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문선아] 1970년대 사람들에게 팝 음악을 들려줬던 음악 다방 ‘쎄시봉’을 기억하는가? 음악 감상뿐만 아니라 라이브 무대까지 함께 겸했던 쎄시봉을 통해 ‘조영남’ ‘윤형주’ ‘송창식’ ‘김세환’ 등은 한국 포크 음악의 열풍을 일으켰다. 한국 포크 음악은 창작곡도 있었지만 외국노래를 우리나라 말로 해석해 부르는 번안곡도 많았다.

시간이 흘러 우리나라 말로 번안된 곡이 익숙해져 외국곡임을 잊은 곡들, 지금도 우리 부모님들의 애창곡으로 불리는 번안곡들을 소개한다.

첫 번째 노래 연가다.

▲ (출처/ 픽사베이)

“비바람이 치는 바다~ 잔잔해져오면~ 오늘 그대 오시려나~ 저 바다 건너서~” 로 시작되는 연가는 알고 보면 뉴질랜드 마오리족들의 민요다. 포카레카레 아나(Pokarekare Ana)가 원곡으로 알려진 이 노래는 뉴질랜드 군사 훈련 캠프에서 구전되면서 퍼져 나갔고, 한국 전쟁에 참전한 뉴질랜드 군인들에 의해서 우리나라에 알려졌다.

포카레카레의 의미는 ‘바람과 파도가 치는 바다’로 우리나라 가사인 ‘비바람이 치는 바다’와 흡사하다. 우리나라에선 ‘연가’라는 제목으로 유명하며 사랑하는 사람을 향한 프로포즈가 주된 가사 내용이다. 뉴질랜드 원곡도 바다로 나간 사랑하는 이가 무사히 돌아오기를 바라는 의미다.

두 번째 노래 조영남이 부른 ‘최진사댁 셋째딸’ 이다.

▲ (출처/조영남 공식홈페이지)

“건너마을에 최진사댁에 딸이 셋 있는데 그 중에서도 셋째 따님이 제일 예쁘다던데~”로 시작되는 민요풍의 노래가 실제로는 번안곡 중에 하나다. 이곡의 원곡은 알 윌슨(Al Wilson)이 부른 더 스네이크(The Snake)로 1968년에 발표된 곡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나훈아 노래로 알려져 있으나 가수 조영남이 최초로 번안해서 불렀다. 조영남은 번안 가요의 대부라고 불릴 만큼 많은 곡을 번안해서 불렀는데 대표적인 곡으로 ‘딜라일라’ ‘물레방아 인생’ ‘제비’ 등이 있다.

원곡은 우리나라 곡 ‘최진사댁 셋째딸’ 보다 단순한 느낌이지만 알앤비 다운 편성과 편곡이 돋보여 둘의 노래를 비교하며 듣는 재미가 있다.

세 번째 노래, 심수봉이 부른 ‘백만송이 장미’다.

▲ (출처/심수봉 공식 홈페이지)

심수봉의 백만송이 장미는 러시아를 대표하는 여가수 알라 푸가체바(Alla Pugacheva)의 밀리온 알르이흐 로즈(Million Allyh Roz)의 노래를 번안한 곡이다. 알라 푸가체바는 러시아의 엘리트 코스를 거친 가수로 정규 음악 교육을 받고 16세에 음악계에 데뷔한 인물이다.

당시 사회주의 국가, 특히 구소련의 대중음악계는 제도권과 비제도권으로 나뉘어져 있었는데그녀가 부른 밀리온 알르이흐 로즈는 제도권 음악에 가깝다.

우리나라에서 번안해 부른 가수 심수봉도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가수로 1세대 여성 싱어송라이터, 트로트의 여왕, 국민가수 등이 별칭이 있다. 각 나라를 대표하는 가수들이 노래의 반복되는 “수백만송이, 백만송이 백만송이 꽃은 피고~ 그립고 아름다운 내 별 나라로 갈 수 있다네”를 비교하며 듣는 것도 재미가 있을 것이다.

당시 1970년대에는 외국의 팝 음악을 우리나라 말로 번안해서 부른 노래들이 많이 히트를 쳤다. 팝 스타일의 순수 창작곡이 부족하기도 했고 우리나라 가요 문화에서는 ‘트로트’가 우세했기 때문에 주류 문화에서 팝이 자리를 잡는데 시간이 걸렸기 때문이다. 다양한 팝 음악이 많아진 요즘, 우리나라 노래인줄 알았던 번안곡들을 비교해서 들어보며 70년대 팝을 느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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