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이호기자, 홍시라 인턴/디자인 이정선 인턴] 1949년 12월 말, 페루 앞바다에 살고 있는 가족들은 모처럼 모두 함께 모여 크리스마스를 맞이했다. 그런데 아이들의 얼굴은 싱글벙글, 아버지의 얼굴은 무척 어두웠다.

바다에서 잘 잡히던 ‘앤초비’가 바닷물이 뜨거워지면서 모두 죽어버린 것이다. 아버지는 어업을 나갈 수가 없어 생계 걱정과 함께 집에서 크리스마스를 보내게 되었다. 크리스마스와 함께 찾아온 이 현상은 ‘엘니뇨(아기예수)’라 이름 붙여졌다.

‘엘니뇨’는 열대 동태평양 적도 부근의 해수면 온도가 5개월 이상 평년보다 0.5도 이상 높은 상태를 말한다. 1949년 이후 대략 4주년 주기로 발생했으며 크리스마스 무렵에 집중적으로 발생한다. 아이들은 웃게, 아버지는 울게 만든 엘니뇨는 왜 발생한 것일까?

지구의 적도 부근에서 동쪽에서 서쪽으로 부는 바람인 ‘무역풍’이 약해졌기 때문이다. 남동 무역풍은 바다의 따뜻한 표층수를 서쪽으로 이동시키는데, 이때 표층수가 이동한 자리에는 바다 200~1,000m 깊이에서 영양분이 가득한 찬 해수가 올라오게 된다. 이 덕분에 앤초비와 같은 물고기가 영양분을 먹고 잘 성장하게 되는 것이다.

엘니뇨가 발생하면 인도네시아 쪽의 바닷물이 차가워진다. 그러면 물이 잘 증발되지 않아 비가 오지 않고 건조해지며 가뭄과 산불이 잘 나게 된다. 남미에서는 가뭄으로 옥수수와 사탕수수 생산량이 급감했다. 콜롬비아에서는 오랫동안 가뭄이 이어지면서 수력 발전마저 차질을 빚어 전기 공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또한 미국 중남부는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강타한 강력한 토네이도로 쑥대밭이 됐다. 2015년 12월에는 토네이도로 미시시피 주에 사는 7세 소년이 차에 타고 있다가 강풍에 차가 날아가는 바람에 숨졌고 근처에서 모두 14명이 사망했다.

작년 12월 24일 미국과 캐나다, 유럽 곳곳에서는 초여름 같은 날씨가 나타났다. 24일 미국 뉴욕의 기온은 21도까지 올라가며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상 기온에 뉴욕 시민들은 겨울에 반소매 셔츠입고 돌아다녔다.

이 모든 현상이 엘니뇨로 인한 결과로 파악되고 있다. 아직까지 엘니뇨가 왜 일어나는지에 대해서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1949년부터 시작되어 지금까지 꾸준히 심화된 것을 볼 때 인간의 환경파괴가 주범일 것이다.

우리의 터전 지구가 망가지면 결국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에게 돌아온다. ‘엘니뇨’와 같은 폐해를 막기 위해 앞으로 모두 함께 환경파괴를 경계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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