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조재휘 기자ㅣ시간이 지날수록 결혼 연령이 늦어지면서, 임신에 어려움을 겪는 난임 가정이 늘고 있다. 이로 인해 30대 여성들을 중심으로 건강했을 때 미리 자신의 난자를 얼려두려는 사례가 최근 급증하고 있다. 남성들 역시 정자 보관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 상황. 냉동 보관이 난임을 극복하는 대안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혹은 난자·정자 냉동 보관이 무엇인지 자세하게 파헤쳐보자.

현재 우리나라는 16년간 약 280조원의 저출산 대응 예산을 쏟아부었음에도 유례없는 저출산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늦은 결혼과 출산, 환경 등의 영향으로 난임 부부도 자연스럽게 증가했다. 그래서 혹시 모를 노산으로 인한 난임 걱정을 덜기 위해 자신의 난자를 냉동 보관하는 30대 여성들이 늘고 있다.

난자 냉동을 정확히 말하면 여성의 난소를 과자극시켜서 얻어낸 난자를 냉동 보관하는 것이다. 난자 냉동에는 ‘유리화 난자 동결법’이라는 기술이 세계적으로 주로 쓰인다. 유리구슬처럼 난자를 얼음보다 더 딱딱한 알갱이 형태로 보존하는 기법으로 슬러시 질소를 이용해 난자를 영하 210도까지 급속 냉동시킨다.

이 과정에서 동결 보존액이 난자 안으로 파고들어 유리처럼 굳는다. 해동된 난자는 세포벽이 신선 난자보다 더 딱딱해져 미세 바늘로 난자 벽에 구멍을 뚫어 정자를 안으로 주입하는 방식으로 인공 수정시킨다.

과거에는 암으로 인해 항암 치료 혹은 방사선 치료를 앞둔 환자가 치료 후 난소기능부전이 생길 가능성을 우려해 난자를 미리 냉동 보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결혼 및 출산 연령대가 높아지면서 건강한 여성들도 가임력을 보존하기 위해 난자 냉동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난자 냉동 과정은 먼저 여성 본인이 난자 생성 자극 호르몬 주사제를 가지고 생리를 시작하기 시작한 날짜의 2~3일 차부터 약 8일에서 10일간 매일 피하에 주사하여 난소의 과배란을 유도한다. 이후 마지막 주사를 투여하면 이틀 후 마취를 하고 질 초음파를 보며 난자를 채취한다.

여성의 난소 기능은 25살 이후 지속해서 떨어지기 때문에, 난자 냉동을 마음먹었다면 빠를수록 좋으며 될 수 있으면 난자가 가장 건강한 35살 이전에 하는 것이 좋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그렇다면 해외에서는 난자 냉동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을까.

미국은 구글, 페이스북 등 세계적 기업들이 정자, 난자 냉동을 직원복지 정책으로 도입할 정도로 매년 느는 추세이다. 미국의 난자 냉동의 시술 비용은 1회 최대 1만 달러(약 1,320만원)가 넘고, 보관비용도 추가로 매년 내야 한다.

중국 정부는 2003년 ‘인간의 보조 생식 기술에 관한 규정’을 공포해 미혼 여성이 시험관 시술이나 난자 동결 등 임신 관련 시술을 받는 것을 금지했다. 건강 위험과 의료 상업화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라는 것이 당국 입장이지만 불임 부부를 대상으로 한 시술은 허용되고 있다.

일본의 산부인과학회에서는 지난 2015년 건강한 여성이 사회적인 이유로 난자를 동결하는 것을 권장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전했다. 그 이유는 난소 출혈이나 감염 등의 우려가 있고 수정란이나 태아에 미치는 영향을 알 수 없는 점, 임신·출산을 보장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일본에서 지난 2015년 40대 여성이 냉동 난자를 이용해 출산한 사례가 최초로 전해졌다. 이전까지 질병 치료를 앞둔 여성들이 냉동 난자를 사용한 적은 있었지만, 건강한 여성이 만혼에 대비해 난자를 얼렸다 임신과 출산에 성공한 경우는 그때가 처음이었던 것이다.

남성들은 정자 보관에 대해 큰 관심이 없다가 음주, 비만, 스트레스 등 정자의 운동성이 약해지는 등 임신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어 정자 냉동을 의뢰하는 남성들도 최근 많아지고 있다. 남성의 정자 냉동의 시술 방법은 먼저 정자를 자연 배출한 뒤, 여기서 정상적인 정자를 골라내고 수분을 제거한 후 급속 동결 시키면 된다.

한편 우리나라에서 난자 냉동은 난임치료 지원 항목에는 빠져 있어서 수백만 원의 비용을 스스로 부담해야 한다. 이에 전문가들은 한국이 전 세계 최저 출산율을 기록하는 만큼, 난자 냉동보관 같은 난임 시술비 부담을 줄일 정책이 필요해 보인다고 첨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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