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와 올해 초 정년퇴직이 본격화되면서 창업이 붐을 이룬 적이 있다. 하지만 경기 부진이 장기화되면서 은퇴한 베이비부머(1955~1964년생)들이 창업의 희망을 접고 영세 제조업체로 재취업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내수 소비가 살아나지 않는데다가 음식, 도ㆍ소매업 등의 자영업자들이 과포화 상태에 다다랐기 때문에 당장 가계유지를 위해 소액이라도 월 급여를 받을 수 있는 취업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이에 50대들의 창업이 줄어든 탓에 올해 취업자 증가세를 이끌었던 자영업은 최근 눈에 띄게 둔화하고 있는 실정이다.

17일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11월 자영업자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3만8천 명 늘어나는 데 그쳤다. 자영업자가 5년4개월 만에 증가세로 돌아선 지난해 8월 이후 가장 작은 규모다.

자영업자 증가폭은 3월 12만5000명에서 4월 16만3000명, 5월 18만6000명, 6월 16만9000명, 7월 19만6000명 등으로 확대했다. 이후 경기악화의 영향권에 들면서 8월 12만3000명, 9월 11만1000명, 10월 4만8000명, 11월 3만8000명 등으로 증가세가 확 꺾였다.

 
자영업자 증가세 둔화엔 자영업자의 가장 큰 공급원이 베이비붐 세대들이 창업에 나서길 꺼리기 때문으로 보인다.

기획재정부가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의 원시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지난해 8월부터 올해 11월까지 50대 이상 자영업자는 월평균 7만5000명이 늘었다. 이는 전체 자영업자의 월평균 증가 규모(12만5000명)의 60%이다. 50대 이상 자영업자는 지난해 9월부터 올해 4월까지 10만명 내외로 높은 증가세를 보였지만 5월부터 급격하게 증가세가 꺾이면서 지난달에 그 규모가 3000명에 불과했다.

자영업 환경이 어려워짐에 따라 베이비붐 세대들은 재취업의 길로 가고 있다. 장년층은 은퇴 후에도 자녀 부양 등의 이유로 경제활동을 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국회예산정책처 조사에 따르면 300인 이상 사업장의 근로자가 퇴직하는 연령은 54세다. 하지만 이들은 다시 경제활동에 참여해 68세가 돼야 최종적으로 은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획재정부 분석을 보면 종사자가 5~9명인 제조업체에서 일하는 50대 취업자는 전년 동월 대비로 7월부터 늘어나기 시작해 9월 1만9000명, 10월 2만8000명, 11월 2만8000명을 기록했다. 이 시기는 50대 자영업자 증가세가 급격하게 완화된 시기이기도 하다.

이에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자영업 경쟁이 심화하고 언론 등에서 자영업 팽창의 문제점을 지적함에 따라 자영업 증가율이 둔화했다"며 "50대가 상대적으로 창업보다 재취업으로 경로를 틀었을 수 있는데, 이들이 갈 수 있는 일자리는 대규모 사업체보다 영세한 사업체일 가능성이 크다"라고 전했다.
 

SNS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