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심재민 기자 / 디자인=이윤아Pro | 고용노동부는 내년 1∼3월 소프트웨어 개발업 등 포괄임금제(포괄임금·고정OT 계약) 오남용 의심 사업장에 대한 기획형 수시 감독을 한다고 밝혔다. 노동부는 전국 지방청 광역근로감독과를 중심으로 연장근로 시간제한 위반, 약정시간을 초과한 실근로에 대한 연장근로수당 미지급 등을 집중적으로 감독할 예정이다. 이번 감독은 '공짜 야근'을 유발하는 대표적인 불공정 임금으로 지목돼온 포괄임금제 오남용을 대상으로 한 첫 기획 감독이다.

포괄임금제는 연장근로수당을 비롯한 법정수당을 실제 노동시간과 상관없이 기본급에 포함해 지급하거나 기본급과 별도로 정액 수당으로 지급하는 방식이다. 근로 형태나 업무 성질상 추가 근무수당을 정확히 집계하기 어려운 경우 수당을 급여에 미리 포함하는 계약 형태로, 노사 당사자 간 약정으로 연장·야간·휴일근로 등을 미리 정한 뒤 매달 일정액의 수당을 기본임금에 포함해 지급한다. 

이러한 포괄임금제는 근로기준법상 제도가 아닌, 판례에 의해 형성된 임금 지급 계약 방식이다. 대법원 판례와 노동부 행정해석에 따르면 포괄임금제 방식의 임금 지급계약을 체결했더라도 근로시간 산정이 어려운 경우가 아니라면 근로기준법상 근로시간에 따른 임금 지급의 원칙을 지켜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해 포괄임금제는 '공짜 야근', '야근 갑질', '임금 체불'의 주범으로 꼽힌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에 따르면 연차수당이나 퇴직금까지 포괄임금에 포함하는 사업주도 있다.

이처럼 문제점이 잇따라 드러나자 최근에는 노사 합의에 따라 포괄임금제를 없앤 사업장도 있다. 카카오가 대표적이다. 최근 카카오모빌리티가 직원 근무 환경 개선을 위해 포괄임금제를 폐지하고 일한 시간만큼 보상하는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지난 16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모빌리티 노사는 다음 달부터 근로자가 출퇴근 시간을 자유롭게 정하고, 기본 노동시간을 넘은 초과근무 시간만큼 보상을 받는 것을 골자로 한 유연근무제를 도입하기로 최근 구두로 합의했다. 양측은 조만간 합의 내용을 구체화할 예정이다.

이로써 카카오와 주요 계열사는 모두 포괄임금제를 운영하지 않게 된다. 카카오와 각 계열사는 당초 포괄임금제를 운영했으나, 초과근무 수당 없이 일하는 직원들의 피로 호소가 잇따르면서 노사 협의 등을 통해 차례로 폐지됐다. 카카오는 2019년 10월, 카카오게임즈는 같은 해 4월 노사 합의를 거쳐 포괄임금제를 폐지했다. 이어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지난해 9월, 카카오페이는 지난 7월 폐지 행렬에 동참했다.

한편 정부는 포괄임금제를 폐지하거나 관련 지침을 만드는 방안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 노동부 관계자는 "포괄임금제는 법원에 의해 사후적으로 형성된 법 논리인데, 정부가 지침을 만들면 공식적인 제도가 돼버린다"며 "일부 사업장에서 포괄임금제가 적용되는 현실은 인정하되, 일한 대가를 지급하지 않는 사업장에 대한 감독을 강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감독 결과 연장근로수당 등 미지급이 확인되면 규정에 따라 14일 내 시정조치하도록 할 방침이다.

앞서 노동시장 개혁 과제를 마련하기 위한 전문가 집단인 미래노동시장연구회는 지난 12일 포괄임금 오남용을 막기 위해 근로감독을 강화하라고 정부에 권고하기도 했다. 노동부는 이 같은 의견을 받아들여 종합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노동부는 임금체계, 근로시간 제도와 관련한 연구회 권고를 대폭 반영한 구체적인 노동시장 개혁 추진 계획을 만들어 늦어도 내년 초에는 발표할 계획이다.

그동안 정부 차원에서 포괄임금제 오남용 시정 노력이 미흡한 측면이 있었다. 정부는 포괄임금·고정OT 오남용 방지대책을 조속히 마련해 공정한 노동시장 질서를 확립하고 실근로시간 단축을 이뤄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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