느껴졌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감독과 배우에 이끌려 보게 된 영화. 오늘은 영화 ‘플라이트플랜 (Flightplan, 2005)’에 대해 이야기 해보고자 합니다. 

<영화정보>
플라이트플랜 (Flightplan, 2005)
드라마, 스릴러 // 2005.11.18. // 98분 // 미국 // 12세 관람가 
감독 - 로베르트 슈벤트케
배우 - 조디 포스터, 피터 사스가드, 에리카 크리스틴슨, 케이트 비핸

<고도 37,000피트에서 실종된 딸 찾기>
의문의 사고로 사망한 남편. 카일은 장례식을 치른 뒤 슬픔을 뒤로 한 채 살던 곳을 떠나 딸과 함께 새로운 인생을 출발하기로 마음 먹습니다. 그렇게 베를린에서 미국으로 떠나는 비행기에 몸을 싣죠. 남편의 관을 비행기에 싣고 말입니다. 충격 받은 딸을 달래며 비행기에 오르고, 맨 뒤의 빈 좌석에 편히 누워 잠을 자기 위해 딸과 함께 뒷좌석으로 옮기죠. 

잠시 잠을 자고 일어난 사이, 감쪽같이 없어져버린 딸. 딸의 짐도 딸을 모습을 본 사람들도 없다고 합니다. 비행기 관련 설계 일을 하고 있던 카일. 승무원과 기장을 설득해 비행기 곳곳을 살펴보며 딸 찾기에 온 힘을 다 하지만, 승무원을 통해 ‘딸은 애초에 탑승한 사실이 없고, 심지어 남편이 죽을 때 딸도 함께 죽었다는 사실’을 듣게 됩니다. 

카일이 남편의 죽음으로 인해 큰 충격을 받아 정신 착란증상을 겪고 있는 것인지 혹은 누군가에 의해 철저하게 이용당하고 있는 것인지... 사라진 딸을 찾기 위한 고도 37,000피트에서 실종된 딸을 찾기 위한 그녀의 사투가 계속됩니다. 

<하고 싶은 이야기>
- 진실은 무엇일까 

영화는 비행기라는, 심지어 상공을 날고 있는 비행기 안에서 아무도 탈출할 수 없는 협소한 공간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초반부를 제외하고는 영화의 모든 장면이 비행기 안으로 한정되어 있다는 것이 영화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죠. 그런데 이 공간에서 딸이 사라져 버린 겁니다. 물론 사라졌다는 것은 카일의 주장입니다. 곧 승무원을 통해 카일의 딸은 죽었다고 알려지기 때문입니다. 카일의 정신착락인지 아니면 카일을 이용한 음모가 있는 것인지 그 진실을 스스로 내면에서 찾는데 영화는 관객을 중후반부까지 순식간에 이끌어 갑니다. 협소한 공간에서 표현할 수 있는 한계가 있음에도 관객이 오로지 진실을 찾도록 하게 한다는 점에서 영화의 스릴감은 충분할 것 같습니다. 

- 편견의 잣대 
영화는 끊임없이 편견을 줍니다. 감독이 설정한 작은 요소 하나, 하나는 관객들이 충분히 편견을 갖도록 만들며, 그것이 진짜 편견인지 그렇지 않은지 스스로가 깨닫게 만듭니다. 정신착란자라고 다수에 의해 편견이 생겨버린 카일. 그러나 카일 스스로는 그가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해 보입니다. 그 과정은 역시 쉽지 않죠. 하지만 편견이라는 잣대는 비단 카일에게만 적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카일이 극 중후반 범인으로 아랍인을 지목하는데요. 이 장면은 세계적으로 아랍인들이 편견으로 인해 어떤 오해를 받으며 살아가는지에 대해 여실히 표현해 줍니다. 결국 영화가 끝날 때 까지 카일은 아랍인들에게 사과를 하지 않습니다. 이 역시 감독이 의도한 바가 아닐까 싶습니다. 우리는 삶을 살아가며 수없이 다수가 되기도 하고 개인이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개인이 될 경우, 설사 다수가 틀렸다고 하더라고 개인이 틀려버리는 결과가 되어버리기도 합니다. 어쩌면 영화에서 감독은 그런 우리 세상속의 스스로에 대한 오류를 찾게 하는데 그 의도가 있었던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만 합니다.  

플라이트 플랜의 가장 아쉬운 점은 ‘지나친 우연’입니다. 사건이 벌어지게 된 이유도, 주인공이 주인공이 된 이유도 그 모든 것이 우연에 의해 진행되죠. 그런 부분 때문인지 영화의 후반부는 다소 빈약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아쉬움은 충분히 조디 포스터가 연기력으로 해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끊임없는 감독과의 두뇌싸움 그리고 딸을 찾기 위한 카일의 끈질김. 장맛비와 폭염으로 후텁지근한 이 날씨를, 스릴러 <플라이트 플랜>으로 날려보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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