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한성현, 신승우] 지난 아이디언 1편에서는 일제강점기 시절 도자기의 뼈아픈 과거. 그러나 그것을 극복하고 한국 도자기의 우수성을 알린 현재, 그리고 미래의 후손에게 우리의 천년 전통의 도자기를 어떻게 전할 것인지에 대해 알아보았다.

청자 장인 엄기환 선생님과 함께하는 아이디언 2편에서는 도자기의 제작과정과 한국 도자기가 세계로 뻗어 나갈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자.

part1. 도자기, 어떻게 만들어질까?

- 현대식으로 바뀌는 가마, 전통 방식을 고수하는 이유가 있나요?
사실 전통 가마 방식은 신경도 많이 써야하고 비용도 많이 들고, 오래 걸리거든요. 힘들어요. 근데, 전통식의 그 아름다움이 있어요. 현대식에서는 표현되지 않는 것이죠. 그런 것 때문에 아직도 포기를 못 하고 있습니다.

▲ 전통 가마를 사용해 직접 불을 떼서 도자기를 굽는 엄기환 선생님

- 도자기 만드는 과정, 설명을 들을 수 있을까요?
도자기를 만드는 과정은 도예가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날 수 있어요. 또 너무 자세히 얘기하면 다소 복잡할 수 있기 때문에 간단하면서 쉽게 설명 드릴게요.

▪도자기를 만드는 과정
제토 → 성형 → 굽깍기(물레작업시) → 건조 → 장식 → 초벌구이 → 2차 장식(시유) →재벌구이

‘수비’라고 하여 물에 점토 원료를 풀어서 체에 걸러 앙금을 가라앉힌 후 노천에 말립니다. 이렇게 앙금을 가라앉힌 흙을 ‘제토’라고 하죠. 이 제토를 가지고 ‘성형’을 하는데요. 성형이란 흙으로 만들어진 도자기가 1200~1300도까지 견딜 수 있는 힘을 위해서 코일링기법(흙을 엿가락이나 흰떡가래처럼 만들어 기벽을 쌓아 올린는 것)을 거치는 겁니다.

▲ 도자기를 만드는데 여러 작업이 필요하며, 각 과정마다 정성을 다해야 좋은 품질의 도자기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출처/이천 세라피아 홈페이지)

그 다음 건조과정을 거치고요. 건조 과정 중에 장식을 하면서 모형을 싹 다듬는 겁니다. 그 후 다시 칼로 조각을 하고 850~950도 사이의 불에서 초벌구이를 합니다. 초벌과정을 거친 후 반죽 위에 유약을 바르는 시유, 1300도 내외에서 가열해서 구워내는 ‘재벌구이’를 거쳐 도자기가 완성되는 거죠.

모든 과정 하나하나가 모두 중요하다고 말씀드릴 수 있어요.

part2. 도자기의 우수성을 알리는 장인, 그러나 열악한 현실

- 경기세계도자비엔날레나 이천 도자기 축제를 통해 우리나라 도자기의 우수성을 알리고 있잖아요. 우리나라의 도자기를 조금 더 알릴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은 무엇일까요?

외국에 가서 전시를 하는 거죠. (웃음) 제가 프랑스, 미국, 캐나다 등을 방문해서 직접 전시를 해봤는데요. 오라고 하는 것보다 효과적인 방법이 가서 보여주는 겁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외국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작품을 가지고 가는 게 아니라 ‘진짜 우리를 알릴 수 있는 것’으로 가지고 가야 한다는 겁니다. 천년의 역사를 가진 우리 작품을 제대로 감상해보라는 거죠. (하하)

우리 역사는 천년, 우리 작품은 이런 거다 너희들 한 번 봐라! 아 얼마나 멋있습니까.

▲ 우리나라 천년의 역사를 간직한 도자기를 세계에 알리기 위해선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 우리나라 도자기를 알리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시고 있는데 혹시 국가적인 지원도 있나요?

별로 없어요. 그래서 힘든 편이죠. 우리나라에서 문화 분야의 투자가 많지는 않으니까요. 저는 많은 도예인들이 해외로 나가서 우리나라 도자기를 알릴 수 있도록 항공비나 전시비용을 국가에서 마련해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우리가 자랑할 만한 문화가 있으면 뭘 해요. 우리 전통문화를 계승, 발전시키기 위한 지원과 도움이 부족한 실정인데요.

- 상황이 많이 안타깝네요.

네. ‘문화융성의 시대를 만들어야 한다’라고 말로만 할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뒷받침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특히나 대를 이어서 한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위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봐요. ‘장인’의 입장에서는 일이 보람 있다고 하더라도, 대를 이을 아들의 입장에서 ‘밥벌이도 제대로 못한다’라고 생각이 든다면 그 일을 하겠습니까? 다른 일을 선택하겠죠...

part3. 엄기환 선생님에게 ‘도자기’란?

- 56년 동안 도자기 외길 인생을 살아오신 엄기환 선생님에게 도자기란 어떤 의미인가요?

도자기는 제게 인생철학을 일깨워준 하나의 계기라고 볼 수 있죠.

독자분들이 기회가 있을 때 직접 도자기 만드는 과정을 보면 알겠지만, 처음에 물레를 돌려서 손으로 뚫을 때 똑바로 뚫지 않으면 올바른 도자기가 탄생되지 않아요. 삐뚤삐뚤 망가지기 쉽기 때문에 손으로 흙을 파고드는 작업을 할 때는 모든 정신과 혼을 집중해야 합니다. 그래서 모든 ‘혼’을 담게되죠.

▲ 엄기환 장인에게 도자기란 인생철학을 일깨워준 하나의 계기라고 말한다.

흔히 사람을 그릇으로 표현하는 경우가 많잖아요. 사람의 그릇이 크다 혹은 작다고 말입니다. 조그만 종지에다가 라면을 담아서 먹을 수는 없잖아요. 그릇처럼 도공도 다 쓰임새가 있다고 생각해요. 도공으로서 내가 어떤 그릇을 만들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지가 저의 영원한 숙제죠. 56년을 저는 그렇게 살아 왔는데, 도자기는 당연히 저에게 인생철학을 일깨워준 계기가 아닐까요? (하하)

- 정말 멋지십니다. 마지막으로 독자분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전통 도자기는 말 그대로 종합예술이잖아요. 물, 흙, 불을 모두 연관되어 있죠. 우리 자연과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이처럼 모든 자연과 함께 하는 종합 예술품 ‘도자기’를 가정에 하나씩 갖다놓음으로써 역사를 함께 공유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도자기를 하나의 상품으로만 보지 마시고 하나의 종합예술로서 도공의 혼이 들어있다는 마음을 가지고 작품을 보셨으면 좋겠네요.

무언가에 집중해서 예술을 만드는 과정. 예술이 탄생되기까지 필요한 노력에는 관심과 지원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 오는 4월 24일부터 시작되는 경기세계도자비엔날레에, 국민들 역시 많은 관심 갖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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