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한지윤 에디터 / 디자인 이정선pro] 지난 8월 22일에 2001년 경북지역에서 집단적으로 유행한 것을 마지막으로 국내에서는 감염사례가 보고된 바가 없어 죽은 병으로 알려진 ‘콜레라’가 발생했다. 9월 5일 현재까지 총 4명의 콜레라 환자가 발생하였으며 방역당국은 환자들이 접촉했던 식당과 사람들을 대상으로 역학조사를 시행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콜레라의 감염 원인과 경로가 밝혀지지 않아서 국민들이 우려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광주광역시 출신인 첫 번째 환자 A씨(59세 남성)를 시작으로 이후 25일과 30일 경남 거제에서 73세 여성, 64세 남성이 잇달아 콜레라 확진을 받았다. 3명의 환자들은 모두 유전자가 동일한 엘 토르형 콜레라로, 산발적으로 동일한 콜레라균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되었다. 당국은 해산물을 날로 섭취한 세 명의 환자가 해수 오염을 통해 콜레라에 감염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한편 9월 3일에는 부산에서 47세 남성 환자가 발생했는데 이 환자는 앞선 3명의 환자들과는 유전자형이 다른 콜레라에 걸렸다. 당국의 발표에 따르면 네 번째 환자는 필리핀 여행 중에 콜레라에 감염되었으며 감염된 콜레라균 유전형은 2005년 필리핀에서 콜레라에 감염된 환자의 유전형과 매우 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15년 만에 국내에서 되살아난 콜레라는 어떤 병일까. 국내에서 콜레라는 조선시대에 처음 발견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순조실록>에 의하면 1821년에 발생한 콜레라로 인해 10일 동안 평안도와 도성 안에서 1천여 명이 사망했고, 이후 1950년대까지 수만 명의 환자가 발생하였다. 당시 콜레라는 사망률 높은 질병이었지만 1960년대 이후로는 위생상태, 국민영양, 보건과 의료기술의 향상으로 발병률이 급격하게 하였으며 조기 치료도 가능하게 되었다.

콜레라는 수인성 식품매개질환(병원성 미생물에 오염된 물을 섭취하여 발병하는 감염)으로 소장에 감염된 비브리오 콜레라가 분비한 독소에 의하여 수양성 설사와 구토를 일으키는 질병이다. 잠복기간은 1~3일으로 매우 짧은 편이며 중증 콜레라가 발생하면 탈수 증상, 급성신부전증을 일으키며 1~2일 만에 환자를 사망에 이르게 할 수도 있다.

콜레라에는 고전형 콜레라와 엘 토르형 콜레라가 있으며 1940년대까지는 심한 설사를 유발하는 고전형 콜레라가 크게 유행하였다. 1980년부터 2001년까지는 고전형 콜레라에 비해 증세가 약한 엘토르 콜레라가 간헐적으로 유행하였다. 엘 토르형 콜레라균은 위산에 약하기 때문에 상당수가 위장 속에서 죽으며 콜레라균이 몸속에 침투해도 대부분 증상이 없거나 약한 설사 증상만 나타난다.

콜레라는 수액으로 수분과 전해질 보충을 통하여 치료하며 적절한 시기에 치료가 이루어지면 사망률은 1% 미만으로 떨어진다. 콜레라를 예방하려면 물은 끓여먹고 음식물은 익혀 먹어야한다. 음식을 먹기 전에 손을 깨끗이 씻어야한다. 콜레라를 예방하기 위한 경구용 백신이 있기는 하나 콜레라에 대한 면역력 형성 정도가 낮고 지속기간도 짧아서 공식적으로 백신 접종이 권고되고 있지는 않다.

인도에서 시작된 콜레라는 18세기 이후에 전 세계에서 7차례 유행하며 수백만 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현재 콜레라는 아프리카와 동남아시아에 있는 개발도상국이나 낙후된 국가에서 주로 발병하고 있어 후진국 병으로도 불린다.

한국 정부는 지난 1954년 ‘전염병 예방법’을 제정하고 전염병 감시체계를 운영하고 질병관리본부를 확대 개편하여 질병관리에 대응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5년 만에 국내에 콜레라가 발생하고 2주가 넘도록 감염경로와 원인이 파악되지 않았다는 것은 방역당국의 전염병 관리 체계에 구멍이 뚫려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철저한 역학조사를 통해 콜레라의 발생 원인을 제대로 밝혀내고 다시는 대한민국에서 콜레라가 발견되지 못하도록 예방, 조치하는 보건당국이 노력이 필요하다.  

SNS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