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심재민 기자 / 디자인=이윤아Pro | 부동산 시장이 과열되고 집값이 폭등하면서 부린이(부동산+어린이), 줍줍(미계약 또는 미분양된 무순위 분양권 계약) 등 203040세대를 중심으로 부동산 투자와 관련한 신조어가 쏟아졌다. 이처럼 경제 활동을 하는 젊은 세대들은 부동산 투자 및 내 집 마련에 관심을 가지고 있지만 이들이 선호하는 지역의 아파트들은 이미 절반 정도가 10억원을 넘어서면서 그림의 떡이 된지 오래다. 

실제로 KB부동산에 따르면 지난 해 4월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 중위가격은 10억9062만원을 기록했다. 중위가격이란 표본이 되는 아파트 가격을 높은 순서대로 나열했을 때 중간에 위치한 아파트 가격을 말한다. 즉 ‘10억9062만원’ 정도의 돈이 없으면 서울에서 중간 정도의 아파트를 사기 힘들다는 뜻이다. 상황이 이러다보니 많은 젊은 세대들이 구매를 포기하기도 하지만, 눈을 돌려 노후 주택에 투자하고 거주하는 ‘몸테크’를 계획하기도 한다. 

몸테크란 ‘몸’과 ‘재테크’를 합성한 신조어로 노후 주택을 구매해 불편함을 감수하며 거주하면서 향후 재개발이나 재건축을 노리는 재테크 방식이다. 지금 당장 10억에 달하는 아파트 구매 비용을 마련하기 어렵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은 낡고 저렴한 아파트를 잘 선택해서 직접 몸으로 때워 거주하며 향후 재건축 될 새집을 노리는 것이 몸테크의 골자다. 

몸테크는 이미 오를대로 오른 서울 및 수도권의 아파트 가격과 설상가상으로 높아진 금리 덕에 늘어가는 젊은 층의 한 숨 속에 피어난 재테크 방식이다. 누구나 노리는 ‘괜찮은’ 집이 아닌 외면당하는 ‘낡은’ 집을 구매해 외풍, 소음, 녹물 등 불편한 주거 환경을 참고 실거주하며 재개발이나 재건축을 노리는 투자 방식인 것. 현재 편한 주거 환경을 포기하는 몸테크 족이 노리는 것은 향후 높아질 가치다. 재건축이나 재개발이 성사된다면 새 집은 물론 시세 차익까지 모두 모두 잡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잘 되면 말이다. 

특히 이번 정부 들어 재건축 관련 규제가 대거 완화되어 서울과 수도권 노후 재건축 단지들이 잇따라 안전진단을 통과하면서 몸테크가 더욱 관심을 받고 있다. 한동안 멈췄던 재건축 시계가 다시 돌아갈 것으로 관측되기 때문. 실제 지난 10일 양천구는 목동 신시가지 3·5·7·10·12·14단지, 신월시영 등 7개 단지에 대해 기존 '조건부 재건축'에서 '재건축 확정'으로 변경된 정밀안전진단 결과를 통보했다. 이에 앞서 노원구는 지난 6일 상계주공1·2·6단지와 상계한양 등 4개 단에 대해 재건축 확정을 통보했고, 지난 13일에는 경기 광명시가 철산주공 12·13단지에 대해 '조건부 재건축'에서 '재건축 확정'으로 변경했음을 통보했다. 

이들 단지는 1985년에서 1988년 사이에 입주해 재건축 연한인 30년을 훌쩍 넘었지만 과거 정부의 안전진단 규제로 계속해서 좌절을 겪었던 단지들이다. 그런데 정부가 안전진단 규제를 대폭 완화하면서 개정된 기준을 적용받아 별도의 적정성 검토 없이 재건축 사업을 추진할 수 있게 된 것. 시장에서는 안전진단 문턱이 낮아짐에 따라 재건축 확정 판정을 받게 될 단지들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에 낡은 아파트로 관심을 돌려 몸테크를 계획하는 젊은층이 증가하고 있다. 

물론 안전진단을 통과했다고 곧바로 재건축이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안전진단 통과 이후 조합설립 인가, 사업시행 인가, 관리처분계획 인가, 이주 및 철거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또한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와 토지거래허가제 등 재건축 장애물들이 여전해 재건축 사업 활성화로 이어질지 미지수라는 전문가들의 의견도 있다. 낡은 집에서 불편함을 감수해 버티며 몸테크를 구상해도 꿈에 그리던 재건축 진행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

집을 구매할 때 고려하는 ‘언제 지어졌는지’, ‘어디에 위치해 있는지’, ‘역세권인지’, ‘편의 및 교육 시설은 잘 들어서 있는지’ 등 이런 조건을 대입해 리스트를 쭉 늘어놓았을 때 그저 ‘중간’에 해당하는 아파트가 10억을 넘어섰다. 거기다 대출 금리는 상승을 거듭하고 있다. 금수저가 아닌 이상 일반 근로자에게는 중간정도의 아파트도 그림의 떡이 되어버린 상황인 것이다. 이런 세태 속에 피어나고 있는 ‘몸테크’ 바람. 불편함과 낡음을 몸으로 버틴다고 해도 내가 산 고(古)주택이 꼭 재건축된다는 보장도 없다. 경제 한파를 정면으로 마주하고 있는 젊은 세대들의 부동산 꿈은 그저 신조어만 만들어 내며 빈번히 힘없이 꺾여야만 하는 것인가. 손에 잡히지 않는 뜬구름, 신조어가 아닌 피부로 느껴지는 그 무엇이 절실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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