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조재휘 기자ㅣ지난달 31일 유튜브 채널 ‘주빌리(Jubilee)’에는 ‘대한민국에서 흑인으로 산다는 것은?’이라는 제목의 영상이 게재되었다. 영상에는 샘 오취리를 비롯해 모델 한현민, 래퍼 매니악 등 6명의 출연자가 등장했다. 영상에서 “한국은 강한 ‘캔슬 컬처’를 가지고 있는가?”라는 질문이 나오자 모든 출연자들은 “매우 동의한다”라고 대답했고 가나 출신 방송인 샘 오취리는 과거 논란을 언급하며 한국은 ‘캔슬 컬처’가 강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캔슬 컬처(Cancel Culture)’는 주로 저명인을 대상으로 과거의 잘못되었다고 생각하는 행동이나 발언을 고발하고 거기에 비판이 쇄도함으로써 직업이나 사회적 지위를 잃게 만드는 소셜 미디어상의 현상이나 운동을 말한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 자신과 다른 생각을 드러낸 사람들에 대한 팔로우를 취소하거나 배척하는 행동을 하게 된다.

[사진/Pxhere]
[사진/Pxhere]

SNS상에서는 관계를 맺고 끊는 것이 클릭 한 번으로 쉽게 이루어지기 때문에 자신과 의견이 다른 사람을 지켜보거나 설득하는 대신 빠르게 인연을 끊는 캔슬 컬처의 행태가 쉽게 나타나게 된다.

캔슬 컬처는 본래 인종이나 젠더 등 소수자들을 차별하거나 혐오하는 발언 또는 행동을 저지른 이들에게 문제를 지적하고자 ‘당신은 삭제됐어(You’re canceled)’ 등의 메시지를 보내고 해시태그(#)를 다는 운동에서 시작되었다. 그러다 다른 영역으로 확산되어 대중의 반감을 사는 언행이 드러났을 때 대상을 공개 저격하는 행위까지 아우르게 되었다. 

2019년에는 호주 ‘맥쿼리 사전’에 ‘올해의 단어’로 선정될 정도로 영미권에서는 보편화된 신조어로 자리 잡게 되었다. 그러나 캔슬 컬처는 사적제재, 정치적 올바름 강요로 사람들을 자기 검열을 하도록 야기한다며 미국에서 큰 논쟁적인 주제이기도 하다.

캔슬 컬처가 표현의 자유를 지나치게 억누른다는 비판론도 만만치 않다. 2020년 캐나다 작가 ‘마거릿 애트우드’ 등 영미권 지식인 153명은 함께 발표한 서한에서 신속하고 강렬한 응징을 요구하는 세태 때문에 할 수 있는 말의 범위가 줄어들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렇게 사회 정의를 위한 올바른 비판이라는 의견과, 자유토론과 의견 교환을 막는 등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행위라는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해당 영상에서 샘 오취리는 2년 동안 일이 없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내가 ‘블랙페이스(blackface)’에 대한 게시물을 올렸을 때 하룻밤 사이에 화제가 됐고, 나는 일을 할 수가 없었다”라며 “그들은 나를 강하게 ‘캔슬’했고, 뜨거운 감자가 됐다”고 토로했다.

앞서 2020년 그는 의정부고등학교 학생들의 ‘관짝 소년단’ 패러디 졸업사진을 두고 흑인 비하라고 불쾌감을 드러냈다가 역풍을 맞으며 과거 발언들이 도마 위에 오르는 등 논란이 커지며 당시 출연 중이던 모든 방송에서 하차하고 연예계 활동을 중단했었다. 심지어 자신을 지지해 준 친구들마저 같이 공격 대상이 될 정도로 아웃시켰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자신의 생각이나 의견이 다른 사람들에 대한 팔로우를 취소하는 ‘캔슬 컬처’. 누구나 잘못을 할 수는 있지만 특히 공인들에게는 그 잘못의 기준이 더 엄격한 듯하다. 방송인 샘 오취리가 캔슬 컬처를 주장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 대중들의 마음을 되돌리기에는 조금의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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