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박진아 기자ㅣ가족과 함께 할 때, 혼자서 울고 싶을 때, 사랑하는 연인과 로맨스를 한껏 더 즐기고 싶을 때, 당신은 어떤 영화를 선택하나요? 많은 영화들 속에서 결정을 내리기 어려운 당신에게 무비레시피가 영화를 추천, 요리합니다.   

카타르 월드컵이 막을 내렸다. 아르헨티나가 무려 36년 만에 월드컵을 품었다. 그리고 '축구의 신' 리오넬 메시가 자신의 5번째이자 마지막 월드컵에서 오랜 염원이었던 첫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이번 월드컵에서도 이변은 속출했다. 스포츠가 각본 없는 드라마라 불리는 것은 아마 이런 이유일 때문일 것이다. 우리나라에도 감동적인 순간들이 적지 않았던 바, 오늘은 그 감동의 순간, 세계 최고의 명승부를 펼친 여자핸드볼 경기를 보여준 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에 대해 살펴본다. 

<영화정보>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Forever The Moment, 2007)
드라마 // 2008.01.10. // 대한민국 
감독 – 임순례
배우 – 문소리, 김정은, 엄태웅, 김지영, 조은지, 차민지 

<2004년 아테네 올림픽, 세계 최고의 명승부를 펼친 여자핸드볼>
대한민국 올림픽 2연패의 주역인 최고의 핸드볼 선수 미숙(문소리 분). 그러나 온 몸을 바쳐 뛴 소속팀이 해체되자, 그녀는 인생의 전부였던 핸드볼을 접고 생계를 위해 대형 마트에서 일하게 된다. 이때 일본 프로팀의 잘나가는 감독으로 활약하고 있던 혜경(김정은 분)은 위기에 처한 한국 국가대표팀의 감독대행으로 귀국한다. 팀의 전력을 보강하기 위해 그녀는 자신의 오랜 동료이자 라이벌인 미숙을 비롯한 과거의 영광을 재현할 노장 선수들을 하나 둘 불러 모은다.

혜경은 초반부터 강도 높은 훈련으로 전력 강화에 힘쓰지만 그녀의 독선적인 스타일은 개성 강한 신진 선수들과 불화를 야기하고 급기야 노장 선수들과 신진 선수들간의 몸싸움으로까지 번진다. 이에 협회위원장은 선수들과의 불화와 여자라는 점을 문제 삼아 혜경을 감독대행에서 경질시키고 세계적인 스타 플레이어 안승필(엄태웅 분)을 신임 감독으로 임명한다. 

무엇보다 자존심이 중요했던 혜경이지만, 미숙의 만류와 일본으로 돌아갈 수도 없는 상황에서 감독이 아닌 선수로 팀에 복귀해 명예 회복에 나선다. 화려했던 선수 생활을 뒤로하고 이제 감독으로의 성공적인 전향을 꿈꾸는 승필. 그는 선수들을 배려하지 않은 과학적인 프로그램과 유럽식 훈련 방식을 무리하게 도입해 한국형 핸드볼이 몸에 익은 노장 선수들과 갈등을 유발하고 오히려 대표팀의 전력마저 저하시킨다. 심지어 혜경과의 갈등으로 미숙 마저 태릉을 떠나버리고 대표팀은 남자고등학생 선수들과의 평가전에서도 졸전을 펼친다.

미숙의 무단이탈을 문제 삼아 엔트리에서 제외하겠다고 공표하는 승필. 안타까운 혜경은 불암산 등반 훈련에서 자신이 먼저 완주하면 미숙의 엔트리 자격 박탈을 철회해 줄 것을 요구한다. 혜경은 미숙을 위해 죽을 힘을 다해 달리고 승필은 그런 그녀에게 지지 않으려고 이를 악물고 뛰는데… 결국 혜경을 비롯한 노장 선수들의 노력으로 미숙은 다시 대표팀에 합류하게 되고, 승필과 신진 선수들도 그녀들의 핸드볼에 대한 근성과 마지막까지 자신들의 꿈에 도전하려는 투지를 인정하게 된다. 마침내 최고의 팀웍으로 뭉친 그들은 다시 한번 세계 재패의 위업을 달성하기 위해 아테네로 향한다.

<하고 싶은 이야기>   

- 가장 취약한 조건에서 가장 최고의 감동을 보여준 영화 
여성을 다룬 영화 특히 스포츠 영화는 우리나라에서 성공하기 쉽지 않은 가장 취약한 장르 중 하나다. 여기에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라면 소위 대박 나거나 그렇지 않거나 둘 중 하나가 될 확률이 높다. 하지만 이 불리한 조건들을 모두 이겨내고 많은 국민에게 감동을 준 영화, 바로 <우리 생에 최고의 순간>이다. 항상 당연하게 ‘효자 종목’이라고 불리며 메달을 안겨 주는 여자 핸드볼이지만, 사실상 비인기 종목이 살아남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변변한 실업팀 조차 갖추지 못한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당시 영화를 통해 잠시 여자 핸드볼에 관심이 높아졌지만 시간이 훌쩍 지난 지금, 그때와 달라진 것 없는 현실을 보자면 영화의 감동에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들지 모른다. 

- 스포츠의 과학 허를 찌르는 정신력
스포츠도 과학이다. 더 이상 소위 ‘깡’이나 ‘오기’, 정신력‘만’으로는 승리를 할 수 없다. 그만큼 스포츠는 발전했고, 여전히 발전하고 있다. 하지만 과학의 세계에서도 풀지 못하는 영역이 있듯 그 허를 찌르는 점 때문에 스포츠는 항상 즐겁고 슬프고 아름답고 또 행복하다. 물론 여전히 정신력‘만’으로 승리를 하는 것은 불가능 하다. 하지만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우리나라 여자 핸드볼팀이 보여준 경기는 정신력 한스푼이 큰 힘을 발휘했다. 특히 영화는 올림픽 결승 장면을 마치 실제 경기를 보는 듯 한 긴장감과 감동을 선사하고 있다. 인간적으로 따듯하면서도 유머가 있는 임순례 감독의 특기가 잘 나타난 작품이 아닐까. 

월급 빼고 다 오른다는 요즘. 생각해보면 항상 그랬다. 서민들은 갈수록 살기 힘들고 세계 경제와 상황은 갈수록 곤두박질치고 있다. 그런 와중에도 국민들에게 감동과 희망을 주는 것은 항상 ‘스포츠’다. 스포츠로 하나가 되고, 그것이 주는 감동은 그 어떤 힘보다 강하게 돌아온다. (어쩌면 이런 점 때문에 스포츠정치라는 말이 나온 것 일지도 모른다) 어찌됐든 카타르 월드컵은 끝났고, 우리나라는 16강 진출이라는 기분 좋은 성적표를 얻었다. 각본없는 드라마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영화로, 스포츠의 감동을 더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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