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이호기자] 우리나라에서는 ‘다크나이트’로 매우 익숙해져 있는 헐리우드 배우 크리스찬 베일. ‘다크나이트’ 시리즈는 배트맨이라는 코믹(만화)원작을 가장 심도 있게 다룬 영화로 큰 사랑을 받기도 했지만 그 역할을 맡은 크리스찬 베일의 매력 역시 다크나이트 시리즈를 성공으로 이끄는 큰 동력이 되었다.

▲ 태양의 제국 시절 크리스찬 베일 (출처/태양의 제국)

크리스찬 베일은 아역 출신의 배우다. 12살의 나이에 ‘아나스타샤’라는 TV쇼로 데뷔를 했고 13살에 스티븐 스필버그의 ‘태양의 제국’(1987)이라는 영화에 무려 4000대 1 이라는 살인적인 경쟁을 뚫고 주연으로 발탁돼 아역으로 느껴지지 않을 만큼 엄청난 연기력을 보여줬었다.

▲ 태양의 제국 포스터

어려서부터 배우로서의 천재성을 유감없이 발휘한 그는 그의 재능에 안주하며 머물지 않았다. 항상 자신이 맡은 역에 완벽함을 입히기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았기 때문이다.

영화 ‘작은 아씨들(1994)’에서 그는 순수하고 기품 있는 청년 로리로 분해 위노나 라이더의 로맨스로 뭇 여성들의 마음을 ‘심쿵’하게 만들었었다. 하지만 베일은 스스로 로맨스와는 맞지 않는다며 ‘작은 아씨들’을 끝으로 달달한 영화는 출연을 하지 않게 된다.

▲ 크리스찬 베일

크리스찬 베일의 저력을 보여주기 시작한 영화는 바로 ‘아메리칸 싸이코(2000)’였다. 낮에는 엘리트 경영인이었다가 밤에는 직업여성을 살해하는 연쇄살인마의 이중성을 완벽한 연기력으로 표현해야 했기 때문에 웬만한 배우는 이 배역을 소화할 수 없었다. 때문에 이 영화는 연기력을 인정받을 수 있는 최고의 무대가 되었기 때문에 이 영화에 출연을 원했던 또 한 명의 배우가 나타났다. 당시 ‘타이타닉(1997)’로 최고의 상한가를 누리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였다.

제작사 측에서는 당시 무명에 가까웠던 아역출신의 배우보다는 스타 캐스팅으로 안정적인 것을 원했기에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로 얘기가 흘러가는 듯 했다. 이 소식을 듣고 크리스찬 베일은 한 시간 반 동안 펑펑 울었다는 후문이 있었다. 그만큼 이 영화에 대한 열정이 매우 크다는 것을 보여준 일화다. 결론적으로 크리스찬 베일은 아메리칸 사이코로 태양의 제국 시절 들었던 천재적인 배우라는 말을 다시 들을 수 있게 되는 계기가 되었고 크리스찬 베일이 아닌 아메리칸 사이코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명작이 되었다.

영화 이퀼리브리엄(2002)은 완벽한 통제 속에서 살아가는 미래의 모습을 담은 액션 영화다. 크리스찬 베일이 분했던 존 프레스톤은 감정이 없는 요원이었다가 서서히 인간적인 감정을 느끼게 되는 역할로 이 역시 크리스찬 베일의 절제된 연기로 인해 자칫 유치할 수 있었던 영화가 작품성까지 갖추게 되었다. 이퀼리브리엄은 수많은 패러디를 생산할 정도로 큰 이슈가 되었으며 크리스찬 베일이 액션 연기까지 충분히 해 낼 수 있는 스펙트럼을 넓힌 계기가 되었다.

그의 배우로서의 열정은 그의 영화속에서의 모습으로 확인할 수 있다(출처/영화 머시니스트, 아메리칸 허슬, 아메리칸 사이코)

‘머시니스트(2004)’는 크리스찬 베일을 변형자(shape-shifter)라는 별명을 갖게 한 영화다. 크리스찬 베일은 불면증과 신경증에 시달리는 기계공 역을 위해 55㎏까지 감량해 참혹할 정도로 깡마른 몸을 만들었다. 이와 반대로 ‘아메리칸 허슬(2013)’ 에서는 무려 20㎏을 불려 튀어나온 배를 내밀고 대머리로 분장해 엄청난 비주얼 변화를 보였다. 작품을 위해서 체중을 늘리고 줄이는 고통스러운 작업을 마다않고 하는 배우가 바로 크리스찬 베일이다.

▲ 새로운 배트맨의 역사를 쓴 크리스찬 베일(출처/배트멘 비긴즈)

그리고 그는 2005년 배트맨 비긴스를 만나게 된다. 당시 배트맨이라는 캐릭터는 우스꽝스러운 코스츔에 형편없는 작품성 때문에 배우들의 무덤으로 불리는 캐릭터였다. 팀 버튼 감독의 배트맨 시리즈의 마이클 키튼은 예외로 하더라도 그 이후에 출연했던 발킬머, 조지클루니의 평을 깎아 먹는 졸작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과 크리스찬 베일의 만남은 배트맨을 평단과 흥행 모두 만족시키는 명작 캐릭터로 다시 돌려놓았다.

이후 발표된 배트맨 다크나이트(2008), 다크나이트 라이즈(2012)에서 크리스찬 베일은 완벽한 배트맨과 브루스 웨인의 모습을 보여줘 역대 최고의 배트맨이라는 찬사를 받게 된다.

▲ 그에게 아카데미 조연상을 안겨준 파이터(출처/파이터)

하지만 이렇게 큰 사랑을 받고 연기력으로 인정된 크리스찬 베일은 상과는 인연이 없었다. 39편의 영화에 출연했고 다크나이트 같이 엄청난 흥행을 한 영화도 있었지만 아카데미와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는 계속 외면을 당했다. 그러나 드디어 2011년 영화 ‘파이터’로 83회 아카데미 시상식 남우조연상을 수상하게 된다. 25년의 연기생활 끝에 드디어 아카데미상을 받게 된 것이다. 비록 주연상은 아니었지만 상복이 영 없었던 그에게는 꿀 같은 상이 아닐 수 없었다.

상의 유무를 떠나 크리스찬 베일은 자타가 공인하는 스펙트럼이 매우 넓은 배우다. 3:10 투유마(2007)에서는 전통적인 서부 사나이를 연기했으며 터미네이터:미래전쟁의 시작(2009)에서는 미래의 존 코너를 연기했다. 그리고 ‘엑소더스:신들과 왕들’에서는 모세로 완벽 변신하는 등 장르와 시대를 가리지 않고 모두 다 소화 해 내고 있다. 

이를 가능케 하는 것은 그의 메소드 연기 때문이다. 그의 영화를 보면 크리스찬 베일이라는 배우 보다는 그가 연기하는 캐릭터만 강렬하게 남아있다. 크리스찬 베일의 기본적인 지식정보에 인한 편견을 그의 연기력이 뛰어 넘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그는 다양한 역을 완벽하게 해낼 수 있었고 너무나도 강렬했던 캐릭터인 배트맨으로 남지도 않았다.

항상 새로운 역할을 하는데 있어서 배우의 희생은 당연한 것이라고 여기는 프로 중의 프로 배우 크리스찬 베일. 그의 차기작은 과연 어떤 영화가 될지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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