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조재휘 기자ㅣ한국에서는 보기 드문 사이버 펑크 장르 작품인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정이>가 현재 전 세계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정이>는 22세기 미래를 배경으로 최고의 전투 인공지능(AI)을 개발하려는 사람들의 사투를 그린다. 또한 배우 강수연은 이 작품을 통해 10년 만에 영화로 대중과 만나게 됐으나 지난해 5월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면서 그의 유작이 됐다. 국내외 호평과 혹평을 동시에 받고 있는 <정이>는 바로 ‘연상호’감독을 통해 탄생했다. 

[사진/넷플릭스 제공]

서양화과를 졸업한 연상호 감독은 홀로 스톱 모션으로 애니메이션을 제작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인형 애니메이션으로는 표현의 한계를 느끼다 2D 애니메이션으로 전환했고 단편 <디 데이>를 발표했다. 사실 그의 애니메이션 작품은 주로 사회비판성이거나, 음울한 전개, 특유의 우중충한 분위기가 특징이고, 이러한 그의 작품세계는 <돼지의 왕>에서 극대화되며 본격적으로 대중들에게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폭력, 종교, 군대 등 사회적으로 민감한 소재를 주로 다룬 연상호 감독은 <돼지의 왕>을 통해 학교 폭력에 대한 내용을 담았고, 사회적으로 민감한 소재를 다뤘다는 이유 등으로 호불호가 갈리기도 했지만 한국 애니메이션의 새 지평을 열었다 평가를 받기도 했다. 

[사진/영화 '부산행' 스틸컷]
[사진/영화 '부산행' 스틸컷]

그리고 그가 관객들을 깜짝 놀라게 한 작품은 바로 영화 <부산행>이다. 애니메이션만 작업하던 그가 실사영화 작품의 연출을 맡았고, 심지어 소위 ‘대박’을 쳤기 때문이다. 

한국 최초의 좀비 블록버스터 영화라는 점에서 성공을 의심하며 우려하는 사람들도 많았으나, 칸 영화제 비경쟁 심야상영 부문에 초청되어 호평을 받았고 관객들에게도 인정을 받으며 천만관객 돌파를 달성했다. 상업 영화 및 드라마에서는 애니메이션보다는 상업성(대중성)이 강하게 들어간 편이다. <부산행>은 전작인 독립 애니메이션들과는 달리 분위기가 덜 어둡고, 큰 스케일과 적절한 액션, 따듯한 휴머니즘으로 관객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사진/영화 '반도' 제작 스틸컷]
[사진/영화 '반도' 제작 스틸컷]

그렇다고 그에 대한 평가가 모두 좋은 것은 아니다. <부산행>의 세계관을 공유하는 영화로 <반도>를 연출했지만 평가가 좋지 못했다. 액션신이나 배우들의 연기력은 좋지만, 지나친 신파와 늘어지는 장면이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었다. 그의 작품에 대해 실망하는 사람들이 나오기도 했지만, 자신의 원작 '지옥 - 두개의 삶'을 OTT채널 넷플릭스 시리즈 <지옥>으로 다시 제작하며 작품성과 자신의 개성을 되찾았다는 호평을 받았다. 감독 특유의 스타일과 작품 분위기와 어울리는 어둡고 기괴한 연출이 먹혀든 것이다.

고유한 스타일로 자신의 개성을 발휘하는 연상호 감독은 최근 국내 영화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었던 사이버 펑크(인간이 기계에 종속되거나 특정한 인물에 의해 세계가 지배되는 우울한 미래 세계를 묘사한 SF 장르)로 관객들을 찾아왔다. 영화 <부산행> 속 좀비, 드라마 <지옥> 속 지옥의 사자에 이어 이번에는 <정이>에서 AI 로봇으로 또 다른 디스토피아를 펼쳐 보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사진/연합뉴스 제공]

드라마 <지옥>, <괴이>, 영화 <방법: 재차의>, <프린세스 아야>에 이어 <정이>까지 감독, 각본가, 프로듀서로 활발히 활동하며 쉬지 않고 대중과 만나고 있는 ‘연상호’ 감독. 현재 한국 영화에서 그간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액션이 펼쳐지는 <정이>를 통해 시청자들에게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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