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조재휘 기자ㅣ경제가 힘들다는 것을 몸소 느끼는 요즘이다. 그러는 와중에도 몇몇 기업들이 좋은 실적으로 직원들에게 성과급을 두둑하게 안겨주고 있어 화제가 되고 있다. 특히 금리상승기에 서민들의 경제적 고통 속에서 이자장사로 최대의 수익을 낸 은행들이 거액의 직원 성과급 지급에 서민들의 시선이 곱지 않다. 경제난 속에서도 어느 업종이 성과급 잔치를 벌이고 있는지 살펴보자. 

먼저 정유업계가 성과급 잔치를 벌이고 있다. LS그룹 계열 액화석유가스(LPG) 수입·유통업체 E1 직원들은 작년 말에 기본급 대비 1,500%를 성과급으로 받았다. E1은 지난해 LPG 제품 수요 증가에 따른 트레이딩 사업 호조 등에 힘입어 실적이 크게 개선됐다. 작년 1∼3분기 누적 매출은 5조9천91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3.7% 늘고, 영업이익은 1천948억원으로 영업손실 187억원에서 흑자 전환했다.

현대오일뱅크 모든 임직원은 기본급의 1,000%를 성과급으로 받았다. 실적에 연동해 성과급이 전년(기본급의 600%)보다 큰 폭으로 뛰었다. 현대오일뱅크의 2022년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은 역대 최대인 2조7천770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8,516억원)보다 3배 이상으로 늘었다.

GS칼텍스는 작년 경영실적 달성에 대한 성과급으로 최근 임직원에게 기본연봉의 50%를 지급했다. GS칼텍스의 지난해 1∼3분기 연결 영업이익은 4조309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86%가량 증가했다. 최대 실적을 낸 국내 최대 배터리 업체 LG에너지솔루션도 기본급의 870%(평균)를 성과급으로 지급했다. 조직 성과에 따라 일부 직원은 최대 900%를 받는다. 이는 전년도 성과급인 기본급 450% 대비 2배 수준이다. 

이처럼 정유 업계가 호실적을 거두자 횡재세 논란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특히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최근 난방비 폭등 사태와 관련해 정유사로부터 횡재세를 걷어 취약계층을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다만 정부는 횡재세 도입에 대해 적절치 않다며 선을 긋고 있다.

다음은 반도체 업계이다. 국내 반도체 양대산맥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업황 둔화로 인한 ‘어닝쇼크(실적충격)’를 경험했음에도 높은 수준의 성과급을 풀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에 연봉의 50%를 초과이익성과급(OPI)으로 지급했다.

OPI는 소속 사업부의 실적이 연초에 세운 목표를 넘었을 때 초과 이익의 20% 한도 안에서 개인 연봉의 최대 50%까지 매년 한 차례 지급하는 제도다. 메모리 불황에 작년 4분기 삼성전자 반도체 영업이익은 2,700억원으로 97% 급감했으나, 상반기 호실적 덕분에 목표 실적을 달성했다.

지난해 4분기에 10년 만에 분기 적자를 낸 SK하이닉스도 모든 임직원에게 작년 성과급으로 연봉의 41%를 지급했다. SK하이닉스는 작년 경영실적에 대한 초과이익분배금(PS)을 기준급의 820%로 결정했다. 기준급 820%는 연봉의 41% 수준이다.

다음은 시중은행들도 성과급 지급 규모를 전년 대비 확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5대 은행 임직원에 지급된 성과급만 모두 1조3천억원이 넘는 것으로 확인됐다. 금융감독원이 정무위원회 황운하 의원(더불어민주당)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5대 시중은행의 성과급은 모두 1조3,823억원으로 파악됐다. 2021년 성과급 총액(1조19억원)보다 약 35%나 늘었다.

개별은행 임원 1명의 평균 성과급을 따져보면, KB국민은행이 2억1,600만원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하나은행(1억6,300만원), 신한은행(1억7,200만원), 우리은행(1억400만원), NH농협은행(4,800만원) 순이었다.

보험회사와 카드회사 역시 은행에 이어 성과급 잔치를 벌인다. 삼성화재는 지난달 31일 직원들에게 역대 최대인 연봉의 47%를 성과급으로 지급했다. 삼성생명의 성과급은 연봉의 23%였다. DB손해보험도 지난달 31일 연봉의 41%를 성과급으로 지급했으며 KB손해보험은 월 상여금 기준 550%를 성과급으로 책정했다. 

현대해상은 연봉의 30% 내외, 메리츠화재는 연봉의 40% 내외가 성과급으로 책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카드는 지난달 31일 연봉의 50%를 성과급으로 지급했고 신한카드, 롯데카드 등 카드사들도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더 많은 성과급을 줄 전망이다.

고금리로 기업·가계 고통이 늘어난 가운데 은행권이 돈 잔치를 벌였다는 비판이 이어진 가운데 은행권의 영업·경영 구조 전반이 수술대에 오른다. 금융당국은 은행권 성과급·퇴직금 등 보수 체계를 들여다봄과 동시에 증권사와 보험사, 카드사의 성과급 체계도 점검하겠다는 입장이다. 일부 보험사와 카드사가 역시 작년 역대급 실적을 근거로 연봉의 30~50%를 성과급으로 책정했는데, 이런 성과급 규모가 이익 대비 적정한 것인지를 살펴보겠다는 것이다.

역대급 성과급 잔치 소식에 정유사들의 횡재세 도입 논의에 불이 붙고 있으며 예금보다 대출금리를 빨리 올리며 영업시간은 줄인 은행들의 영업 행태 역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물가, 금리 등 모든 것이 어려워졌지만 기업의 성과급 잔치 소식에 서민들은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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