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심재민 기자ㅣ꼭 알아야 하는 이슈, 알아두면 좋은 이슈, 2023년 6월 1일 가장 뜨거운 이슈를 ‘팩트’와 함께 전달합니다.

어제 아침 백령도와 서울 시민들 별안간 울린 경계경보 발령에 깜짝 놀라셨죠. 북한이 자칭 우주발사체를 발사하면서 벌어진 소동으로 해당지역의 많은 시민들이 잠을 설치고 대피하는 등 혼란을 겪어야 했습니다. 오늘 이슈체크에서는 <北 우주발사체 발사...성급한 발사 배경은?>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심 팀장) : 5월의 마지막 날 아침 북한의 발사체 때문에 백령도와 서울시에 경계경보가 발령되고, 특히 백령도 주민들은 대피소로 대피하는 등 큰 소동이 발생했습니다. 북한이 발사한 발사체 정체가 뭡니까?

(조 기자) : 북한은 전날 오전 6시29분께 평안북도 동창리 일대에서 남쪽으로 군사정찰위성이 탑재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발사체 1발을 발사했으나, 실패로 돌아갔습니다. 미리 통보한 정식 예고기간(5월 31일 0시∼6월 11일 0시) 첫날에 호기롭게 쏘아 올렸지만, 위성체 궤도 진입은 커녕 발사체가 추진력을 상실하면서 서해에 추락했는데요. 이 발사체는 비정상적으로 비행한 끝에 어청도 서방 200여㎞ 해상에 낙하했습니다.

(심 팀장) : 한반도를 직접적으로 위협한 이번 발사. 발사체 잔해는 어디로 떨어졌습니까?

(조 기자) : 합참은 북한이 발사한 우주발사체 일부가 한중 잠정조치수역에 낙하한 것으로 파악했습니다. 잠정조치수역은 서해에서 한국과 중국 어선에 한해 신고 없이 자유롭게 조업할 수 있도록 허용된 수역으로, 한국과 중국의 중간 해역으로 볼 수 있습니다.

(심 팀장) : 북한의 이번 발사체 발사는 공식적으로 실패로 판명됐는데, 북한고 이례적으로 공식 인정했다고요?

(조 기자) : 네. 북한 국가우주개발국은 동창리 발사장에서 발사체를 쏜 지 2시간 30여분만인 오전 9시 5분 '발사 실패'를 공식 인정했습니다. 국가우주개발국은 "'천리마-1'형에 도입된 신형발동기 체계의 믿음성과 안정성이 떨어지고 사용된 연료의 특성이 불안정한데 사고의 원인이 있는 것으로 보고 해당 과학자, 기술자, 전문가들이 구체적인 원인 해명에 착수한다"고 밝혔는데요. '천리마-1'로 명명한 위성운반로켓의 신형 엔진과 연료에 사실상 기술적 결함이 있다고 시인한 것으로, 북한이 기술적 준비를 완벽히 끝내지 못한 상태에서 발사를 서둘렀다는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심 팀장) : 이번 발사가 기술적 완전성보다는 정치적 동기가 더 강하게 작용했을 개연성이 크다는 말로 들리는데 어떻습니까?

(조 기자) : 맞습니다. 오는 7월 27일 정주년(5·10년 단위로 꺾어지는 해)을 맞는 전승절(정전협정 체결일) 70주년을 앞두고 상반기 안에 '위성발사 성공'에 따른 축제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컸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인데요. 실제 최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보인 공개 행보는 온통 정찰위성 발사에 집중되기도 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18일 국가우주개발국을 찾아 정찰위성 제작 완성을 선언한 이후 한 달 가까이 잠행하다가 지난 16일 군사정찰위성 1호기를 시찰한 자리에서 '차후 행동 계획'을 승인하며 위성 발사에 온전히 관심을 쏟고 있음을 보여줬습니다. 북한은 여기에 더해 내달 상순 당중앙위원회 제8기 제8차 전원회의를 소집해둔 터라 위성 발사 성과를 평가하는 자리로 삼으려 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습니다.

북한, '실패한' 위성 발사 장면 공개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No Redistribution]

(심 팀장) : 이를 대변하듯 북한은 특히 이번 발사를 통해 발사체와 위성에 모두 새로운 이름을 붙이며 새로운 '김정은 시대'를 기념하려는 의지를 보이기도 했죠?

(조 기자) : 네. 북한은 그간 발사체에는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연관성이 깊은 '은하'를, 위성에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의미하는 '광명성' 명칭을 주로 사용해왔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북한은 발사체에 사전적으로 '하루에 천리를 가는 말'을 의미하는 '천리마'를, 정찰위성에는 '만리를 보는 망원경'을 뜻하는 '만리경'이라는 이름을 붙였는데요. '천리마'는 북한이 경제를 끌어올린 1950∼1960년대 대중운동을 의미하는 '천리마운동'을 최근 띄우는 상황이, '만리경'은 북한이 중시하는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할 때 종종 쓰인 단어라는 측면도 고려됐을 것으로 풀이됩니다.

(심 팀장) : 한편으로는 한국의 우주개발 일정을 경쟁적으로 의식한 측면도 성급한 발사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을 것 같은데, 어떻습니까?

(조 기자) : 그렇습니다. 북한은 지난 25일 국내 독자 기술로 개발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Ⅱ) 3차 발사가 이뤄진 지 나흘 뒤 위성 발사 예고 시기를 공식 발표했는데요. 그러나 2021년 8차 당대회에서 정찰위성 개발 구상을 밝힌 이래 분주히 준비해오다가 그 결과물의 '실패'를 국제사회에 공개적으로 알리는 꼴이 됐습니다.

(심 팀장) : 이번 발사에 실패한 북한은 조만간 재발사에 시도할 전망이라고요?

(조 기자) : 네. 북한의 국가우주개발국은 "엄중한 결함을 구체적으로 조사 해명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과학기술적 대책을 시급히 강구하며 여러가지 부분시험들을 거쳐 가급적으로 빠른 기간내에 제2차 발사를 단행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인양되는 '북 우주발사체' 추정 물체 2023.5.31 [합동참모본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br>
인양되는 '북 우주발사체' 추정 물체 2023.5.31 [합동참모본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심 팀장) : 한편, 북한이 발사한 발사체의 잔해물이 한중 잠정조치수역에 낙하했기 때문에 이를 인양하기 위한 작업이 진행되고 있죠?

(조 기자) : 네. 먼저 군은 북한이 발사체를 쏜 지 약 1시간 30분만인 전날 오전 8시 5분께 부유물을 발견했습니다. 군은 어청도에서 북서쪽으로 약 200㎞ 떨어진 서해상에서 발사체 일부로 보이는 부유물을 발견해 현재 인양작업 중인데요. 인양된 부유물은 북한 발사체의 1단 로켓과 2단 로켓 사이 원통형 연결단인 것으로 군은 추정하고 있습니다. 군은 북한 발사체의 낙하 당시 비행 방향을 고려해 부유물이 발견된 지점의 남서쪽 해역에서 나머지 잔해물의 탐색 작업을 진행 중입니다.

(심 팀장) : 인양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조 기자) : 군은 2012년 12월 북한이 발사한 장거리로켓 은하 3호 잔해가 서해상에 떨어졌을 때 이를 빠짐없이 건져낸 전례로 볼 때, 비교적 온전한 형태로 위성이 수거된다면 북한의 위성기술 수준을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실제로 지난 2012년 인영된 은하 3호는 분석 결과 한국산 반도체가 사용된 것으로 확인되기도 했는데요. 전하결합소자(CCD) 카메라와 전선, 전자기 방해 필터는 중국산이었으며, 구소련과 영국, 스위스에서 만든 부품도 있었습니다. 또 군은 작년 11월에도 북한이 분단 후 최초로 동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 지대공 SA-5(러시아명 S-200) 미사일을 발사하자 닷새만에 동해상에서 잔해를 건져 올리기도 했죠.

군은 인양과 수색 작업을 완료하면 수거물을 국방과학연구소(ADD) 등에 보내 북한 추진체와 군정찰위성의 성능 파악에 나설 예정인데요. 다만 북한이 기술 수준을 노출하지 않기 위해 발사 실패시 위성에 자폭기능을 심어놨을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심 팀장) : 끝으로 우리나라를 비롯한 미국과 일본도 명백한 도발이고 심각한 안보위협으로 보고 있는데, 입장 어떻습니까?

(조 기자) :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1일 "북한은 어제 이른 아침 위성을 탑재했다고 주장하는 우주발사체를 발사했다"며 "이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대한 중대한 위반이자 한반도와 국제 사회의 평화와 안정에 대한 명백한 도발"이라고 규탄했습니다. 그리고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과 하마다 야스카즈 일본 방위상은 1일 도쿄 방위성에서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응해 한미일 안보 협력 방안 등을 논의했는데요. 또한 해운 관련 유엔 산하기구인 국제해사기구(IMO)가 북한의 잇따른 미사일 발사를 강력히 규탄하는 결의문을 처음으로 채택하기도 했습니다. IMO는 실질적으로 북한을 제재할 수단은 없다는 한계가 있지만 결의안 채택으로 북한에 가해지는 압박이 가중되고 미사일 도발에 반대하는 국제사회의 단합된 대응을 과시한다는 상징적 효과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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