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박사 10명 가운데 7명가량은 스스로 학비를 조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에 비해 3.8배다. 서울대 등의 자비 부담률도 50%에 달한다. 학계에서는 박사급 인재들이 연구에 몰두할 수 있도록 장학금 지원을 더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대학원을 졸업한 박모(32)씨는 지난해 말 박사학위를 따기 위해 미국으로 떠났다. 국내에서 박사학위까지 딸까도 생각했지만 학기당 600만원에 달하는 학비를 감당하기 힘들어서다. 장학금을 받으려면 연구 등에 참여해야 하는데, 그럴 경우 공부할 시간이 부족해 미국으로 발길을 튼 것이다. 박씨는 현재 미국 내 주립대에서 전액장학금에 생활비까지 지원받으며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은 지난해 8월과 올해 2월 국내 일반대학원 박사과정을 마친 6680명을 대상으로 학비 조달 실태를 파악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2일 밝혔다.
따라서 박사과정에 들어가는 학비를 학생 스스로 조달하거나 대출, 가족 지원을 받은 학생이 67.3%에 달했다. 구체적으로는 학생의 학비 조달이 50.6%로 가장 많았고, 가족 지원 10.6%, 대출 6.1% 등이었다. 장학금 지원율은 27.8%에 불과했다. 지난해 QS 세계대학평가에서 200위권에 진입한 국내 상위 5개 대학(서울대, 카이스트, 포스텍, 연세대, 고려대)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이들 대학의 자비 부담률은 44.9%였고 장학금은 48%에 그쳤다. 장학금 비중이 76.8%에 이르고 자비 부담률(17.9%)이 낮은 미국과 대조를 이룬다. 미국 대학 장학금 가운데 우수한 학생에게 조건 없이 전액장학금을 지원하는 펠로십 비중은 27.7%에 달했다.하지만 ‘두뇌한국(BK)21’ 등 국내 대학 장학금은 대부분 프로젝트 수행에 따른 수당 개념으로 미국 펠로십 형태의 장학금은 거의 없다. 세계 대학순위 200위 안에 포함된 미국 주요 대학의 경우 장학금 비중은 85.7%로 국내 주요 대학보다 1.8배 높다.
이같이 박사학위를 따려는 학생들이 학비 조달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너나없이 연구 환경이 좋은 미국 등지로 나가고 있다. 직능원에 따르면 학업을 위해 해외로 떠나는 박사급 유출 인력 비율은 4.1%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2.0%)의 두 배가 넘는다.
송창용 연구위원은 한 언론사 인터뷰에서 “열악한 재정 지원 탓에 외국으로 학위를 따러 가는 학생이 늘고 있다”며 “세계 주요 대학들처럼 우수 학생 유치를 위한 펠로십제도를 정착시켜야 국내 대학원의 질적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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