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김지영 / 디자인 이정선 pro] 하얀 눈밭 위에서 여배우가 “부자 되세요~”라고 외치는 광고를 기억하는가? 이 광고는 방영 당시 큰 인기를 끌었고 그해 새해부터 새해 인사로 ‘부자 되라’는 말을 하곤 했다. 그리고 이는 자본주의시대를 사는 지금도 덕담으로도 자주 사용된다.

현재 우리는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시대를 살고 있다. 하지만 빈부격차는 그만큼 심화되고 있다. 가진 자들의 비상식적인 행동, 갑질에 염증을 느끼면서도 가진 삶을 부러워하며 가진 자가 되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최근 이 반대의 흐름이 생기고 있다. 물욕을 버리는 삶, 최소한의 것으로 생활하는 삶, 바로 ‘자발적 가난’이다. 자발적 가난은 독일 태생의 영국 경제학자 에른스트 슈마허가 1973년 사용한 말이다. 반주류 경제학자였던 그는 이 시대의 탐욕스러운 이기주의를 소멸시키기 위한 첫걸음은 자발적 가난이라고 했다. 즉, 많이 벌어 많이 쓰는 주류의 생활양식에서 벗어나 적게 벌고 적게 쓰는 자발적 가난을 추구하자는 것이다. 요즘 떠오르는 일상생활에 필요한 최소한의 물건만을 두고 사는 ‘미니멀라이프’도 자발적 가난과 일맥상통한다.

자발적 가난은 경제적으로 가난한 빈곤과 달리 스스로 소유를 포기하고 자진해서 가난한 생활을 선택한 것이다. 즉 부와 반대되는 부족하고 궁핍한 삶이 아니라, 자신에게 맞는 최소한의 삶의 조건을 찾아 자유롭고 당당하게 살아가는 하나의 방식이다. 소유를 줄여 생활을 단순화하고 일을 줄이고 서두르는 것도 줄이는 단순한 삶을 통해 삶의 질을 높이고자 한다.

자발적 가난을 선택한 사람들은 나에게 꼭 필요한 것과 필요치 않은 것, 내 삶에 진정 가치 있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구분해서 생활한다. 예를 들어 물건을 살 때는 필요한 것들만 산다. 그들은 당장 내게 필요한 것들만 구매를 하는 합리적 소비를 하며 최소한의 물건들로만 생활을 한다. 이렇게 갖고 있는 것이 간소하기 때문에 사는 집 또한 여백의 공간으로 꾸미고 물건 배치도 최소화해 인테리어 한다.

그리고 그들은 가지고 있는 것보다 덜어내는 것을 중시해서 사용하지 않는 물건들은 버리거나 중고거래 또는 기부를 통해 나누어 준다. 또한 그들은 물질적 교환 대신 재능 기부를 하며 다른 가치를 교환하고, 위로 향하는 삶보다 아래로 향하는 삶을 중시한다.

한편 그들 중에는 최소한의 물건으로 생활함으로써 환경보존에도 동참하기도 한다. 불필요한 사용을 줄이기 때문에 쓰레기가 적게 나올 수밖에 없다. 또한 건강한 식재료로 간소한 식탁을 차려 음식물쓰레기도 최소화한다. 가습기 대신 산에서 주워온 솔방울로 집안 습도를 조절하거나 휴지의 사용대신 천으로 냅킨을 만들어 사용하기도 한다.

자발적 가난을 사는 사람들의 모습은 이처럼 여러 가지 일 수 있으나 그들이 추구하는 궁극적 목표는 결국 하나이다. 바로 ‘많이 가지고자 하는 욕망에서 벗어나고 진정한 삶 속에 나의 가치를 찾으며 행복한 삶을 사는 것’이다.

이제 부는 성공, 가난은 실패라는 인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부자와 가난에 대한 태도를 바꾸는 것부터 우리의 삶은 변화될 것이다. 자발적 가난을 실천하는 사람들은 아이러니하게도 비우고 버릴수록 행복을 더 크게 느낀다. 함께 가난해지자는 것이 아닌 서로 나누며 함께 살고 물욕을 내려놓았을 때 내가 생각하는 진정한 가치에 집중할 수 있는 삶에서 행복은 더 커지지 않을까. 자발적 가난이 탄생하게 된 이유, 그것 역시 자본주의 사회에서만 볼 수 있는 현상이 아닐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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