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심재민 기자 / 디자인=이윤아Pro | 한국의 콘텐츠가 또 한 번 세계적인 무대에서 많은 이들의 갈채를 받았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길복순'이 지난 18일(현지시간) 오후 9시 제73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된 것. 지극히 한국 토종의 냄새가 가득한 작품 ‘길복순’은 첫 상영일인 이날 1천800석이 하루도 채 안 돼 전석 매진됐을 정도로 K-영화의 인기를 실감케 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길복순’은 한국적이면서도 이국적인 작품으로, 작품의 이름처럼 친숙한 ‘한국 엄마’라는 소재에 우리에게는 다소 생소한 ‘킬러’를 맛있게 버무려냈다. 이 작품은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2016), <킹메이커>(2021) 등의 연출을 맡았던 변성현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그는 이번 작품에서도 특유의 스타일리시한 미장센을 잘 녹여냈다는 평을 받는다. 

영화는 청부살인업계의 전설적인 킬러 주인공 '길복순'이 회사와 재계약을 앞두고 휘말리는 사건·사고와 그 과정에서 아이를 키우며 맞닥뜨리게 되는 '보통 엄마'로서의 현실적 고민을 이질감 없이 풀어나간다. 영화 제목이 그렇듯 이 작품에서 핵심은 킬러이자 평범한 엄마인 ‘길복순’으로 이 역할은 칸의 여왕 ‘전도연’이 맡았다. 

길복순은 살인청부업자이자 사춘기 딸을 홀로 키우는 싱글맘이다. 그는 좀처럼 양립할 수 없을 것 같은 두 세계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이중생활을 이어간다. 직장에서는 능력을 인정받는 '대체불가' 킬러이지만, 마트 문이 닫히기 전 빨리 퇴근해야 하고, 학교 폭력에 휘말린 딸의 문제로 고뇌하는 영락없는 보통 엄마이기도 하다. 

'킬'(kill)을 연상시키는 성씨와 다소 촌스러운 '복순'이란 이름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 길복순. 영화 '길복순'은 킬러와 엄마라는 주인공의 두 정체성이 주는 아이러니를 흥미롭게 풀어낸다. 그 과정에서 영화는 냉혹한 킬러와 폭풍 잔소리 엄마라는 판타지와 현실을 끊임없이 오간다. 

길복순에서 무엇보다 돋보이는 것은 반전을 오가는 전도연의 연기다. 전도연은 영화 '밀양'(이창동)으로 '원조 칸의 여왕'이라는 수식어가 붙었지만, 이후다소 제한적인 캐릭터로 연기 변신에 대한 갈증이 있었다. 그러한 전도연은 이번 작품에서 그간의 한을 풀기라도 하듯 2시간 20분가량의 러닝타임 내내 통쾌한 액션은 물론 극성의 엄마 연기로 관객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무엇보다 전도연의 액션 연기가 주목할 만하다. 이번 작품은 전도연이 영화 <협녀: 칼의 기억>(2015) 이후 처음으로 선보이는 정통 액션이자, 첫 현대 액션극으로 마트에서 산 3만원짜리 도끼부터 칼, 총, 마커 펜 등 다양한 도구를 활용한 액션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반대로 작품의 다른 한 축을 차지하는 모녀 관계에서는 보통의 엄마를 섬세하게 표현해냈다.

전도연과 호흡을 맞춘 구교환의 연기 변신도 신선함을 불어넣는다. 넷플릭스 시리즈 'D.P.'와 영화 <모가디슈>로 얼굴을 알린 그는 이번 작품에서 복순의 후배 희성을 연기했다. 구교환은 복순에 대한 애정과 대표 민규에 대한 증오, 아버지를 살려야 하는 아들과 그러기 위해 사람을 죽여야 하는 킬러로서의 정체성 사이에서 고뇌하는 인물을 완벽히 소화했다. 

변성현 감독의 미장센과 전도연의 킬러와 엄마를 오가는 연기가 녹아든 작품 <길복순(137분, 청소년 관람 불가)>. 살인청부업자임을 알면서도 길복순을 응원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캐릭터 매력이 상당한 이 작품은 다음 달 31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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