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심재민 기자ㅣ꼭 알아야 하는 이슈, 알아두면 좋은 이슈, 2023년 5월 11일 가장 뜨거운 이슈를 ‘팩트’와 함께 전달합니다.

대규모 전세사기 사건을 저지른 이른바 '건축왕' 일당에게 범죄단체조직죄가 적용됐습니다. 국내 전세사기 사건으로는 처음으로 범죄단체조직죄가 적용된 것인데요. 이슈체크에서 <전세사기 첫 적용 ‘범죄단체죄’, ‘건축왕’ 딸은 회생신청>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심 팀장) : 먼저, 이른바 ‘건축왕’ 일당들 어떤 혐의를 받고 있습니까?

(조 기자) : 인천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1계는 사기 등 혐의로 건축업자 A(61)씨 일당 51명을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라고 10일 밝혔습니다. A씨 등은 2021년 3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인천시 미추홀구 일대 아파트와 빌라 등 공동주택 533채의 전세 보증금 430억원을 세입자들로부터 받아 가로챈 혐의 등을 받고 있는데요. 430억원은 지난 3월 A씨 등 10명의 1차 기소 당시 범죄 혐의액수인 125억원이 포함된 금액입니다. 한편, 부동산 관련 법인 4곳과 또 다른 공범들은 향후 검찰에 추가로 송치될 예정입니다.

(심 팀장) : 참 많은 이들에게 피해를 입혔고, 심지어 일부 피해자는 극단적 선택을 하기도 해 건축왕 일당 등 전세사기 가해자들에 대한 엄벌이 요구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국내 전세사기 사건으로는 처음으로 이른바 '건축왕' 일당에게 범죄단체조직죄가 적용됐다고요?

(조 기자) : 네. 경찰은 이번에 송치할 전체 피의자 51명 중 A씨를 포함한 18명에게는 범죄단체조직 혐의를 추가로 적용했습니다. 이들은 바지 임대인·중개보조원·자금관리책 등이며 전세사기 사건을 저지른 일당에게 범죄단체조직 혐의가 적용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경찰 관계자는 "주도적으로 범행에 가담하고 A씨와 초기부터 함께 범행한 피의자들을 선별해 범죄단체조직죄를 추가로 적용했다"며 "먼저 기소된 10명 중에서는 9명이 포함됐다"고 말했습니다.

(심 팀장) : 범죄단체조직죄가 적용되면 어떤 처벌까지 내려질 수 있는 거죠?

(조 기자) : 사기죄의 법정형은 징역 10년 이하이지만 2건 이상의 사기를 저질렀다면 '경합범 가중' 규정에 따라 법정 최고형에서 최대 2분의 1까지 형을 더할 수 있습니다. A씨의 현재 사기 건수는 533건으로 2건 이상이기 때문에 사기죄의 법정 최고형에 절반인 징역 5년을 더하면 최대 징역 15년까지 선고받게 됩니다.

(심 팀장) : 주도자 A씨 이외에 많은 이들이 가담한 전세사기 범죄인데, 나머지들은 최대 어떤 처벌을 받게 되나요?

(조 기자) : 범죄단체조직죄가 법원에서 유죄로 인정되면 범행을 주도한 A씨뿐 아니라 이 혐의가 함께 적용된 나머지 공범 17명도 같은 처벌을 받습니다. 이는 조직 내 지위와 상관없이 조직원 모두 같은 형량으로 처벌할 수 있기 때문인데요. 다만 범죄단체조직죄가 추가로 적용됐다고 해서 법정 최고형이 늘어나지는 않습니다.

(심 팀장) : 경찰이 전세사기 사건으로는 처음으로 이른바 '건축왕' 일당에게 범죄조직죄를 적용하면서 ‘범죄단체조직죄’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습니다. 어떤 개념인가요?

(조 기자) : 법원은 통솔체계 유무에 따라 '범죄단체'와 '범죄집단'을 구분하는데 이번에 경찰은 이 일당을 범죄집단으로 판단했습니다. 법정에서도 인정되면 건축왕 일당은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전세사기 범죄조직이 되는데요.

형법 114조의 '범죄단체 등 조직죄'는 사형, 무기징역, 4년 이상의 징역형에 해당하는 범죄를 저지르려고 단체·집단을 조직하거나 가입해 구성원으로 활동한 경우 적용할 수 있습니다. 대법원 판례는 이 조항과 관련해 '범죄단체'와 '범죄집단'을 구분하는데요. 범죄단체의 적용 요건이 범죄집단보다 더 엄격하기 때문입니다.

(심 팀장) : 범죄단체와 범죄집단, 어떤 차이가 있죠?

(조 기자) : 먼저, 범죄단체는 내부 질서를 유지하는 최소한의 통솔체계, 특정 다수, 동일한 범행 목적, 시간적 계속성 등을 요건으로 갖춰야 합니다. 반면 범죄집단은 이 가운데 최소한의 통솔체계가 없어도 범행 계획과 실행을 쉽게 할 정도의 조직 구조만 확인되면 적용할 수 있습니다.

[연합뉴스 제공]

(심 팀장) : ‘건축왕’ 일당에게 대입해서 설명을 들어볼까요?

(조 기자) : A씨 일당에게 적용된 혐의의 명칭은 범죄단체조직죄로 알려졌지만, 엄밀히 따지면 경찰은 이들을 범죄단체가 아닌 범죄집단으로 판단했습니다. 건축왕 일당의 일부 혐의를 먼저 기소한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A씨는 2010년 설립한 단체에서 회장을 맡아 업무 전반을 총괄했고, '기획공무팀', '중개팀', '주택관리팀' 등을 두고 공인중개사와 중개보조원까지 조직적으로 범행에 가담했는데요. A씨는 매주 중개팀 직원들과 회의하며 자신이 보유한 부동산들의 전세계약 체결 현황을 보고 받고 전세보증금 액수를 직접 결정했고, 적극적으로 계약하라고 독려하기도 했습니다. 이에 경찰은 A씨가 범죄집단의 정점에서 공인중개사나 중개보조원 등과 함께 조직적으로 범행한 것으로 결론을 내린 것입니다.

(심 팀장) : 전세사기 범죄에서는 처음 적용된 ‘범죄단체조직죄’, 다른 범죄에서는 적용된 사례가 있습니까?

(조 기자) : 범죄조직죄는 그동안 폭력조직에 주로 적용됐고, 보이스피싱 조직이나 텔레그램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27)씨 등도 이 죄로 처벌받았습니다. 지난달 인천지검 부천지청이 '전세자금 대출사기' 조직을 적발해 범죄조직 혐의 등으로 기소했으나 세입자들로부터 직접 전세보증금을 가로챈 일당이 형법상 범죄조직으로 인정된 사례는 지금까지 없었습니다.

(심 팀장) : 그렇군요. 앞으로 ‘건축왕’ 일당에 대한 수사 전망은 어떻습니까?

(조 기자) : 경찰이 계속 수사 중인 고소 사건이 남아 있어 A씨 일당의 최종 혐의 액수는 더 늘어날 수 있습니다. 이들과 관련한 고소 사건은 모두 944건이며 세입자들이 돌려받지 못했다고 주장한 보증금은 총 700억원대인데요. 경찰은 이번 사건을 최종 송치할 때 A씨 일당의 범죄수익을 묶어두기 위해 기소 전 추징보전도 신청할 방침입니다.

(심 팀장) : 한편, 인천 전세사기 '건축왕'의 딸이 회생신청을 하면서 우려가 되고 있는데, 어떻습니까?

(조 기자) : 네. 인천 전세사기 사건의 주범 '건축왕'의 공범으로 입건된 딸이 법원에 회생 신청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회생법원 회생11부(오병희 부장판사)는 지난 2일 B(34)씨에게 포괄적 금지명령을 내렸다. 포괄적 금지명령은 법원이 회생절차 개시를 결정할 때까지 모든 채권을 동결하는 조치다. 이에 따라 채권자들의 강제집행, 가압류, 경매 등 절차가 중단된다. 이후 법원이 회생절차를 개시해도 절차가 끝날 때까지 경매 등은 재개되지 않는다.

(심 팀장) : B씨의 회생 신청이 피해 복구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뜻인가요?

(조 기자) : B씨의 회생 신청이 피해 복구에 어떤 영향을 줄지는 미지수입니다. 통상 법원이 회생절차 개시 여부를 판단하기까지는 약 1달이 걸리는데요. 만약 회생절차가 개시되면 채무조정 및 변제가 이뤄지는데, 이 과정에서 우선권이 없는 피해자들은 전세자금을 온전히 돌려받기 어려워질 수도 있습니다. 이 때문에 법조계에서는 채권자들이 동의하지 않아 회생절차가 인가되지 않을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옵니다. 또 일각에서는 A씨가 시간을 벌고 '도의적 책임을 피하지 않았다'는 명분을 쌓기 위해 회생 절차를 활용한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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