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심재민 기자 / 디자인=이윤아Pro | 식생활 변화로 쌀 소비량이 줄면서, ‘쌀이 남아돌고 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작년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이 30년 전의 절반 수준으로 감소하면서 역대 최소 기록을 갈아치웠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양곡 소비량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평균 56.7㎏으로 1년 전보다 0.2kg(-0.4%) 감소했다. 

이는 1992년 소비량(112.9㎏) 대비 절반에 그친 수치로, 1인당 쌀 소비량은 관련 통계 작성이 시작된 1962년 이래 역대 최소치를 재차 경신했다.

1인당 쌀 소비량은 매년 줄어드는 추세를 보였다. 1997년까지 100㎏을 웃돌다가 1998년(99.2㎏) 90㎏대로 감소했고 3년 만인 2001년(88.9㎏)에는 80㎏대로 떨어져 2006년(78.8㎏)에는 70㎏대, 2012년(69.8㎏)에 60㎏대로 내려갔다. 그리고 이후 2019년(59.2㎏)에는 쌀 소비량이 50㎏대로 대폭 감소했다. 

환산해보면 1인당 하루 쌀 소비량은 155.5g으로 1년 전보다 0.2%(0.3g)줄었다. 보통 밥 한공기에 쌀이 90g~150g정도인데, 하루에 두 공기를 채 먹지 않는 셈이다. 하루 쌀 소비량은 2013년 184.0g에서 2020년 160g 아래로 떨어지는 등 매년 감소하는 추세다.

반면 식료품·음료 제조업 부문 쌀 소비량은 69만1천422t으로 전년보다 1.7% 증가했다. 특히 레토르트 식품이나 냉동식품, 즉석밥 등 반조리식품을 제조하는 기타 식사용 가공처리 조리식품 제조업의 쌀 소비량이 27.2% 증가하며 가장 큰 폭으로 늘었다.

쌀 소비가 줄어든 이유는 1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가공식품과 외식 중심으로 식습관이 변화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또한 육류 소비가 늘고 빵, 밀가루 등 서구식 식단에 익숙한 세대가 많아진데다 이를 만족시킬 다양한 먹거리 산업이 발전하기도 했다. 여기에 특히 ‘탄수화물을 먹으면 살이 찐다’는 말이 퍼지면서 건강과 다이어트를 위해 탄수화물을 기피하는 경향이 짙어진 탓도 있다. 오죽하면 탄수화물을 비만의 원인으로 꼽으며 '저탄고지'(저탄수화물 고지방) 식단을 선호하는 이들도 부쩍 증가했다. 

쌀 소비량이 감소하면서 쌀 가격도 매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생산되는 쌀보다 소비되는 쌀의 양이 적다 보니 가격이 내려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은 쌀 가격 하락을 방지하기 위해 시장 격리를 의무화하는 '양곡관리법'을 제시하기도 했다.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쌀이 수요량의 3% 이상 초과 생산되거나 수확기 가격이 지난해보다 5% 이상 하락할 경우 정부가 의무적으로 매입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다만 농식품부는 양곡관리법이 통과되면 지금보다 쌀 과잉생산이 더 굳어질 것이라고 우려한다. 정부가 쌀 초과 생산량을 의무 매입하면 농가들이 기계화로 비교적 손 쉬워진 벼농사를 고집해 다른 작물 전환이 더 힘들어질 거라는 판단이다. 이에 농식품부는 쌀 수급 관리를 위해 오히려 올해 벼의 재배면적을 3만7000㏊ 감축하기로 했다. 벼 재배면적을 올해 69만㏊로 줄이고 다른 작물을 심겠다는 구상인 것. 특히 밀과 콩 같이 수입 의존도가 높은 작물의 국내 생산을 확대하고 가루 쌀 생산을 늘릴 방침이다. 

“밥심으로 산다” “밥은 먹고 다니냐...” 이제는 이러한 말이 어색할 정도로 식생활 변화로 인해 1인당 쌀 소비량이 줄어들었다. 달라진 식문화에 따른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발 빠르고 실효성 있는 대처가 필요해 보인다. 

SNS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