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심재민 기자 / 디자인=이윤아Pro | 인기 영화 시리즈인 ‘어벤져스’. 이 영화는 픽션을 바탕으로 하고 있지만 과학적 원리와 가설, 그리고 미래에 펼쳐질 기술들이 총 망라되어 있어 보는 이들의 몰입도를 높인다. 특히 어벤져스 중 ‘아이언맨’의 경우 수트 안에 탑재된 AI와 자유롭게 대화를 주고받는 것이 특징인데, 해당 AI는 데이터를 서치하고 여러 경우의 수를 두고 판단하는가 하면, 때로는 스스로 생각하고 감정을 표출하는 등 인간보다 더 지능적인 면모를 보이기도 한다. 

이러한 영화 속 장면들이 점차 현실화 되고 있어 놀라움을 사고 있는 가운데 최근에는 사람과 자유롭게 대화를 하고 스스로 글을 쓰는가 하면, 창조적인 활동까지 하는 AI가 상용화 되어 화제가 되고 있다. 인공지능(AI) 챗봇 '챗GPT'가 전 세계적으로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것.

챗GPT는 미국의 비영리 연구소 '오픈AI'가 개발한 대화형 AI 챗봇으로, GPT란 Generative Pre-trained Transformer의 약자로, 우리말로는 미리 훈련된 생성 변환기 정도라고 할 수 있다. 즉 기존에 입력된 스크립트로만 대화를 진행하는 '연산형' 변환기에서 진일보해 딥러닝을 통해 스스로 언어를 생성하고 추론할 능력을 지녔다는 의미다. 

이러한 능력을 바탕으로 챗GPT는 대화는 물론 어려운 글을 대신 써주기도 하고, 작곡, 그림, 코딩까지 척척 해낸다. 특히 간단한 주제어 몇 개만으로 단 몇 초 만에 글도 만들어내고 시도 짓는데, 이는 초보자 수준이 아닌 '놀라운' 수준으로 미국 명문 경영전문대학원(MBA)인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졸업에 필수적인 시험에서 합격점을 받아낼 정도다.

챗GPT가 현재와 같은 기능을 갖추기 까지는 여러 과정이 있었다. 먼저 초기 모델인 GPT-1이 2018년에 탄생한 데 이어 이듬해 전작의 10배 이상인 15억 개 이상 매개변수(파라미터)를 활용하는 GTP-2가 나왔다. 여기까지는 그저 프로그램에 지나지 않았다. 그 후 1년 뒤인 2020년 공개된 GPT-3는 무려 1천750억 개의 매개변수를 활용해 사람들이 평소 사용하는 언어와 유사한 형태를 보여줘 세상에 충격을 안겼다. 시행착오를 거쳐 최적의 방법을 터득하는 방식인 '강화학습' 기법으로 스스로 오류를 바로잡고 잘못된 전제를 지적할 수 있도록 설계된 것. 코딩이나 명령어 없이 텍스트 입력만으로 인간과 소통하거나 정해진 과제를 수 초 내로 수행하며, 이전 대화를 기억할 수 있어 맥락을 파악한 채 대화를 이어간다.

그런데 이 'GPT-3'도 한계는 있었다. 무려 570GB의 방대한 자료를 학습했음에도 가끔 대화 과정에서 맥락에 맞지 않는 엉뚱하거나 이상한 표현 또는 문장을 쓰는 사례들이 발생했다. 이런 점을 보완하고자 최근 나온 개량품이 GPT-4로 넘어가기 전 베타 버전인 GPT-3.5로, 이것이 바로 챗GTP이다. 엄청난 인력을 투입해 GPT-3와 대화에서 발견되는 이상한 답변을 수정하고 평가해 오류를 대폭 줄였다.

오픈AI는 지난 해 11월 30일 챗GPT를 일반에 공개했다. 공개 후 챗GPT는 “센세이션”이라는 반응과 함께 그야 말로 연일 화제의 중심이었다. 특히 사용자가 급속히 늘어 2개월여 만에 월간 활성 이용자(MAU)가 1억 명을 넘어섰다. 이는 MAU가 1억 명에 도달하는데 틱톡이 2년, 인스타그램이 2년 6개월, 유튜브가 2년 10개월, 페이스북이 3년 2개월 걸리는 것에 비해 크게 앞선 수준이다. 오픈AI는 여러 결점을 보완해 올해 내로 다음 버전인 GPT-4를 공개할 예정으로 더욱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와 같은 챗GPT의 열풍은 업계를 긴장 시키고 있다. 대표적으로 세계 최대 검색엔진 업체 구글은 심각한 위기 경고를 뜻하는 '코드 레드'(code red)를 발령하고, 지난 6일(현지시간) AI 챗봇 바드(Bard) 출시를 공식 선언하면서 앞서 등장한 챗GPT와 치열한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MS는 챗GPT를 자사 클라우드 플랫폼 '애저'(Azure)에 탑재해 클라우드 서비스와 검색 부문에서 아마존과 구글을 넘어서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MS는 2019년부터 챗GPT와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투자를 해왔다. 국내에서 역이 챗GPT를 도입하고 이와 유사한 기능의 AI를 개발하는데 열을 올리고 있다. 

한편, 챗GPT를 둘러싼 법적·윤리적 문제는 확산에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챗GPT가 만들어낸 작품의 창작자를 누구로 봐야 하는지도 논쟁거리가 되고 있으며, 일각에서는 챗GPT가 가짜 뉴스, 혐오 발언, 성적·인종적 편견 등을 포함한 유해 콘텐츠를 생산하는 도구로 활용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챗GPT 선두로 진화해 나갈 AI 챗봇 시장. 많은 이들의 뜨거운 관심이 모이는 분야인만큼 앞으로 선진국들과 기업들의 막대한 투자와 기술개발이 예상되고 있다. 다만, 여러 우려가 존재하고 있고 AI의 고지능화가 불러올 문제들 역시 오래전부터 예견되어 왔다. 기술 개발과 함께 이러한 우려를 해소할 안전성 마련에도 심혈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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