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조재휘 기자ㅣ꼭 알아야 하는 이슈, 알아두면 좋은 이슈, 2023년 5월 30일 가장 뜨거운 이슈를 ‘팩트’와 함께 전달합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결선 투표까지 가는 치열한 접전 끝에 대선에서 승리해 재선에 성공했습니다. 선거 전만 해도 이번에야말로 20년 집권에 마침표를 찍는 것 아니냐는 예상이 나왔지만 이번 도전도 이겨내며 또 당선이 된 것인데요. 오늘 이슈체크에서는 <30년 종신집권 길, 에르도안 재선 성공>과 관련된 이슈를 살펴보겠습니다.

(심재민 팀장) :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했는데 얼만큼 장기집권을 하는 것입니까?
(조재휘 기자) : 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번 재선으로 2003년 첫 집권 이후 2033년까지 최장 30년에 달하는 사실상의 종신집권에 도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에르도안 대통령의 재선을 바란 러시아는 안도하게 됐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내 이단아에 골치를 앓아온 미국과 서방은 앞으로도 튀르키예와 불편한 동거를 계속해야 할 형편입니다.

(심 팀장) : 수식어로 ‘21세기 술탄’ 자리를 확고히 했다는 평이 이어지는데 술탄의 뜻이 무엇입니까?
(조 기자) : 네, 통치자를 의미하는 아랍어가 어원인 술탄은 튀르키예의 전신인 오스만제국의 황제로서 이슬람 종교 지도자를 겸한 절대 군주입니다. 1954년 이스탄불에서 태어난 에르도안 대통령은 빈민가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자수성가형의 입지전적 인물로, 튀르키예 국부로 추앙받는 무스타파 케말 아타튀르크 이후 가장 강력한 지도자라는 평을 받습니다.

(심 팀장) : 그동안 에르도안 대통령의 정치 스타일은 어땠습니까?
(조 기자) : 네, 이슬람주의자인 에르도안 대통령은 집권 기간 점진적으로 이슬람 색채를 강화하며 세속주의 기반을 약화하는 데 주력했습니다. 세속주의의 본산인 군부에 대한 여러 차례 숙청에 이어 2016년 쿠데타 미수 사건 이후에는 군부에 대한 대대적 추가 숙청을 벌인 것은 물론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며 사회 전반을 옥죄었습니다. 이번 대선 기간에는 야당이 성소수자를 옹호한다고 비판하는 등 노골적으로 이슬람 교리에 기반한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심 팀장) : 당선이 확정된 후 에르도안 대통령은 어떤 입장을 내놨습니까?
(조 기자) : 네, 결선투표 개표가 막바지에 달한 현지시간 28일 이스탄불 거처 앞에서 지지자들을 상대로 앞으로 5년간 튀르키예를 통치할 책임을 다시 맡겨준 모든 국민에게 감사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여러분의 의지는 투표함에서 튀르키예의 굽히지 않는 불변의 힘이 되었다며 신의 뜻에 따라 여러분의 믿음에 보답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튀르키예가 오늘 유일한 승자라며 8,500만 국민 모두가 승리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사진/이스탄불 로이터=연합뉴스 제공]

(심 팀장) : 선거 직전 예상과는 다른 결과가 나온 것이 맞습니까?
(조 기자) : 네, 그렇습니다. 이번 대선은 지난해 10월 기준 전년 대비 85%가 넘는 극심한 인플레이션에 리라화 가치 폭락 등으로 경제가 파탄 직전인 상황에서 치러졌습니다. 게다가 지난 2월에는 21세기 최악의 재난 중 하나로 꼽히는 대지진이 발생했고, 이에 대한 정부의 부실 대응과 부패 문제가 정권 심판론으로 이어졌는데요. 에르도안 대통령 치하에서 탄압받아 온 쿠르드족이나 이번에 처음으로 투표하는 500만 명에 달하는 유권자의 표심 역시 야당을 선택할 것이라는 분석이 많을 정도로, 모든 상황이 정권교체를 가리키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심 팀장) : 이번 선거를 결과로 다른 국가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 같은데 어떤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까?
(조 기자) : 네, 튀르키예뿐만 아니라 중동과 유럽, 서방과 반서방의 국제질서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는데요. 에르도안 대통령의 재선으로 튀르키예는 제왕적 대통령제 하의 권위주의 통치체제가 한층 강화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옵니다. 건국이념으로서 종교와 정치를 분리한 세속주의가 퇴색하고 에르도안 대통령이 지속적으로 강화해온 이슬람주의가 전면화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됩니다.

(심 팀장) : 미국과 러시아가 다른 입장을 보일 것 같은데 각 나라에서는 어떤 입장입니까?
(조 기자) : 네, 강력한 튀르키예를 목표로 한 지역 패권 추구 외교 노선과 함께, 친러시아 노선 및 서방과의 불편한 관계도 계속될 전망입니다. 미국으로서는 나토 내에서 튀르키예의 독자 노선에 따라 난처한 입장이 계속될 것으로 보이는 반면, 러시아로선 튀르키예와 경제협력을 지속하면서 서방의 제재 충격을 완화하는 등 숨통이 트이게 된 것으로 보입니다. 한편으론 에르도안 대통령이 이번 재선을 계기로 우크라이나 전쟁 중재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도 나옵니다.

(심 팀장) : 많은 나라에서 에르도안 대통령에게 축하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어떻습니까?
(조 기자) : 네, 윤석열 대통령도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의 재선을 축하한다고 밝혔습니다. 윤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이같이 전하고 한·터키 간 전략적 파트너십을 더 강화하고 국민 간 형제애를 심화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협력하길 기대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사진/이스탄불 로이터=연합뉴스 제공]

각종 스캔들과 반정부 시위, 쿠데타까지 이겨낸 노련한 정치인은 이번에도 위기를 돌파한 에르도안 대통령. 민심이 크게 악화한 지진 피해 지역에서조차 대대적 재건 공약으로 유권자들의 마음을 돌려세운 결과였습니다. 재선 성공으로 글로벌 외교 정세에는 또 어떤 변화의 바람이 불지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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